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지켜야 할 한국사 - 서경덕과 전문가들이 들려주는 살아있는 역사 이야기
서경덕과 분야별 전문가 지음 / 허들링북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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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여행을 처음 떠났던 대학 시절, 서경덕 저자는 끊임없이 “중국인이냐, 일본인이냐”는 질문을 받아야 했다. ‘한국인’이라는 존재가 서양인들에게 얼마나 생소했는지를 실감한 그 순간이, 지금의 ‘대한민국 알리기’ 활동의 출발점이 되었다. 『우리가 지켜야 할 한국사』는 그 출발의 문제의식을 그대로 이어 받아, 단순한 역사 지식의 나열을 넘어 우리가 ‘지금 왜, 어떤 방식으로 역사와 문화를 지켜야 하는가’를 설득력 있게 전하는 책이다.

이 책은 독도, 위안부, 강제동원, 동북공정, 한복, 김치, 한류 등 현재진행형 역사·문화 논쟁 10가지를 다룬다. 각 주제는 단순히 ‘우리 것이 맞다’는 주장에 머무르지 않고, 왜곡의 본질이 무엇이며,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고 행동해야 하는지를 짚는다. 서경덕은 말한다. 이제는 우리 문화를 알리는 일에만 힘쓸 것이 아니라, 왜곡과 침탈로부터 지켜내는 일에도 집중해야 한다고.

독도 편에서는 ‘왜 독도가 한국 땅인가’라는 질문에 가장 본질적인 대답을 건넨다.

“독도에는 한국 사람이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독도는 단순한 암석 섬이 아니라, 사람이 살고, 우체통이 설치되어 있으며, 경비대와 등대관리인이 교대로 근무하는 대한민국의 영토다. 1954년 처음 설치된 등대와 경비대 건물은 지금까지 수차례 개축되어, 우리나라의 동쪽 끝을 지키는 상징이 되어 있다. 특히 동도에는 주민 숙소, 태양광 발전기, 해수 담수화 시설, 119 구조대까지 마련되어 있어 독도가 생명의 터전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처럼 실질적 지배를 기반으로 한 주권의 존재는, 일본이 독도를 ‘분쟁지역화’하려는 의도를 거부하는 가장 강력한 증거이기도 하다.

가장 분노를 자아낸 부분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였다.

이 책은 위안부를 단지 ‘피해자’로 기술하지 않는다. 수요시위를 통해 당당하게 목소리를 낸 여성 인권운동가들의 얼굴을 기억하게 하고, 그들이 떠난 자리에 남겨진 진실의 무게를 우리에게 건넨다.

특히 2025년 기준 생존자 단 6명이라는 현실은 시간이 많지 않음을 일깨운다.

그리고 나는 책 속 한 문장에서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

“군인 전용 위안소를 ‘공동 변소’라 표현한 일본군의 보고서.”

사람을 변소에 비유하다니, 어떻게 이런 표현을 사용할 수 있는가? 이 문장은 일본 제국주의가 위안부 피해자들을 인간이 아닌, 군수품처럼 다뤘음을 보여주는 끔찍한 증거였다.

참고로 ‘위안부’라는 단어 역시 일본이 붙인 명칭이다. 그들은 ’위안(慰安)’이라는 단어로 자신들의 전쟁 범죄를 감추려 했고, 한국에서는 이 용어 대신 ‘일본군 성노예’ 또는 ‘일본군 성폭력 피해자’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위안부’라는 용어가 피해의 본질을 희석한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중국의 역사 왜곡, 특히 동북공정에 대한 설명도 매우 중요하게 다뤄진다.

2002년부터 2007년까지 국가 차원에서 진행된 이 프로젝트는 고구려, 발해, 고조선 등 한반도 북방의 고대사를 중국사로 편입시키려는 의도에서 출발했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학술 연구가 아니었다. 중국사회과학원이 주도하고, 중앙 정부가 지원한 이 작업은 고의적 역사 침탈이었다. 고구려는 한국사의 정체성과 연결되는 핵심 고대국가이고, 발해는 신라와 대등하게 공존했던 독자적 국가임에도, 동북공정은 이를 중국 내 소수민족의 지방정권으로 축소한다.

서경덕은 이러한 문제를 단순한 민족주의 감정이 아니라, 국제적 여론전에서 대응 전략이 필요한 일로 바라본다. 일본은 독도를 분쟁 지역화해 동해에서의 군사·경제적 이득을 확보하려 하고, 중국은 ‘중화주의 역사관’ 아래에서 한복과 김치마저 자신들의 것이라 주장한다. 한류의 인기가 높아질수록 이들 주변국의 역사 왜곡은 더욱 교묘하고 치밀해진다. 때문에 저자는 우리가 “한국을 알리는 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정확한 역사 인식과 문화 주권 수호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단지 분노나 감정에 호소하는 책이 아니다. 독자가 스스로 판단하고 근거를 들어 말할 수 있도록 풍부한 자료, 국제사례, 법적 논거, 실증적 통계를 바탕으로 정리되어 있다. 또한 독도, 위안부, 동북공정 같은 주제 외에도 김치와 한복, 한글과 한국어 등 문화 정체성과 관련된 항목도 다뤄, 한류 시대를 살아가는 독자가 꼭 읽어야 할 내용을 충실히 담았다.

『우리가 지켜야 할 한국사』는 과거의 역사를 되짚는 데 그치지 않는다.

우리가 지켜야 할 미래의 문화와 정체성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를 묻는 책이다. 이 책을 덮고 나면, 누군가 “왜 한국이 그렇게 중요하냐”고 물었을 때, 우리는 “우리는 지켜야 할 것을 잊지 않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지켜야 할 한국사의 진짜 이유다.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채손독) @chae_seongmo'를 통해

'허들링북스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화류병(성병)의 적극적인 예방법>이라는 보고서에서 상하이와 난징 지역 병사들의 높은 성병 감염률을 지적하며, 성병 예방을 위해 군인 전용 위안소 설치를 주장했다. 그는 보고서에서 위안소를 ‘군인들의 공동 변소’라고 표현했는데, 일본군의 ‘위안부’ 피해자를 어떻게 취급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창부의 질은 연령이 어릴수록 양호하다. 군인은 군용 위안소를 이용해야 한다. 군인이 매독에 걸리는 것은 전력이 소비되는 것과 동일한 결과를 초래한다. 또한 군인이 술집에 가서 음주를 하게 되면 화류병을 증가하므로 군대 내에서 술의 소비를 최소한도로 해아 한다. 군용 특수 위안소는 향락의 장소가 아니며, 위생적인 공동 변소이기 때문에 변소에서 술을 팔지 않는 것과 같이 주류를 금지하는 것은 오히려 당연한 일이다.
—『화류병(성병)의 적극적인 예방법』中 - P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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