라이프코드 LIFE Code - 세상을 움직이는 인간 본성의 암호를 풀다
한스-게오르크 호이젤 지음, 임다은 옮김 / 필로틱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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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청의 인생 책 베스트 5에 드는 책 중에 『라이프코드』가 있다.

이 책 『라이프코드』는 인간의 선택과 행동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를 집요하게 탐구한 책이다.

저자 한스-게오르크 호이젤은 독일 출신 뇌과학자로, 20만 명 이상의 뇌 데이터와 수십 년간의 연구를 통해 인간 행동의 보편적 원리를 정리했다. 이 책은 그 연구의 결정판이라 할 만하다.

책의 출발점은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이다. 1986년 체르노빌 원전 폭발 당시, 저자는 아내와 어린 딸과 함께 알프스에서 캠핑 중이었다. 그는 여긴 독일이니 안전하다는 이성적 판단을 했지만, 아내는 설명하기 어려운 공포를 느꼈다. 휴가를 망쳤다는 느낌으로 아내와 말 한마디 없이 귀가 했는데, 우연찮게 보게 된 TV 속 뉴스에서 자신들이 머물던 캠핑장이 독일 내 최고 방사능 오염 지역으로 표시되는 것을 보았다. 저자는 충격을 받았고, 그 경험으로 인해 중요한 질문을 남겼다.

왜 같은 상황을 두고 사람은 전혀 다르게 반응하는가?

무엇이 우리의 선택을 이끌고, 때로는 생존을 좌우하는가?

저자는 이 질문을 평생의 연구 주제로 삼았다. 그리고 도달한 결론은 명확하다.

우리의 선택은 대부분 이성이 아니라 감정에서 시작된다.

책 속에 소개된 캘리포니아 공대와 스탠퍼드 대학 공동 연구팀의 ‘와인 실험’은 이를 잘 보여준다.

동일한 와인을 준비해 하나에는 5달러, 다른 하나에는 45달러라는 가격표를 붙였더니, 사람들은 더 비싼 와인을 맛있다고 평가했을 뿐 아니라 실제로 뇌의 쾌락 중추가 더 활발하게 반응했다. 이는 맛 자체가 아니라 가격이라는 맥락이 만든 기대가 감정을 움직였고, 그 감정이 곧 경험을 규정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저자는 인간의 뇌가 생존과 번식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중심으로 감정을 설계했다고 말한다.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상황에는 쾌감·설렘 같은 긍정적 감정을,

불리한 상황에는 공포·혐오·분노 같은 부정적 감정을 불러낸다.

우리가 밤길에서 느끼는 서늘한 긴장, SNS 알림에 반사적으로 느끼는 작은 기쁨,

응원팀의 결승골에 열광하는 환희, 사랑하는 사람을 볼 때 가슴이 뛰는 설렘—

이것이 바로 라이프코드의 작동 방식이다.

책은 이 감정의 언어를 네 가지 시스템으로 구분해 설명한다.

- 균형 시스템은 안전과 예측 가능성을 중시한다.

- 지배 시스템은 경쟁에서 이기고 성과를 추구한다.

- 자극 시스템은 새로운 것을 향한 호기심과 모험심을 불러낸다.

- 조화 시스템은 관계와 유대, 타인의 행복을 소중히 여긴다.

저자는 이 네 가지 시스템이 사람마다 다르게 조합되어 성격과 행동을 형성한다고 본다.

같은 사건에도 어떤 이는 불안을 느끼고, 또 다른 이는 승부욕을 불태우며,

다른 이는 새로움을 찾아 나서고, 또 어떤 이는 평화를 우선시한다.

팬데믹 시기 서로 다른 반응들이 바로 이 네 가지 코드의 차이를 보여주는 사례다.

이 책은 세 부분으로 나뉜다. 1부에서는 개인의 라이프코드를 이해하는 법을 다룬다. 일상적인 소비 습관, 스트레스 반응, 직업 선택, 돈 관리 방식에 이 코드가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보여준다. 2부에서는 타인의 코드를 이해하고 관계를 조율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상사, 동료, 연인, 자녀 등 서로 다른 코드가 충돌할 때 갈등이 생기지만, 그 차이를 인식하고 존중하면 소통은 훨씬 원활해진다. 3부에서는 사회 전체를 움직이는 힘을 해석한다. 정치의 양극화, 기업 전략, 문화 현상까지도 라이프코드의 관점으로 읽어낼 수 있다는 점은 놀라웠다.

흥미로운 점은 저자가 라이프코드를 운명처럼 고정된 것으로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의 감정 반응은 습관과 경험에 의해 조금씩 바뀔 수 있다.

작은 성취와 반복적인 성공 경험이 뇌에 새로운 회로를 만들고 삶의 방향을 달라지게 한다.

저자는 이를 ‘승리의 나선’이라 부른다. 즉, 오늘의 작은 선택과 행동이 내일의 감정 패턴을 새롭게 만든다는 것이다.

책을 읽으며 몇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첫째, 감정을 억누르려 하기보다 이해하고 활용하는 편이 더 현명하다.

감정은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이고, 이성은 그 길을 찾는 지도다.

둘째, 우리 안의 부족함은 결함이 아니라 성장의 동력이다.

만족은 발전을 멈추게 하지만, 결핍은 더 나아가려는 힘을 만든다.

셋째, 갈등은 결국 서로 다른 코드의 충돌이다.

상대의 코드를 발견하는 순간, 대립은 협력으로 바뀔 수 있다.

『라이프코드』는 인간을 이해하는 하나의 사용 설명서처럼 읽혀진다.

저자가 체르노빌 경험에서 출발해, 수십 년간의 연구를 통해 제시하는 이 통찰은

“나는 왜 이런 선택을 하는가, 왜 사람들과 자꾸 엇갈리는가, 왜 사회가 이렇게 움직이는가”라는 질문에 명확한 답을 건넨다. 무엇보다 감정을 무시하거나 억누르는 대신, 그 신호를 읽고 다루는 법을 배우는 것이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길임을 일깨워준다.


'북타쿠/필로틱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라이프코드의 작동 원리는 놀랍도록 단순하면서도 정교하다.
바로 생명체가 완수해야 할 단 두 가지 목표를 중심으로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 생존하라 : 굶어 죽거나 잡아먹히지 않아야 한다.
- 번식하라! : 유전자를 다음 세대에 전달해야 한다.

이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라이프코드는 우리에게 ‘감정’이라는 신호를 보낸다.
- 생존,번식에 유리하면 -> 기쁨, 쾌감, 설렘 같은 긍정적 감정을 보상으로 준다.
- 생존,번식에 불리하면 -> 공포, 혐오, 고통 같은 부정적 감정으로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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