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담다 - 멈추지 않은 도전, 세상을 바꾸는 이야기
김원경.김수진.이담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야기를 담다』 책의 표지에 있던 ‘멈추지 않는 도전, 세상을 바꾸는 이야기’라는 문장이 눈에 띈다.

매일경제TV <이야기 담다>에 출연한 핫피플들의 얼굴로 가득했던 이 책은,

그들을 인터뷰하면서 그들이 보는 시선과 지혜, 미래를 여는 이야기를 엿볼 수 있었다.

타인의 삶에 관심이 많던 나로서는 안볼 수가 없었던 책!


이 책은 15명의 핫피플들과 나눈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배우, 작가, 가수, 시인, 활동가까지 각자의 자리에서 삶을 버텨온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누구나 이름을 들어봤을 법한 인물들이지만, 이 책 안에서만큼은 유명인보다는 일반인의 모습에 더 가깝다. 어떤 말은 따뜻하게 다가오고, 어떤 말은 오래 기억에 남기도 했다.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인물은 시인 나태주였다. ‘풀꽃’이라는 시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해주었던 시인이다. 그런데 그의 시가 전하려던 마음은 아름다움 그 자체가 아니었다. 그는 “아프지 않은 사랑은 가짜다”라고 말했다. 사랑이란 결국 상처를 감내하며 품는 것이라는 그의 말은 시보다 더 시 같기도 했다. 술술 시를 써내려 갈 것 같은 그도, 시를 쓰면서 표현하고 싶은 것을 정확히 담아내기 위해 단어 하나를 찾기 위해 며칠이고 끙끙대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김수진 아나운서는 나태주 시인에게 “세상을 어떻게 그렇게 예쁘게 보시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세상이 아름다우면 뭐하러 아름답다고 써요. 아름답지 않으니까, 아름답게 보라고 쓰는 거지요.” 그 말 자체에 여운이 있다. 정말 그런 것 같다. 아름다움이란, 원래부터 있었던 게 아니라 그렇게 보려는 마음에서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윤하의 삶과 음악 이야기도 기억에 남았다.

윤하의 이야기는 단순히 한 명의 가수를 조명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녀는 음악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온 ‘과학적 감성’의 아티스트다. 대중가요의 평균 길이를 훌쩍 넘는 5분 1초짜리 노래 <사건의 지평선>으로 역주행 신화를 쓴 그녀는, 단순히 ‘노래를 잘하는 가수’를 넘어선다.

그녀는 노래를 ‘소비되는 콘텐츠’가 아닌 자신의 가치관을 기록하는 창구로 여긴다. 데뷔부터 일본이라는 낯선 무대에서 고군분투했고, 긴 시간 동안 꾸준히 음악과 삶을 병행하며 성장해왔다. 특히 개복치에 감정이입해 만든 곡 <태양물고기>는 그녀가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겉으로는 연약해 보이지만, 사실은 심해 800미터까지도 스스로 헤엄치는 강인한 존재. 윤하 자신이 바로 그 ‘성체가 된 태양물고기’처럼 살아가고 있다는 고백이기도 하다.

윤하는 음악을 만들 때 자연, 과학, 철학적인 개념들까지 자신의 감정과 엮어 풀어낸다. 블랙홀의 경계 ‘사건의 지평선’을 이별로 치환하고, 태양물고기와 맹그로브 나무에서 공감과 생존의 메시지를 끌어낸다. 이처럼 그녀의 음악은 가요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그 안에는 시적이고 과학적인 상상력이 살아 숨쉰다.

무엇보다 그녀의 메시지는 ‘감사함’이다. 오로라를 보고도 “지구에 있는 우리가 방사선 맞지 않게 자기장이 감싸주고 있다”며 고마움을 느끼는 사람. 그런 감정을 음악에 담아 사람들에게 위로와 빛을 전하는 사람이다. 윤하는 그렇게 자신만의 렌즈로 세상을 바라보며 노래라는 방식으로 그 시선을 나누고 있다.


책 속의 다른 사람들 역시 저마다의 언어로 삶을 이야기한다. 완벽하지 않은 하루들, 실패와 불안, 소소한 기쁨과 작지만 단단한 희망들. 그 이야기들은 묘하게 닮아 있어서, 읽는 내내 자꾸만 내 이야기를 떠올리게 만든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싶어 안심이 되고, 그렇게 다시 살아갈 힘이 생긴다.

프롤로그에 적힌 문장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누군가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은 결국 나의 삶을 돌아보는 일입니다.” 그 말처럼, 책을 다 읽고 나니 자연스럽게 나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나는 요즘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이야기를 담다』는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통해, 우리 모두가 결국 같은 감정을 품고 살아가는 평범한 존재임을 일깨워준다. 이름이 알려진 이들도 저마다의 고민과 흔들림 속에서 하루를 살아낸다는 사실은, 때로는 깊은 위로가 되고, 때로는 다시 나아갈 힘이 되어준다. 이 책은 결국, 사람의 이야기가 또 다른 사람을 단단하게 만들 수 있는 가장 진실하고 강력한 힘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전하고 있다.


'매일경제신문사(매경출판)'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 나태주 <풀꽃> 중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