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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삼국지 -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즐기는 신개념 삼국지
tvN STORY 〈신삼국지〉 제작팀 지음, 김진곤 감수 / 프런트페이지 / 2025년 7월
평점 :

삼국지는 중국 역사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이야기 중 하나다. 2세기 후반부터 약 100년 동안 이어진 후한 말의 혼란, 위·촉·오 삼국 시대, 그리고 서진의 통일까지는 수많은 영웅들의 세력 다툼, 치열한 전략, 배신과 의리, 이상이 얽혀 있다.
《신삼국지》는 tvN STORY에서 방영된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프런트 출판사가 책으로 엮은 작품이다.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연의》뿐 아니라 진수의 정사 《삼국지》까지 함께 다루어, 역사와 소설을 균형 있게 보여준다. 덕분에 독자는 같은 사건이 역사서와 소설에서 어떻게 다르게 해석되는지 한눈에 비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소설 속 도원결의는 의리의 상징이지만, 책에서는 불안한 정세 속에서 서로를 지키기 위해 맺은 현실적인 동맹으로도 설명한다.
책은 단순히 사건을 나열하지 않는다. 황건적의 난, 동탁의 전횡, 조조와 원소의 관도대전, 적벽대전 같은 굵직한 전투뿐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인간의 선택과 심리를 풀어낸다. 동탁이 여포를 자기 편으로 만들기 위해 명마 적토마와 보물을 주고 감언이설(甘言利說)로 설득하는 장면, 조조가 동탁 암살에 실패한 뒤 《삼십육계》의 ‘주위상계(走爲上計, 불리하면 달아나는 것이 최선)’로 목숨을 구하는 장면처럼, 병법과 속뜻까지 곁들여 설명한다. 덕분에 독자는 ‘도원결의(桃園結義)’, ‘허장성세(虛張聲勢)’ 같은 사자성어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다.
삼국지의 큰 줄기는 간단하다. 황건적의 난 이후 조조, 유비, 손권이 각자 세력을 키우고, 관도대전과 적벽대전을 거쳐 위·촉·오 삼국이 형성된다. 유비 사후, 제갈량이 북벌을 시도하지만 실패하고, 263년 사마씨 가문의 위나라가 촉을 멸망시킨다. 이후 사마염이 조위를 대신해 서진을 세우고, 280년 오나라까지 병합하며 통일을 완성한다.
《신삼국지》를 읽다 보면, 각 장면마다 나관중이 쓴 서사와 정사의 기록이 나란히 제시되어 서로 다른 내용과 해석을 비교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역사서적의 시선과 서사의 시선을 오가며 읽게 되고, 그 과정에서 삼국지가 수백 년 동안 변주되며 사랑받아온 이유를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된다.
또한, 이 책은 영웅들의 이야기 속에서 ‘의(義)’라는 가치를 중심에 둔다. 유비·관우·장비의 의형제 결의, 제갈량의 충성, 손권의 정치적 선택, 조조의 현실주의적 판단 등,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의리를 해석한다. 이를 선악 구도로 단순화하지 않고, 인간이 처한 상황과 선택의 문제로 풀어내는 점에서 이 책은 단순한 고전 해설서를 넘어 인간 본성과 권력, 관계의 본질을 다루는 인문서에 가깝다.
흥미로운 장치도 많다. ‘침GPT’ 코너는 독자의 질문에 답하듯 인물과 사건을 풀어주고, ‘신삼국지’ 코너에서는 현대의 사례와 언어로 고대 사건을 해설한다. 덕분에 삼국지를 처음 접하는 사람도 부담 없이 이해할 수 있다. 마지막 부록 ‘기묘한 삼국지’에서는 본편에서 다루지 못한 영웅들의 숨겨진 모습과 엉뚱한 일화를 소개해, 삼국지를 잘 모르는 독자도 가볍게 즐길 수 있다.
결국 《신삼국지》는 역사와 소설, 사실과 상징을 모두 품은 책이다. 초심자에게는 사건과 인물, 배경을 쉽게 알려주고, 여러 번 삼국지를 읽은 독자에게는 역사와 소설의 차이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이 책은 삼국지가 단순한 옛날 영웅담이 아니라, 오늘날의 권력·이상·의리와 생존 사이의 갈등을 비추는 거울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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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런트페이지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매관매직(벼슬이나 관직을 돈 주고 사는 것)을 일삼던 십상시들이 죽임을 당한 십상시의 난 이후, 기사회생으로 목숨을 구한 황제와 원소는 다시 수도 낙양으로 돌아오고 있었죠. 그런데 낙양에 도착할 무렵, 수천의 군사를 대동한 한 남자가 황제 일행을 막아섭니다. 황제가 앞에 있는데도 말에서 내리지 않은 채 말이지요. 다들 어안이 벙벙해서 멍하니 있을 때, 황제 소제의 동생이자 겨우 아홉 살에 불과한 진류왕이 그 남자를 향해 이렇게 물었습니다. "그대는 어가를 호위하러 왔는가, 핍박하러 왔는가?" - P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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