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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깨기 - 원하는 것을 얻는 확실한 방법
일레인 린 헤링 지음, 황가한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6월
평점 :

일레인 링 헤링의 『침묵 깨기』는 우리가 말하지 못한 채 삼켰던 말들, 입안에서 맴돌다 사라진 진심, 침묵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수많은 순간들을 다시 되짚게 만드는 책이다. 이 책은 단지 ‘말해야 한다’는 당위가 아니라, ‘왜 우리는 침묵하게 되었는가’, ‘그 침묵은 우리 안에서 어떻게 학습되고 자리 잡았는가’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조심스럽지만 단단한 어조로, 그 침묵을 천천히 해체해 나간다.
저자 자신도 침묵했던 사람이다. 직장에서 자신의 공이 동료에게 넘어가고, 모두가 그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다. 자신마저 침묵했다. 왜 나는 그때 아무 말도 하지 못했을까? 이 질문은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근본적인 동기이자, 우리 모두가 이 책 앞에서 마주하게 되는 질문이다.
책은 침묵을 ‘개인의 성격’이나 ‘의지 부족’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침묵은 오랫동안 우리에게 주입되어온 학습의 결과이며, 문화적이고 구조적인 결과다. 저자는 우리가 자라며 어떻게 ‘말하지 않는 법’을 배우는지를 추적한다. 아이들은 하루에 125번 질문하지만, 어른이 되면 여섯 번도 하지 않는다. 우리는 질문하면 싫은 소리를 듣고, 혼나고, 눈 밖에 나게 되며, 무언가를 지켜내려면 ‘말하지 말라’는 규범을 내면화한다. 직장에서 침묵은 ‘프로페셔널함’으로 포장되며, 불편한 진실은 ‘모른 척’하는 것이 지혜처럼 여겨진다. 이처럼 침묵은 생존의 전략이자, 질서유지의 방법으로 기능해왔다.
이 책은 침묵의 역사와 문화를 개인과 사회의 다양한 층위에서 해석한다. 예를 들어, 저자는 침묵이 종교와 철학에서 어떤 의미로 다뤄졌는지를 짚는다. 힌두교의 마우나는 침묵을 수행의 한 방식으로 여겼고, 불교는 올바른 말하기를 실천하기 위해 침묵을 존중했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침묵은 종종 회피와 억압, 또는 무기력으로 기능한다. 특히 권력 구조 안에서, 주변화된 정체성을 지닌 이들이 침묵을 강요받는 구조는 더욱 견고하다. 성폭력 피해자들이 침묵하는 이유, 직장에서 부당함을 보고도 아무 말 못 하는 이유, 소수자의 목소리가 묵살당하는 현실을 저자는 사례와 연구로 설득력 있게 펼쳐낸다.
그러나 이 책은 단지 문제를 지적하고 고발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저자의 핵심 메시지는 “우리가 침묵을 선택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자동화된 반응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침묵을 이해하고, 그것이 내게 어떤 의미였는지를 성찰함으로써 비로소 다른 선택지를 가질 수 있다. 다시 말해, 우리는 침묵을 ‘버려야 하는 것’이 아니라 ‘재정의해야 하는 것’으로 다루어야 한다.
책의 후반부는 ‘목소리를 되찾는 법’에 대해 안내서처럼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말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되찾는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이미 목소리를 가지고 태어났지만, 삶의 과정에서 그것을 잃었다. 그러니 다시 연습하면 된다. 아주 작은 실험부터 시작하라고 한다. 택시 안에서 창문을 열어달라는 요청처럼 소소한 말하기에서부터 점차 자신의 욕구와 의견을 명확하게 표현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목소리를 내는 건 용기만의 문제가 아니라 훈련과 반복의 문제다.
또한, 저자는 목소리를 되찾기 위해서는 ‘자기 허락’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우리는 누군가의 승인을 기다리며 산다. 회사에서, 가정에서, 사회에서 ‘해도 괜찮다’는 허락을 받고 싶어한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우리에게 그 허락을 내려야 할 사람은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이다. ‘지금 말해도 괜찮아’, ‘나는 생각해도 되는 사람이다’, ‘나는 나의 신념대로 행동할 수 있는 존재다’라고 스스로에게 말해줘야 한다.
그리고 이 책은 한 발 더 나아가, 우리가 어떻게 ‘타인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일 수 있는가를 말한다.
침묵을 깨는 것은 혼자만의 싸움이 아니다. 다양한 목소리들이 존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서로가 서로의 말을 들어주는 사회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저자는 목소리를 되찾는 여정에서 ‘나의 말’만이 아니라 ‘타인의 말’도 함께 존중하고 확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우리가 침묵하는 이유를 비난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침묵이 왜 생겨났는지를 따뜻하고 단호한 시선으로 이해하게 해준다. 말하지 못했던 과거의 나를 부끄러워하기보다는 이제는 말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격려하고, 용기를 낼 수 있도록 작은 실천을 제안한다.
『침묵 깨기』는 다음과 같은 사람들에게 특히 추천한다.
- 불편한 상황에서 말하지 못한 적이 있는 사람
- 조직 내에서 부당한 상황을 목격하고도 침묵했던 사람
- 사회적 약자, 소수자, 여성으로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느꼈던 사람
- 리더로서 조직의 ‘침묵 문화’를 바꾸고 싶은 사람
- 자신의 목소리를 되찾고 싶은 사람
이 책은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단순히 소리를 높이는 일이 아니라고 이야기 한다.
침묵이 어떻게 내 안에 들어와 있었는지를 성찰하고, 그 침묵을 이해함으로써 분명한 선택을 할 수 있게 된다. 말하는 법을 가르쳐주기보다 말할 수 없었던 나를 먼저 안아 준다. 그 뒤에서야 비로소 우리는 목소리를 갖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결코 혼자의 싸움이 아니라 함께 세상을 바꾸는 목소리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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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에이치코리아(RHK)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당신이 결과를 견딜 수 있고 계산된 위험만 감당하면 되는 실험으로 시작해라. 나의 작은 실험은 택시 운전사에게 택시 안이 답답한데 창문을 열어 줄 수 있냐고 물어보는 것이었다. 어이없다는 거 나도 안다. 하지만 학습된 침묵이 워낙 뿌리 깊었기에 그 정도로 작은 것에서 시작해야 했다. - P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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