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실몽실 몽상구름 - 백 번 자살 시도 끝에 살아난 여자의 찬란한 생의 기록
최애니 지음 / 아빠토끼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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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실몽실 몽실구름』은 한 사람의 깊은 상처와 그로부터 회복해 가는 시간을 담담한 고백처럼 풀어낸 책이다. 동화 같은 제목과 부드러운 표지와 달리, 이 책은 눈물겨운 진심의 기록이고,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기까지의 수많은 밤들을 지나온 저자의 속내 그 자체다.

살면서 누구나 고통을 겪는다. 하지만 모든 고통이 같은 무게는 아니다. 견딜 수 없어 말하지 못하고, 이해받지 못해 더 깊어지는 고통도 있다. 저자는 그 끝을 실제로 마주한 사람이다. 절망의 문턱에 선 경험, 그 끝에서 다시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된 과정은 책 전반에 진한 농도로 배어 있다. 이 이야기는 단순한 위로나 조언이 아니라, “나도 그랬어. 너도 그랬지?” 하고 조심스레 다가오는 고백이다. 그렇게 슬픔 속에서 서로를 알아보는 느낌이 들어, 오히려 따뜻하다.

책 속 고통의 이름은 다양하다. 불안, 우울, 관계에서 오는 상처, 그리고 무엇보다 ‘착한 사람 콤플렉스’. 저자는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끊임없이 스스로를 희생했다. 무리 속에서, 연인에게서, 직장에서—그녀는 늘 웃었고 맞춰주었고, 상처받아도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그렇게 자신을 조금씩 깎아내리며 살아왔던 것이다. 그런데도 돌아오는 것은 칭찬도, 사랑도 아닌 외면과 조롱뿐이었다. 그럼에도 자신을 지우며 타인을 먼저 생각하는 습관은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이 책에서 가장 깊은 상처가 드러나는 장면은, 저자가 사랑이라 믿었던 관계에서 시작된다.

12살 연상의 남자였다. 그의 애틋한 눈빛, 죽음을 입에 담는 고백, 뜨거운 포옹에 마음이 무너졌던 저자는, 점점 그에게 빨려 들어간다. 그가 무너질까 봐, 그를 두고 떠나면 안 될 것 같아 끝까지 붙들며 자신을 버텨내던 그녀. 그와 함께라면 동반 자살도 괜찮겠다는 무모한 믿음 아래에서, 저자는 자신을 지워가며 그의 세계에 흠뻑 잠긴다.

그러나 그 남자의 어둠은 점점 짙어졌다. 질투와 독점욕, 자멸의 그림자가 그녀의 숨통까지 조여왔다.

술에 취해 반복되는 협박. “네가 나를 떠나면 넌 죽는 거야.” 그리고 어느 날, 그의 손이 그녀의 목을 조이기 시작했다. 그 순간에도 저자는 그를 경찰에 신고하지 못했다.

그의 눈물 어린 얼굴이 떠올라 끝내 외면하지 못했다.

그렇게 비틀린 사랑 속에서 그녀는 점점 사라졌고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자신의 존엄까지 허물어뜨렸다.

그리고 결국, 가까스로 빠져나왔다. 아주 짧은 찰나, 아주 작은 틈을 노려 도망쳤다.

그리고 얼마 뒤에 들은 그의 소식. 자세한 말은 하지 않지만, 그 기억은 오랫동안 그녀를 붙잡았다.

죄책감, 공포, 심장이 뛰는 것조차 고통스럽게 만들었던 그 감정들. 한때는 사랑이라 믿었던 그 관계에서 빠져나온 이후에도, 그녀는 오랫동안 그 상처를 껴안은 채 허덕였다. 헛된 사랑이었다고 말하고 싶지 않았다. 오히려 그를 사랑하면서 자신이 살아 있음을 느꼈고, 살고자 하는 의지가 되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그 대상이 사라진 순간, 삶의 목적 자체를 통째로 잃은 듯한 상실감이 그녀를 덮쳤다.

그 고통은 단순히 관계의 실패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것은 저자 안에 있던 무방비한 선의와 착함, 그리고 사랑받고 싶은 절박한 욕구가 만든 치명적인 균열이었다. 그렇게 파괴적인 관계를 지나온 뒤 그녀는 말한다.

그 폭력적인 사랑에 속아준 내가, 이제는 잘 사는 것만이 그 사람에게 줄 수 있는 유일한 대답이라고.

그래서 그녀는 그를 가슴속에서 천천히 태워 나가기 시작했다.

그 슬픔을 껴안고, 조금씩 걸어 나왔다.

이 책은 반복해서 말한다. 몽상은 도피가 아니다.

그것은 살아남기 위한, 세상과 나 사이의 안전한 거리이자, 나를 지켜내는 공간이다.

저자는 상상 속 구름 위에서, 스스로를 회복시키고, 새롭게 살아갈 수 있는 이유를 만들어 낸다.

절망 속에서도 상상은 계속된다는 믿음.

그리고 그 구름은 결국 철학이 되고 방공호가 되며 다시 살아갈 용기로 바뀐다.

『몽실몽실 몽실구름』은 상처받은 이들이 끝내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을 지켜주는 책이다.

누군가에게는 이 책이 그저 한 사람의 감정적인 기록처럼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은 단지 우울의 그림자를 따라가는 책이 아니다.

이 책이 건네는 위로는 너무도 구체적이고 살아 있는 사람만이 쓸 수 있는 진실한 언어다.

책을 읽고 나니 문득 나의 몽실구름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시간에 쫓기듯 살아가는 삶 속에서 나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진다는 것 자체가 힘든 현실이다.

그래도 문득 짧은 시간 틈으로 나답게 서 있기 위한 나만의 구름 한 조각을 찾는 일이 필요하지 않을까?

어쩌면 그것이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일이 아닐까싶다.

『몽실몽실 몽실구름』은 상처받은 이들이 결코 완전하지 않지만 끝끝내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잔잔한 연대의 언어다. 이 책은 상처받았다고, 쓰러졌다고, 그게 끝은 아니라고 말한다.

이제는 나도, 당신도, 우리도 각자의 구름 위를 조금씩 걸을 수 있다.

그러니 오늘도 한번 살아보자.


'도서출판 아빠토끼'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고통을 피하기 위해 인간은 저마다의 변명이 필요하다. 좀 더 동화적인 표현을 빌려 말하자면 상상의 재료가 필요하다. 발버둥 치며 애쓴 노력에 대해 명징한 결과를 고정된 언어로 내놓았을 때, 그것은 현실의 내가 온전히 소화하기에 거북하고 아프다. 진실을 냉정한 성적표로 삼아 겸허히 받아들이고 운명에 나를 맡긴 채 하늘에 굽신거리고 절망의 늪에 스스로를 가둘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절망 속에서 나는 더욱 상처를 깊게 후벼파면서 쓸데없는 자책과 생각을 더하게 된다. 추락의 늪을 계속해서 깊게 만들고 상상은 지옥에 다다른다. 평면의 땅 위에 현실이라는 이름으로 감각되는 현재성이란 매 순간, 매분 매초가 나라는 정체성을 끊임없이 정체된 무언가로 고정하는 느낌이었다.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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