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의 언어 - 공감을 무기로 소리 없이 이기는 비즈니스 심리 전략
유달내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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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은 왜 이렇게 어려울까?

아무리 논리적으로 말해도 상대는 설득되지 않고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기 바쁘다.

오히려 더 완강해지는 순간들을 우리는 자주 경험한다.

유달내 작가의 『설득의 언어』는 이러한 복잡한 설득의 세계를 심리학과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바탕으로 분석한다. ‘왜 사람은 쉽게 설득되지 않는가’에서부터 ‘어떻게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가’까지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한다.


가장 먼저 저자는 설득이 잘 통하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를 설명한다.

대표적인 것이 ‘심리적 반발 이론’이다. 인간은 자신의 선택권이 제한되거나 강요받는다고 느끼는 순간, 본능적으로 저항하려는 심리가 발동한다. 이른바 ‘로미오와 줄리엣 효과’처럼, 주변의 반대가 거셀수록 오히려 더 고집을 부리게 되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이걸 꼭 해야 해요”라고 강하게 주장할수록, 상대는 ‘지금 내 자유가 침해받고 있다’고 느끼며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다.

또 하나의 장벽은 ‘인지부조화’다. 사람들은 자신이 믿는 신념이나 태도, 행동이 서로 충돌할 때 불편함을 느끼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인지적으로 왜곡된 판단을 하곤 한다. 레온 페스팅거는 종말론을 믿던 시카고의 광신도 집단을 연구하며 이 이론을 입증했다. 지구가 멸망하지 않자 이들은 오히려 “우리의 기도가 닿아 신이 한 번 더 기회를 준 것”이라며 신념을 강화했다. 이처럼 설득은 단순히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기존 신념이 강할수록 반발도 강해진다.

그렇다면 효과적인 설득은 어떻게 가능할까?

저자는 “설득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설득하지 않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이는 상대를 밀어붙이지 말고, 상대가 스스로 ‘납득했다’고 느끼게 만드는 구조를 설계하라는 뜻이다.

납득은 타인의 말이나 행동, 상황을 이해하고 긍정하는 능동적인 상태다.

설득이 ‘되는 것’이라면, 납득은 ‘하는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상대가 자신의 판단으로 선택했다고 느끼게 하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이다.


이런 납득의 설계를 위해 필요한 전략 중 하나가 ‘선택지 구조화’다.

선택지는 MECE(Mutually Exclusive, Collectively Exhaustive) 원칙에 따라 겹치지 않으며 누락 없이 구성돼야 한다. 또한 유인효과와 타협효과를 활용해 결정의 흐름을 유도할 수 있다.

예컨대, 덜 매력적인 옵션을 하나 추가하면 주 옵션이 더 좋아 보이는 유인효과,

극단적 옵션 사이의 중간 지점을 사람들이 선호하는 타협효과 같은 것이다.

설득에는 ‘시간’도 관건이다.

마감 기한이라는 압박은 결정을 이끌어내는 도구가 될 수 있지만, 과도하면 반발을 부른다.

허브 코헨이 강조하듯, 협상에서 시간은 정보와 힘만큼 중요한 요소다.

다만 마감 시한을 제시할 때는 상대가 내용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도록 정보의 복잡성을 조절하고, 보고 시점을 조율해야 한다. 설득의 목표는 상대를 몰아붙이는 것이 아니라, ‘결정권자 스스로 판단했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어야 한다.

자신감이 지나친 상대를 설득하는 경우도 까다롭다.


과신 편향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이 안다고 믿는 심리로, 리더나 상사일수록 이런 경향이 강하다. 이때는 설명을 장황하게 늘어놓기보다 핵심 메시지를 두괄식으로 전달하고, 큰 그림 위주로 이야기해야 한다. 하지만 반대 입장을 가진 상대라면 오히려 미괄식으로 논거를 쌓아가며 결론을 뒤에 제시하는 방식이 설득력을 높인다.

동조효과’ 역시 설득의 중요한 요소다. 주변 사람들이 같은 의견을 가진다면 우리는 그쪽으로 기울게 된다. 설득하고자 하는 상대가 누구의 영향을 받는지를 미리 파악하고, 그들의 지지를 확보해두는 전략은 매우 효과적이다.


설득은 또한 감정, 즉 욕구와도 연결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설득의 3요소인 에토스(신뢰), 파토스(감성), 로고스(이성) 중 파토스는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에서 특히 중요하다. IT 시스템 도입을 예로 들면 “이 시스템은 비용을 절감합니다”보다는 “가장 싫었던 업무를 덜 수 있습니다”라는 방식이 더 강력하게 다가온다. 결국 사람을 움직이는 건 논리가 아니라, 욕구와 의미다.

상대가 어려운 과제나 도전에 대해 망설일 때는, ‘문간에 발 들여놓기(FITD)’ 전략이 유용하다.

먼저 작은 요청을 수락하게 만든 뒤, 점차 더 큰 요청을 이어가며 설득력을 높인다.

이는 사람들이 ‘나는 이런 사람이지’라는 자기 인식을 일관되게 유지하려는 심리를 활용한 기법이다.

이 책은 또한, ‘같은 그림을 상상하게 하는 설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상대와 공감하는 능력, 특히 페르소나 설정이나 고객 여정 지도 등을 통해 상대의 입장에서 사고하고 설득 구조를 짜는 것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비유와 사례는 구체적 상상을 돕는 강력한 도구가 된다.


마지막으로, 설득은 결국 ‘프레임의 싸움’이다.

정보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판단은 달라진다.

동일한 사실도 ‘이익의 프레임’으로 제시할지, ‘손실의 프레임’으로 제시할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예컨대, “1000만 원을 벌 수 있습니다”보다는 “1000만 원을 날릴 수 있습니다”라는 표현이 더 강하게 작용하는 것이 바로 손실회피 편향 때문이다. 하지만 손실 프레임을 사용할 때는 구체적 해결 방안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불안만 증폭되고 설득은 실패로 끝날 수 있다.

종합적으로 유달내 저자의 『설득의 언어』는 단순한 말의 기술이 아닌, 인간 심리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관계의 기술’을 가르쳐주는 책이다. 이 책은 우리가 누군가를 설득하려는 순간, 결국 그 사람의 입장과 욕구, 감정, 사고방식을 얼마나 깊이 들여다보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되새기게 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말보다 마음이 설득의 핵심임을 자연스레 깨닫게 된다.

'인플루엔셜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설득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설득하지 않는 것’이다.
설득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설득하지 말라니, 이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말 그대로 설득하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다. 상대방이 설득당하게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납득’할 수 있는 설득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납득(納得)이라는 단어는 국어사전에서 "다른 사람의 말이나 행동, 형편 따위를 잘 알아서 긍정하고 이해함"이라고 정의한다. 설득은 ‘되는’ 것이고 납득은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납득할 수 있는 설득 커뮤니케이션은 설득의 대상이 주도적으로 정보를 취합해 주체적으로 결정하고 있다고 ‘느끼게’ 배려하는 커뮤니케이션이다. -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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