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과장, 회사 밖 세상을 꿈꾸다 - 휴직 후 빌라를 낙찰받은 회사원의 경매투자 분투기
박서운 지음 / 미다스북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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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러설 곳이 없다는 마음. 그래도 여기서 주저앉을 수는 없다는 간절함.

『김과장, 회사 밖 세상을 꿈꾸다』는 그런 막막한 마음에서 시작된 한 가족의 기록이다. 이 책은 회사를 박차고 나와 새로운 삶을 찾았다는 누군가의 성공담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도 현실을 버티며 살아가는 이들에게, 너무 잘 알고 있는 그 무게를 꺼내 보여주는 이야기다. 겉으론 평범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벼랑 끝에서 매일을 버텨온 부부의 고군분투가 진솔하게 담겨 있다.

책을 쓴 정수연(표지에는 ‘박서운’으로 표기되어 있다)은 글을 쓰는 사람이다. 베스트셀러 작가도 아니고, 글로 생계를 꾸릴 수 있는 사람도 아니다. 하지만 그녀는 계속 써왔다. 글을 쓰는 일은 세상과 연결되는 그녀만의 방식이었고, 삶과 자신을 붙들어두는 끈이기도 했다. 그녀의 남편 민준은 서울 대기업에 다니며 성실하게 살아온,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잘된 사람’이었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균열은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새롭게 발령받은 팀에서는 어떤 의견도 통하지 않았고, 하루하루가 생기를 앗아갔다. 그렇게 조금씩 무너져가던 어느 날, 민준은 아내 앞에서 처음으로 눈물을 보이며 말했다.

“나, 회사 그만두고 싶어.”

생전 처음 듣는 말이었다. 단단해 보였던 남편이 흔들리는 모습 앞에서, 그녀 역시 함께 휘청거렸다. 마음 한켠으로는 짐작조차 못했던 그의 고통이 느껴졌고, 동시에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현실적인 걱정이 밀려왔다. 하지만 삶은 늘 그랬듯 선택의 여지를 많이 주지 않는다. 결국 두 사람이 택할 수 있었던 건, 1년의 육아휴직이었다. 휴직 수당은 한 달에 100만 원 남짓. 하지만 매달 고정적으로 빠져나가는 돈은 그 두 배를 훌쩍 넘었다. 남편은 그 현실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이제껏 해본 적 없는 새로운 도전을 꺼내 들었다. 부동산 경매였다.

경매라는 말은 듣기만 해도 낯설고 멀게 느껴졌다. 처음에는 아내가 먼저 반대했다. 위험하지는 않을까, 사기를 당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들이 앞섰다. 하지만 민준은 다시 회사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더 이상은 예전처럼 살 수 없다는 절박함은 그를 움직였고, 결국 아내도 함께 경매를 공부하게 된다. 부부는 도면을 들고 현장을 발로 뛰었고, 생소한 용어들을 하나하나 익혔으며, 법원에 직접 가서 입찰도 해보았다. 그렇게 그들은, 평생 처음으로 ‘낙찰’이라는 두 글자를 손에 쥐게 된다.

그 순간만큼은 벅차고 짜릿했지만, 현실은 또 다른 페이지를 펼쳐 보였다. 세입자 문제, 세금 문제, 수익에 대한 계산, 낯선 서류와 상황들. 『김과장, 회사 밖 세상을 꿈꾸다』는 여기서도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이렇게 하면 돈 벌 수 있습니다” 같은 성공법칙을 전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 안에 있었던 두려움, 갈등, 실수, 그리고 함께 걸어간 시간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는 데 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부업을 고민한다. 퇴근 후 시간을 활용해 돈을 더 벌 수는 없을까, 언젠가 본업을 대체할 수는 없을까. 하지만 이 책에서의 ‘부업’은 그런 선택적인 일이 아니다. 민준 가족에게 경매는 말 그대로 앞으로의 생계를 책임져야 할 ‘본업 이상의 무게’를 가진 부업이었다.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결정이었던 것이다. 다시 돌아갈 회사도, 잠시라도 기대어 쉴 수 있는 여유조차 없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그래서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를 관통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메시지가 있다.

부모가 아이에게 남길 수 있는 가장 큰 유산은 결국 삶을 대하는 태도라는 것!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의 모습을 보고 아인이도, 언젠가 자기 삶을 자기 힘으로 살아내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라고.

그 말엔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어쩌면 화려한 결과보다 더 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에도 흔들리는 마음을 추스르며 또 하루를 살아내는 모습일지 모른다.

무너져도 다시 일어나고, 두려워도 발을 떼며, 실패 앞에서도 멈추지 않는 사람.

그런 부모의 모습을 보며 자란 아이는 언젠가 자신도 그렇게 살아갈 수 있을 거라 믿게 된다.

『김과장, 회사 밖 세상을 꿈꾸다』는 누군가의 대단한 성공기를 들려주는 책이 아니다.

아직 어디에도 닿지 않았지만, 매일 한 걸음씩 내딛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 책은 오늘도 묵묵히 하루를 살아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조용히 위로를 건넨다.

“지금도 충분히 잘 하고 있고, 힘든 순간도 잘 이겨낼 수 있을거라고! 함께 힘을 내보자고”

'미다스북스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수많은 직장인이 어쩔 수 없이 카드값 때문에, 주거 비용 때문에, 한 달, 한 달 나가는 고정 비용 때문에, 그렇게 어쩔 수 없이 세팅되어 있는 일상의 끔찍한 수레바퀴 때문에 개목줄 끌린 듯이 아침이 오면 회사에 나간다. 그것을 좀 더 잘 견디느냐 아니면 참다 참다 걷어차 버리느냐 하는 정도의 문제이지, 가슴팍 안에 감춘 채, 갖고 다니던 사표를 끄집어내어 저 개 같은 상사 앞에 집어 던져버리고 싶은 마음이 단 한 번도 들지 않았던 이가 어디 있으랴? - 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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