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른은 적도 편도 만들지 않는다 - 가까워도 상처 입지 않고 멀어도 외롭지 않은 관계 수업
장서우 지음 / 청림출판 / 2025년 6월
평점 :

이 책을 처음 펼칠 때, 나는 또 하나의 인간관계 기술서일 거라 예상했다. 갈등 상황에서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좋은 사람으로 보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그런 실용적인 조언들이 나열된 책. 그런데 『어른은 적도 편도 만들지 않는다』는 좀 달랐다. 서문부터 마음에 잔잔하게 내려앉는 무언가가 있었다.
대부분 인간관계에 관한 책을 쓴 저자라고 하면 외향적이고 사교적인 사람일 거라 생각하지만, 저자는 정반대다. 내향적이고 조용하며, 낯선 사람을 대할 때 어색함을 느끼는 사람. 그런데 그 어색함을 감추지 않고 살아온 시간들이 오히려 더 편안한 관계를 만들어줬다고 고백한다. 나는 이 대목에서 큰 위로를 받았다.
사실 나도 겉보기엔 외향적으로 보일지 몰라도, 낯선 이들 사이에선 쉽게 긴장한다. 어색한 공백을 메우기 위해 말을 억지로 꺼내고, 때론 기계처럼 말하고 웃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멈출 수 없었다. 다행히 시간이 흐르면서 어색함을 견디는 힘이 조금은 생겼다. 침묵이 어색하지 않은 순간도 생겼고, 관계에서도 내가 먼저 조급해지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변화는 단지 시간이 지나서가 아니라, 나를 돌아보고 생각을 거듭해온 결과라는 걸 이 책을 통해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종종 좋은 관계를 위해 더 많은 사람의 호감을 얻으려 애쓴다. 하지만 저자는 말한다. 어른은 편을 가르지 않는 사람이라고. 누군가를 편에 두기 위해 다른 누군가를 적으로 삼지 않는 사람. 어색함을 감추려 애쓰지 않고, 관계에 선을 긋기보다 경계를 흐리며 살아가는 사람. 그게 진짜 어른이라고.
책에는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의 “모든 고민은 결국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는 말이 반복된다. 저자는 이를 바탕으로 우리가 관계 속에서 겪는 감정의 진동에 이름을 붙이고, 그것을 이해할 언어를 건네준다.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사교성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며 고독의 가치를 강조했고, 심리학자 존 볼비는 ‘회피형 애착’을 통해 적당한 거리감의 중요성을 알려줬다. 타인의 마음을 읽는 능력을 설명한 ‘마음 이론’이나, 때로는 진실보다 선의의 거짓말이 관계를 지키기도 한다는 버트런드 러셀의 주장도 책 안에서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 나온 한 문장이다. “우리가 누군가를 미워한다면, 그것은 우리 안의 무언가를 그에게서 발견하기 때문이다.” 이는 심리학에서 말하는 ‘투사’ 개념과 맞닿아 있고, 책은 이런 심리적 구조를 통해 나를 돌아보게 만든다.
『어른은 적도 편도 만들지 않는다』는 인간관계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 시선, 마음의 방향을 부드럽게 바꿔준다. 항상 다정할 필요도, 언제나 현명할 필요도 없다. 중요한 건 나답게 존재하며, 억지로 편을 나누지 않는 태도다. 그렇게 살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우리는 ‘어른 지원자’에서 진짜 어른으로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는 건 아닐까. 삶은 결국 그런 과정의 연속이니까.
ㅡ
'청림출판'을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