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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인생의 수읽기 - 반상 위의 전략으로 삶의 불확실성을 돌파하다
이세돌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8월
평점 :

이세돌은 한국 바둑을 대표하는 기사이자, 세계적인 명승부를 만들어낸 주인공이다.
『인생의 수읽기』는 그가 바둑판 위에서 겪은 경험과 성찰을 삶의 언어로 풀어낸 책이다.
단순히 자신의 바둑 인생을 돌아보는 회고록이 아니라,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건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책의 시작은 누구나 기억하는 알파고와의 대국이다.
그는 그것을 단순한 승부가 아니라, 인간과 인공지능의 경계가 바뀌는 역사적 사건이었다고 말한다.
인류가 수백 년 동안 축적해온 지혜가 무너지는 순간, 그는 패배보다 더 큰 성찰을 경험했다.
우리가 옳다고 믿었던 감각이 착각일 수 있으며, 당연하다고 여긴 방식이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이 경험은 그가 은퇴를 앞당기게 된 결정적인 계기였다.
남들이 “아직 몇 년은 더 둘 수 있지 않느냐”고 물었을 때,
그는 흐름을 읽고 새로운 길을 찾기로 했다.
바둑에서 한 수를 결정하듯 인생에서도 때로는 끝낼 줄 아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책 전반에 걸쳐 강조되는 것은 “흐름을 읽는 감각”이다.
유리한 순간에야말로 실수할 가능성이 커지고, 불리할 때는 오히려 단순해져 집중력이 발휘된다.
이는 바둑판만의 진리가 아니라 인생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안정된 순간이 방심을 낳고, 위기 속에서 더 선명한 선택이 가능해진다.
이세돌은 망설임을 경계한다. 확신이 없어 결정을 미루다 보면 기회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그 기회는 다시 오지 않는다고 말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완벽한 타이밍이 아니라 지금 눈앞의 순간에 결단을 내리는 용기다.
책의 중간에 실린 「Special Essay: 알파고와의 대국을 회고하며」는 이 책의 하이라이트다.
그는 대국 직후 느꼈던 긴장과 심리적 압박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감정이 없는 알파고는 흔들리지 않지만, 인간은 환경과 관중의 시선, 압박감에 따라 크게 흔들린다. 독자는 그의 기록을 따라가며 마치 대국 현장에 있는 듯한 몰입감을 느낀다. 승부의 본질은 단순히 기술의 겨룸이 아니라, 감정과 심리, 그리고 인간적 체험의 집약임을 보여준다.
이세돌은 또 다른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그는 “완성된 삶”보다 “미완의 삶”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완전함은 더 이상 나아갈 여지가 없지만, 미완은 불확실성을 품은 채 확장을 가능하게 한다. 흔들리고 편차가 생기더라도, 그 안에서 새로운 기회와 창조의 씨앗이 피어난다는 것이다. 이는 바둑판 위의 미생과 완생의 개념을 인생에 옮겨온 통찰이다. 불안정한 상태를 피하기보다, 그 불안정 속에서 성장을 꾀하라는 말은 오늘날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큰 울림을 준다.
또한 그는 “신중함은 때로 독이 된다”고 강조한다. 지나친 신중함은 결국 기회를 놓치게 하고, 망설임은 패착으로 이어진다. 자신이 경험한 32연승의 시기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내가 잘 가고 있구나”라는 확신을 준 시기였다. 그는 이를 뇌 과학적 메커니즘과 연결해 설명한다. 어떤 선택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면 뇌에 각인되고, 이후 비슷한 상황에서 그 성공의 흐름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성공 경험이 또 다른 성공을 부른다는 말은, 바둑뿐 아니라 삶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인생의 수읽기』는 결국 “정답을 찾으려는 태도”가 아니라 “흐름을 읽고 결단하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바둑판에서는 한 번의 망설임이 판을 무너뜨리듯, 인생에서도 기회를 붙잡지 못하면 흐름이 달라진다. 완벽함보다 중요한 것은 결단과 책임, 그리고 미완 속의 가능성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용기다.
책을 덮으며 독자는 자연스럽게 자신에게 묻게 된다. “나는 지금 어떤 수를 두고 있는가?” 알파고와의 대국 이후 세상이 달라졌듯, 우리 역시 매 순간의 수읽기를 통해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야 한다. 두려움이 아닌 가능성, 망설임이 아닌 결단. 그것이 이세돌이 바둑판 위에서 배워 우리에게 전하는 ‘인생의 수읽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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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진지식하우스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하지만 나는 믿는다. 우리는 미생의 삶을 추구해야 한다고. 미생의 삶은 불확실하지만 확장이 가능하다. 새로운 기회를 탐색하고 실패 위험을 감수하는 길이 때로는 더 큰 가능성을 만든다. 무한함 속에서 흔들리고 편차가 생기더라도, 그 안에는 진짜 성장과 창조의 씨앗이 숨어 있다.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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