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지 않으려 애쓰는 너에게
예원 지음 / 부크럼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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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넘어짐의 연속이다.

중요한 건 우리가 얼마나 자주 넘어졌느냐가 아니라, 그 뒤에 어떻게 다시 일어나느냐다. 예원 작가의 에세이 『무너지지 않으려 애쓰는 너에게』는 이 단순한 진실을 정직하고도 따뜻한 언어로 풀어낸다. 이 책은 찬란한 다짐보다 흐릿한 하루하루를 어떻게 버티고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울지 않고 견디는 법이 아니라, 울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책이다.

책의 초반부에는 어린 시절의 기억이 나온다. 아스팔트 위, 운동장, 계단에서 넘어지기 일쑤였던 그 시절. 무릎이 까지고 손바닥이 따끔거릴 때마다 우리는 울며 아파했지만 금세 벌떡 일어나 다시 뛰었다. 작가는 그 기억을 꺼내며 말한다. “상처 난 부위를 씻고 소독할 땐 여전히 쓰라리지만, 이제는 알아요. 이 고통이 끝이 아니라 새살이 돋는 시작이라는 걸요.” 그러니 넘어졌다고 울고만 있을 수는 없다. 모래를 털고 다시 달리는 것, 그것이 우리가 계속 나아가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작가는 자신에게 묻는다. “왜 완전한 행복이 와야만 내 인생이 제대로 흐르는 거라고 믿었을까?” 사실 우리에겐 매일매일이 하나의 기회다. 행복은 도착지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에 있다. 오늘 하루가 바로 내 인생의 일부라는 걸 깨달을 때, 삶은 더 이상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채워가는 것’이 된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작가가 자신의 약하고 서툴렀던 순간들을 숨기지 않고 드러낸다는 점이다. 안 될 인연을 붙잡기 위해 밤새 고민하고, 떠나려는 사람에게 매달렸던 날들. 이루지 못할 꿈을 놓지 못해 스스로를 상처냈던 시절. 하지만 결국 깨달은 건 명확하다. “일어날 일은 막아도 일어나고, 떠날 사람은 붙잡아도 떠난다.” 아등바등할수록 상처는 깊어지고, 붙든 손에 남는 건 쓰라림뿐이다. 그래서 이제는 흘려보내는 법을 배운다. 움켜쥔 감정에서 힘을 뺄수록 마음은 오히려 가벼워진다.

불안이라는 감정도 마찬가지다.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볼 때 느껴지는 아찔함이 있다. 단단한 바닥을 딛고 서 있어도 아래를 보면 떨어질 것 같다는 불안. 바로 그때 필요한 건 시선을 멀리 돌리는 것이다. “가까운 곳을 보지 말고 멀리 봐라.” 불안이 커질 때는 코앞의 문제에만 시선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고개를 들어 먼 미래를 바라보면 그 두려움은 조금씩 옅어진다. 불안이 다시 나를 찾아올 때, 아득히 펼쳐진 저 멀리의 풍경을 보는 시선으로 바꿔보자.

이 책에는 감정에 대한 진솔한 통찰도 담겨 있다. “감정은 지나가고 나는 남는다.” 이 문장은 우리에게 중요한 사실 하나를 일깨운다. 힘든 감정을 억지로 없애려 하지 말고, 그대로 흘려보내도 괜찮다는 것. 누군가를 용서하고 이해하는 일이 꼭 그 사람을 위한 선택일 필요는 없다. 오히려 그것은 나 자신을 고통에서 풀어주는 방법이다. 부정적인 감정에 붙잡혀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결국 상처 입는 건 나 자신이라는 걸 우리는 어느 순간 깨닫게 된다. 그래서 작가는 말한다. 한 번뿐인 인생에서 아프고 불행한 감정에만 머무르기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너무 아깝다고.

그리고 또 하나의 중요한 통찰은, 우리는 자신의 문제에는 유난히 약하고 타인의 문제에는 오히려 냉정하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그 문제가 ‘나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저자는 말한다. “타인은 내 고민보다 나 자신에게 집중한다. 그러니 나도 내 문제를 멀리서 바라보자. 나는 이 고민을 어떻게 헤쳐 나갈 사람일까?” 그렇게 한 발짝 떨어져서 스스로를 바라보는 시선은 삶을 훨씬 더 유연하게 만든다.

책을 읽다가 유독 마음에 깊이 박힌 문장이 있었다. “반짝이던 감정은 어디로 갔을까?”

