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속담공주 나라를 구하다 ㅣ 맛있는 우리말 꿀꺽! 시리즈 1
김숙.박소명.성현정 지음, 권영묵 그림 / 북뱅크 / 2025년 7월
평점 :

참말왕국 왕과 왕비는 옛이야기를 유난히 좋아했다.
그래서 자신들의 첫 아이가 태어나자 ‘바리’라는 이름을 붙인다.
이 대목을 읽으며 나는 “어? 옛이야기를 바리라고 불러?”하고 고개를 갸웃했다.
바리라는 이름이 단지 ‘옛날 이야기’라는 뜻일까? 찾아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바리’는 우리가 흔히 접하는 무속 신화 『바리데기』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여기서 ‘바리’는 ‘버림받은 아이’, ‘버려진 존재’를 뜻한다. ‘버리다’라는 동사에서 파생된 이 이름은 곧 ‘상처받은 존재’나 ‘시련을 겪는 존재’라는 의미를 내포한다. 실제로 『바리데기』의 주인공은 태어나자마자 버림받지만, 오랜 여정을 거쳐 생명의 물을 찾아 부모를 살리고 구원의 존재로 거듭난다. 이 이야기는 신화적이지만 동시에 인간적인 성장담이기도 하다.
그래서 생각해본다. 만약 이 책 『속담공주 나라를 구하다』의 주인공 이름이 정말 그런 의미까지 담고 지어진 것이라면? 단지 예쁜 이름, 혹은 ‘옛이야기’라는 추상적 개념을 담은 게 아니라, 바리공주 역시 무언가 큰 고난을 겪고 그것을 극복해내는 여정을 걷게 될 것이라는 예고처럼 느껴진다. 그건 예감이기도 했고, 예언이기도 했다.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된다.
『속담공주 나라를 구하다』는 제목 그대로, 속담을 주제로 한 판타지 동화다. 속담공주 바리는 어느 날 사라진 부모님을 찾기 위해 떠난다. 그 여정에서 만난 ‘속담나라’는 특별한 세계다. 이곳에선 속담이 곧 현실의 법칙처럼 작용하고, 말이 곧 사건이 된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같은 말들이 실제 상황으로 벌어지는 공간이다. 바리는 그 속담의 의미를 머리로 배우는 게 아니라 온몸으로 부딪히며 익힌다.
속담이 현실로 구현된다는 설정은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다. 단순히 속담을 외우게 하거나 설명하는 대신,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의미를 체험하게 한다. 예컨대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은, 아무리 좋은 것이 많아도 그것을 어떻게 연결하고 쓰느냐가 중요하다는 점을 사건을 통해 보여준다. 이런 방식은 아이들에게도, 어른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긴다.
또한 속담나라를 위협하는 악당이 ‘속담을 없애려는 자’라는 설정도 흥미롭다. 이는 속담이 오랜 공동체의 삶에서 나온 지혜라는 점을 강조한다. 속담이 사라지는 건 말의 질서와 공동체의 윤리가 무너지는 것과 같다. 이 책은 그 위험을 바리공주의 여정을 통해 상징적으로 그려낸다.
무엇보다 바리공주가 겪는 이야기들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마주치는 갈등과 고민을 닮아 있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로 상처를 받기도 하고, 아는 것 같지만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말들에 부끄러움을 느끼기도 한다. 바리는 그런 말들의 진짜 의미를 이해해가며 성장하고, 마침내 사라진 부모님과 속담나라를 구하는 데 이른다. 이는 버림받은 존재가 결국 세상을 구하는 존재가 된다는 바리데기 신화와도 절묘하게 연결된다.
이 책은 속담을 살아 있는 이야기로 바꾸고, 아이들이 직접 겪고 느끼며 배울 수 있도록 설계된 창의적인 동화다. 특히 속담을 설명하는 대신 경험하게 한다는 점에서 교육적 효과도 뛰어나다. 또한 어른들에게도 잊고 있던 말들의 무게와 의미를 다시금 떠올리게 만든다.
속담이란 결국 살아온 삶의 응축이다. 오래된 말이 아니라, 여전히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말들이다. 『속담공주 나라를 구하다』는 그 사실을 어린이 독자들에게는 흥미롭게, 어른들에게는 따뜻하게 되새기게 해주는 이야기다. 그리고 버림받은 이름 바리는 결국 지혜를 되찾는 이름으로 기억된다.
+ 그리고 이 책에는 후반부에 이야기 속에 나오는 속담을 모두 담았다.
모르는 속담은 해당 부분을 참고하시면 될 것 같다.
이 책을 추천하는 사람
- 속담을 재미있게 알려주고 싶은 부모님
- 이야기 속에서 삶의 교훈을 체험하게 하고 싶은 선생님
- 말의 의미를 직접 겪으며 배우고 싶은 초등학생 독자
- 무심코 넘긴 말들이 다시 마음에 닿기를 바라는 모든 어른
ㅡ
'북뱅크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우리 참말왕국에는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는 속담이 있어요.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는 뜻이지요. 하지만 떨어져서 다쳤을지도 모른 친구들 보고 웃은 건 잘못이에요. 정말 미안해요. - P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