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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멘집 창업한 회계사의 실전 회계학개론 - 가게 운영에서 배운 돈 관리의 기술
이시도 류 지음, 오시연 옮김 / 현익출판 / 2025년 6월
평점 :

이 책은 회계사가 라면 가게를 열고, 그 과정을 통해 배운 현실적인 경영 이야기다.
처음에는 그 조합이 좀 낯설게 느껴졌다.
회계사인데 굳이 음식점?
그런데 책을 읽다 보면 알게 된다. 그는 어릴 적 부모님이 운영하던 라면 가게에서 손님과 따뜻하게 교류하던 모습을 보며 자랐고, 사람들과 직접 부딪히며 진짜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런 마음은 단순한 서비스업에 대한 동경이 아니라, 자신이 쌓아온 회계 지식을 실전에 적용해보고 싶은 욕구와도 맞닿아 있었다.
이미 공인회계사, 세무사, 법무사 등으로 안정된 커리어를 쌓고 있었지만, 그는 이론이 아닌 현실에서 회계가 어떻게 쓰일 수 있는지, 장사라는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 회계가 어떤 무기가 될 수 있는지를 직접 증명하고 싶었다. 음식점은 진입장벽이 낮고 실패율은 높은, 말 그대로 ‘극한 업종’이다. 그런 곳에서 회계를 모르면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 반대로 회계를 알면 어떻게 버티고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몸으로 보여주고자 했다. 이 책은 그 치열한 실전의 결과물이다.
그런데 그 시작이 놀랍다. 라면집 하나 여는 데 1천만 원이 들었다는 말에 굉장히 놀랐다.
어떻게 그 금액으로 가능했던걸까?
보통 음식점은 몇 천만 원에서 1억 원쯤 든다고 생각하는데, 저자는 키오스크에 650만 원 쓰고, 나머지 비용은 설비랑 식자재 준비하면서 맞췄다고 한다. 아껴야 한다고 생각하면 길이 보인다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었다.
장사는 결국 이익을 내야 한다. 한 그릇 팔 때 얼마가 남는지, 월세는 어떻게 감당하는지, 재료비는 얼마나 쓰는지 다 계산이 되어야 한다. 저자는 ‘공헌이익’이라는 개념을 강조하는데, 그게 쉽게 말하면 한 그릇당 얼마나 이익이 남는지를 보는 방식이다. 음식점은 5년 안에 절반이, 10년 안에 90%가 망한다고 한다. 수치만 보면 무섭다. 특히 그냥 “회사 때려치고 가게나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시작하면 거의 망한다고 딱 잘라 말한다.
자본이 없는 사람은 결국 ‘벽돌 쌓듯’ 해야 한다. 처음부터 거창하게 하지 말고, 작은 규모로 차근차근 안정화시키는 게 현실적인 전략이다. 장사에서 가장 위험한 건 무계획이다. 시작 전에 계획이 없으면 결과는 거의 폐업으로 끝난다. 이건 겁주는 얘기가 아니라 저자가 몸으로 겪은 현실이다.
레드오션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는데, 그 표현이 너무 현실적이다. 경쟁이 피로 피를 씻는 것 같다고 말하는데 표현이 너무 리얼하게 다가왔다. 주변 가게들, 프랜차이즈, 배달앱, 모든 게 경쟁자다. 그런 상황에서 살아남으려면 차별화가 필수다. 저자는 다윈의 말도 인용한다. “강한 자가 아니라, 변화할 수 있는 자가 살아남는다.” 비즈니스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변하지 않으면 망한다는 건, 현실을 조금이라도 경험한 사람이라면 다 공감할 수 있다.
책에는 ‘좀비 기업’ 얘기도 나온다. 회사를 다닐 때 계속 적자만 나던 곳이 결국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거절당하고 망했던 경험을 이야기한다.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끝난 회사. 정부와 은행이 억지로 숨만 붙여놓는 기업들. 그렇게 연명하다가 결국 터지는 거다. 이런 이야기들이 책에 솔직하게 담겨 있다.
장사를 하다 보면 머리보다는 몸이 먼저 지친다. 저자도 그런 경험을 했는지, 하루 6시간만 일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 고민했다고 한다. 라면집을 운영하면서도 본업인 회계사, 세무사, 법무사 일도 같이 한다. 심지어 와인 가게, 부동산 임대, 격투기 강사 같은 일도 겸업하고 있다. 요즘은 하나만 하는 시대가 아니라고 말한다. 피터 드러커가 말한 ‘겸업’이라는 개념도 소개되는데, 여러 가지 일을 병행하면서 안정성을 확보하는 게 현실적인 삶의 방식이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최근에는 ‘시간제 임대 음식점’도 늘고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낮에 영업 안 하는 술집을 시간제로 빌려 라면이나 카레를 파는 식이다. 공간을 나누는 방식으로 임대인도, 임차인도 서로 이득을 보는 구조다. 이런 유연한 운영 방식은 예비 창업자에게 꽤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이 책은 결국 숫자 이야기다. 그런데 이상하게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다. “회계는 지루하고 딱딱하다”는 고정관념이 있는데, 이 책에서는 숫자보다 삶이 먼저 보인다. 얼마 벌어야 가게를 유지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지출을 줄일 수 있는지, 이런 계산이 당연하면서도 필요하다는 걸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만든다.
퇴직 후에 음식점 차리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도 다룬다. 퇴직금 몰빵해서 가게 차렸다가 금방 문 닫는 일이 너무 많다고 한다. 대부분 자금이 바닥나서 그런 거다. 창업 전에 “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야 한다. 매출이 안 나올 가능성도 생각해야 하고, 가게를 꼭 내야만 하는지도 고민해봐야 한다. 지금은 온라인으로도 장사할 수 있는 시대다.
읽다 보면 이 책이 단순히 라면집 창업기에 그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다.
음식점이라는 구체적인 예를 통해 경영의 기본, 회계의 기초, 그리고 장사하는 마음가짐까지 골고루 담겨 있다.
이시도 류는 회계를 잘 아는 사람으로서, 그걸 직접 장사에 적용해 본 사람이다.
그만큼 말이 실리고 사례가 살아 있다.
결국 이 책은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열정만으로는 안 된다. 숫자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오래 하고 싶다면 계속 바뀔 준비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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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익출판'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퇴직 후에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 퇴직금을 쏟아부어 음식점을 오픈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대체로 오래 가지 못한다. 이는 퇴직 후에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행동 중 하나다. 사실 음식점은 아주 쉽게 문을 닫는다. 새로 생긴 음식점이 어느 날 갑자기 문을 닫거나 다른 종류의 음식점으로 바뀌어 있는 광격을 자주 목격했을 것이다. 사업을 계속해나갈 수 없는 이유는 돈이 다 떨어졌기 때문이다. 지출과 수입의 균형이 무너져 회수하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많아지면 머지않아 자금이 바닥나고 만다. 음식점은 그렇게 되기 쉬운 대표적인 업종이다. 지금까지 그 이유는 틈틈이 설명했는데, 여기서 다시 한번 더 정리해보자. - P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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