한때는 무언가에 푹 빠져 밤을 새워도 피곤한 줄 몰랐고, 가슴 뛰는 설렘을 안고 무언가를 해보려는 열정이 분명 내 안에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감정들이 도무지 떠오르지 않는다. 마치 감정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빼쪽빼쪽 말라가는 식물의 줄기처럼 건조하고 무기력한 날들이 이어진다.

저자 역시 예전엔 어떤 존재의 장점에 빠져들고, 열정적으로 좋아할 수 있었던 사람이었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일상의 반복 속에서 그 감정들을 점점 잊고 살아왔다. 그러다 어느 순간 깨닫는다. “지금까지 내 삶을 이끌어온 건, 무언가를 열렬히 좋아하는 힘이었다.”

삶을 다시 반짝이게 하고 싶다면, 우리는 그 감정을 잊지 말아야 한다. 먼지 쌓인 채 방치되어 있던 취미를 다시 꺼내고, 그 위에 색을 입히듯 다시 마음을 되살려야 한다. 좋아하는 것을 기억하고, 다시 좋아하려는 노력에서 삶의 생기가 시작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단단하기만 한 삶으로는 충격을 버티기 어렵다.

저자는 “골프공처럼 단단하면 충격에 금이 가지만, 탱탱볼처럼 유연하면 다시 튀어 오를 수 있다.”고 말한다. 충격은 우리를 꺾는 것이 아니라, 되려 더 높이 오르게 하는 탄력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인생은 단단함보다 유연함으로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가 분명하게 전해진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가장 강렬한 문장은 ‘다짐’에 관한 부분이다.

“넘어졌다고 멈추지 않겠다. 울더라도 일어나 걸으며 울겠다.”는 그 결의와 다짐이 강력하게 다가온다.

누군가가 나의 미래를 비웃더라도 나조차 알 수 없는 내 가능성을 누가 감히 쉽게 정의할 수 있나?.

그러니 우리는 의심 대신 다짐으로 무장해야 한다.

결국 찬란한 날이 왔을 때 우리를 비웃던 사람들은 눈이 부셔 똑바로 서 있지도 못할 것이다.

저자는 “당신만의 유일하게 허락된 중독을 찾아보라.”고 말한다.

그것은 단지 취미나 관심사가 아니라 나를 지탱해 주는 기둥이자 살아갈 이유를 말한다.

잊고 있던 좋아하는 것들을 꺼내 먼지를 털어내는 일, 그것은 결국 내가 나를 다시 살아 있게 만드는 일이다.

『무너지지 않으려 애쓰는 너에게』는 삶에 지쳐 주저앉은 사람들이나 무너지지 않으려 애쓰는 모두에게 다정하게 위로를 건네는 책이다. 울고 있는 사람에게 “다 울었으면 이제 같이 걸어가자”고 조용히 손을 내밀어 주는 책이다. 삶이 자꾸 나를 시험해 올 때 이 책은 곁에서 울어도 괜찮다고, 그럼에도 괜찮다고 말해준다. 그래서 이 책은 누군가에게, 그리고 지금의 나에게 단단한 위로가 된다.

'부크럼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어릴 적, 친구들이나 친척 동생들과 놀다 보면 허구한 날 넘어지는 게 일상이었어요.
아스팔트 길바닥이든, 운동장이든, 계단이든 가리지 않고 넘어져 매일 무릎과 손바닥이 까지고 피가 맺히곤 했죠. 밀려오는 뜨겁고 쓰라린 고통. 처음엔 아파서 울기도 했고, 넘어지며 짚은 손바닥이 따끔거려 한동안 안 일어설 엄두조차 내지 못했어요. 하지만 나이가 들고 넘어지는 횟수가 줄어들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나도 모르게 금방 털고 일어나게 되더라고요.
아픈 것보다 창피한 게 우선인 나이가 되어 버린 거죠.

물론 상처 난 부위를 씻고 소독할 때면 여전히 쓰라림에 심장이 콩닥거리기도 하지만, 이제는 알아요.
이 고통이 나를 벼랑 끝으로 모든 것이 아니라 새살이 돋게 해 줄 거라는 걸요. 괜찮아질 거라는 걸요.

그래서 넘어졌다고 울고만 있을 순 없어요. 벌떡 일어나 바지며 손에 묻은 모래와 흙을 툭툭 털어내고 멋쩍게 웃어 보이는 거예요. 그럴 수도 있으니까. 그러니 더 달려야죠.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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