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지 않아도 잘 지냅니다
김민지 지음 / 샘터사 / 202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누구나 한번쯤은 ‘이렇게 살아도 괜찮을까’ 하는 생각에 잠긴다.

반짝임이 없으면 의미도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세상에서,

빛나지 않아도 나답게 살아간다는 건 얼마나 큰 용기일까?

김민지의 에세이 『반짝이지 않아도 잘 지냅니다』는 바로 그런 질문에 조용하지만 확고한 목소리로 답을 건네는 책이다. 화려한 방송국을 떠나 일상의 속도를 새롭게 정비한 그녀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삶을 꾸려가며, 무엇을 위해 사는지에 대한 질문에 정직하게 응답해 나간다.

책 속에는 그녀가 겪은 수많은 도전과 선택의 순간들이 차곡차곡 담겨 있다.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 보낸 3년은 단순히 시험을 준비하는 시간이 아니었다. 그 시간 동안 그녀는 수많은 사람을 만나며 세상을 더 넓게 바라보게 되었다. “이상한 사람은 어디에나 있다. 하지만 대체로는 괜찮고, 더러는 아주아주 좋은 사람도 만나게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마음만 열면 누구에게서든 배울 수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 시험을 준비하며 셀 수 없이 많은 질문을 받았지만 그 답은 결국 자신 안에 있었다. 어린 시절 외할아버지 무릎에 앉아 “아나옹서(아나운서)”가 되겠다 외치던 순간부터 현장에서 생방송으로 인터뷰를 진행하던 시간까지 그녀가 지나온 모든 경험들이 자신만의 답이 되어주었다.

그렇다고 그녀의 삶이 늘 당당하고 명확했던 건 아니다.

낯선 곳에서 혼자 돌아다닐 수 있을까 망설이던 순간들도 있었지만,

처음 가보는 동네를 혼자 돌아다닐 수 있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정의하자 오히려 더 많은 것을 해낼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겁을 줄이고 용기를 키우면서, 그녀는 스스로도 몰랐던 자신의 또 다른 면모를 발견했다. 그런 자신이 꽤 괜찮다고 느꼈고, 그렇게 자신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갔다.

그러나 몸은 쉽게 속일 수 없었다. 면역력이 바닥까지 떨어져 대상포진이 찾아왔을 때, 그녀는 비로소 삶의 속도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맡겨진 일이, 그 소명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줄 알았지만, 결국에는 삶 자체가 가장 소중하고 의미 있다는 것”이라고 깨닫게 되었다.

마치 치르치르와 미치르가 끝없는 여정을 마치고 나서야 방 안의 파랑새를 발견한 것처럼,

나의 인생도 그 자체로 충분히 소중하다는 자각이었다.

이 책에는 엄마로서의 시선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열 손가락이 다 똑같지 않듯, 아이들도 각자 다른 통증과 어려움을 안고 살아간다.

그녀는 “너희가 비록 똑같은 모습으로 태어나진 않았어도, 각자 필요한 걸 나름대로 잘 가지고 이 세상에 왔다고. 엄마는 할 일을 다 했다고.” 아이들을 향한 믿음은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위로일지도 모른다.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그녀는 점점 더 큰 시야로 세상을 바라본다.

우주를 바라보며 인간이 얼마나 작고도 용감한 존재인지를 생각한다. “우주는 끝이 없고 우리는 유한하지만, 그걸 알면서도 인간은 꿈을 꾼다.” 그렇게 무모함으로라도 계속 도전하고, 다시 한 번 사랑하고, 다시 걸어 나아가는 존재야말로 진짜 강한 존재라고 믿는다. 그녀가 말하는 진짜 힘은, 바로 ‘좋아하는 마음’이다. 그것은 별처럼 작고 빛나지만, 세상을 움직이는 원동력이 된다.

해외에서 외지인으로 살아가는 동안에도 그녀는 “있는 듯 없는 듯 묻혀서 지내면 충분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한 번 용기를 내어 목소리를 냈을 때, 스스로의 존재가 누군가에게는 의미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경험했다. “우리가 아니면 아무도 우리를 대신해 주지 않는다.” 그녀는 이제, 자신을 대표하는 일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저자의 문장은 거창하지 않지만 그 안에는 오랜 시간 삶을 곱씹으며 얻은 진심이 묻어난다.

언니가 있어서 기대어 울 수 있었던 순간을 떠올리며, 정작 언니는 어디에 기대었을까를 생각하는 장면에서는 울컥 눈물이 나려고 했다. 과연 세상의 모든 언니들은 의지하고 싶은 순간을 어떻게 버텨냈을까?

언니를 두고 있는 입장에서 공감이 많이 가는 문장이기도 했다.

아들러의 이론처럼 출생 순서도, 꼬리를 자르고 달아나는 도마뱀의 결심도 모두 삶의 무게와 연결되어 있다. 결국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견디고 회복하며 자기만의 속도로 살아간다.

이 책은 화려하지 않아도 단단한 삶을 꿈꾸는 이들에게 꼭 필요한 한 권이다.

위로가 필요할 때 조용히 마음을 다독이고 싶을 때, 이 책을 펼쳐보면 좋겠다.

반짝이지 않아도 나는 내 삶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게 해주는 문장들이 가득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해보지 않으면 모른다는 용기를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우리처럼 작은 존재가 이 우주의 광대함을 견디는 방법은, 결국 사랑뿐이라는 사실을 이야기 해주는 것 같다.


'샘터 출판사'의 물방울 서평단 활동을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그 3년은 나에게 꼭 필요한 시간이었다. 그토록 염원하던 ‘다양한’ 사람을 만나 보았고 그리하여 배우게 되었다. 이상한 사람은 어디에나 있다. 하지만 대체로는 괜찮고, 더러는 아주아주 좋은 사람도 만나게 된다. 그리고 배우려는 마음만 있다면 그 모두에게서 얻을 것이 있다. - P2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