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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을 만들지 않는 대화법 (15주년 특별기념판) - 사람을 얻는 마법의 대화 기술 56
샘 혼 지음, 이상원 옮김 / 갈매나무 / 2023년 12월
평점 :

샘 혼의 『적을 만들지 않는 대화법』은 갈등을 부추기는 언어 습관을 벗어나, 상대와 협력하고 스스로를 지키는 말하기의 기술을 알려주는 책이다. 쿵후(Kung Fu)가 육체적 공격을 받아내고 흘려보내는 무술이라면, 저자가 말하는 텅후(Tongue Fu)는 정신적·언어적 공격에 대응하는 지혜로운 커뮤니케이션 방식이다. 이 책은 단순히 ‘말을 예쁘게 하는 법’을 넘어, 나와 상대를 모두 지키는 성숙한 대화법의 철학을 제시한다.
저자는 책 전반에 걸쳐 우리가 흔히 저지르는 언어적 실수를 짚고, 그것이 얼마나 쉽게 사람 사이에 벽을 쌓는지를 보여준다. 무례한 말을 들었을 때, 본능적으로 반격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그럴수록 감정의 고리는 더 깊은 적대감으로 이어지기 쉽다. 이 책은 그런 순간에 ‘즉각 반응’ 대신 ‘한 박자 멈춤’을 권한다. 특히 “공감은 성숙의 가장 좋은 지표다”라는 문장은 책의 핵심 정신을 잘 드러낸다. 상대의 말과 행동이 이해되지 않을 때, ‘나라면 어땠을까?’라고 스스로에게 되묻는 것만으로도 적의를 누그러뜨릴 수 있다. 공감의 질문은 갈등을 단순히 피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맥락을 이해하고 내 감정까지 지키는 가장 강력한 기술로 작용한다.
책은 또한 ‘말을 삼키는 기술’에 대해 강조한다. 누군가의 말이나 행동에 상처받았을 때, 즉각적으로 되받아치는 것이 아니라 잠시 멈추고 스스로를 추스르는 힘이야말로 진짜 지혜라는 것이다. 루스벨트 대통령이 남긴 말처럼, “그 순간 꿀꺽 말을 삼켜버려라.” 그 말이 언젠가 되돌아와 내게 상처를 줄 수 있다면, 지금 하지 않는 것이 훨씬 낫다. 침묵은 때때로 말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하며 불필요한 갈등을 피하게 해준다.
또한 이 책은 대화에서 자주 사용되는 작은 단어 하나—‘하지만’—이 얼마나 많은 논쟁을 낳는지를 보여준다. “좋은 아이디어야, 하지만…”이라는 문장은 앞의 칭찬을 무효화시키며 상대를 방어적으로 만든다. 반면 “좋은 아이디어야, 그리고…”라고 바꾸는 것만으로도 대화의 온도는 달라진다. ‘그리고’는 반박이 아닌 연결을 만들어낸다. 사소한 단어 하나가 분위기를 바꾸고, 사람의 마음을 여닫는다는 사실은 대화의 무게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적을 만들지 않는 대화법』은 실수한 상대에게 어떻게 말할지, 나의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면서도 상대를 존중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그리고 불편한 상황에서 어떻게 협상을 이끌 수 있을지를 하나하나 짚어준다. “인간의 뇌는 부정형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말처럼, 부정적인 지시보다 긍정적인 요청이 더 효과적이라는 사실도 인상 깊다. “지각하지 마세요” 대신 “9시에 자리에 앉아주세요”라고 말하면, 듣는 사람의 행동도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결국 ‘말의 목적은 이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얻는 데 있다’는 점이다. 심술궂은 사람, 무례한 사람, 까다로운 상대는 어디에나 있다. 하지만 그들이 내 감정을 빼앗도록 내버려둘 필요는 없다. 내가 어떤 말투와 태도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관계는 적으로 끝날 수도 있고 동료로 이어질 수도 있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듣는 법’에 대한 장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말할 기회를 찾기에만 급급해 듣는 데에는 인색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당신의 귀를 원한다”는 저자의 말처럼, 귀 기울이는 자세는 때로 말보다 더 큰 위로와 설득이 된다. 제대로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화난 사람의 목소리가 낮아지고, 문제의 본질이 드러난다.
『적을 만들지 않는 대화법』은 결국 대화가 감정을 주고받는 행위임을 상기시킨다. 아무리 좋은 논리도 감정이 무너지면 전달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말은 기술이 아니라 태도이며 그 태도는 곧 내 삶의 반경을 바꾼다. 상대를 이기기보다 이해하고 연결하는 말을 할 수 있다면 우리는 적을 만들지 않으면서도 스스로를 지킬 수 있다.
이 책은 그런 말의 힘을 믿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나침반이 되어준다.
말로 관계를 망친 적 있는 사람, 대화 앞에서 자주 불편했던 사람,
그리고 더 나은 말 습관을 갖고 싶은 모든 이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말은 칼이 될 수도 있지만 다리도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은 친절하고 실전적인 언어로 가르쳐준다.
이 책은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겪는 수많은 상황들을 예시로 들기 때문에 깊은 공감을 자아낸다. 갈등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에 대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조언이 가득해, 실전에서 곧바로 활용할 수 있는 점이 큰 장점이다. 실용성이 뛰어난 책인 만큼,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어 다시 읽으며 활용한다면 더욱 유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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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피티 @book_withppt'님의 서평 모집단을 통해
'갈매나무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도서제공 #북피티 인스타 @book_withppt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망치를 휘두르며 관계를 만들 수는 없다. - 무명씨 - P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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