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자궁 맑음
권용순 지음 / 고유명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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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출 없는 자궁보존 수술 세계 최초 개발!

자욱 수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의사 권용순이 전하는 자궁 이야기


『오늘 자궁 맑음』은 한 명의 산부인과 전문의가 ‘의사로 산다는 것’의 본질을 끊임없이 되묻고, 스스로의 진료 철학과 신념을 꿋꿋이 지켜온 기록이다. 권용순이라는 이름은 자궁을 적출하지 않고 보존하는 세계 최초의 수술법, TOUA(Transient Occlusion of Uterine arteries, 일시적 자궁동맥차단술)를 개발한 인물로 기억되지만, 이 책은 단지 의학 기술의 성취를 넘어, 사람을 돌보는 마음과 의료 윤리에 대한 깊은 사유를 담고 있다.

2011년, S시의 한 병원에서 시작된 TOUA 수술은 출혈을 최소화하며 자궁을 온전히 보존하는 획기적인 방식이었다. 이 수술은 단순한 시술의 발전이 아니라, ‘출산이 끝난 여성의 자궁은 더 이상 필요 없다’는 의료계의 냉정한 통념에 맞선 저항이었다. 권용순은 자궁이 단지 생식기관이 아니라 여성의 삶과 정체성을 구성하는 중요한 부분임을 강조하며, 그것을 지켜내기 위한 마음으로 이 수술법을 만들었다.


환자들이 그를 찾는 이유도 단순히 명성 때문이 아니었다. 기존 치료 방식에 동의하지 못한 이들이 절박한 마음으로 그의 진료실 문을 두드렸고, 진료 후기를 통해 희망을 발견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병원을 찾아왔다. 그런 기대에 보답하기 위해 그는 진료와 연구에 몰두했고, 편파적인 국내 학회 대신 유럽과 선진국의 학술 무대를 택해 자신만의 길을 걸었다.

권용순은 명예나 커리어, 큰 병원의 권위보다 진짜 환자 곁에 있는 길을 선택했다. 학회의 위계 질서에 순응하기보다는 환자와의 관계를 우선시했고, ‘좋은 명함’을 얻기 위한 줄서기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묵묵히 걸어갔고, 그렇게 진료실을 지키는 동안 수많은 환자들의 마음을 얻었다.


지방 병원에서 진료와 수술에 전념할 당시, 그의 진료는 입소문을 타고 퍼졌고, 병원 외래는 환자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수술 실적은 수백 퍼센트 증가했지만, 그는 자만하지 않고 늘 하루하루를 처음처럼 성실히 채워갔다.

그는 화려한 자리를 좇지 않았다. 몸이 아파도 쉴 수 없는 의료 현실, 아픈 동료조차 챙기기 어려운 병원의 구조는 그에게 큰 무력감을 안겨주었다. 결국 병원을 나왔지만, 다시 진료실로 돌아갔다. 일이 즐겁거나 편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가 거기라는 확신 때문이었다.

그는 국내 학회에서의 정체된 권력과의 갈등을 피하고자 국제 학회로 눈을 돌렸고, 보다 공정한 평가 환경 속에서 수술법과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의사가 안정적인 직장과 복지를 좇는 시대에 그는 오히려 ‘이상적인 의료’를 향해 거꾸로 걸어갔다. 주변에서는 “너무 바르게 살아서 걱정된다”는 말도 들었지만, 그는 단 한 번도 그 길을 후회하지 않았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방식으로 환자를 대하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책의 후반부는 의료계의 현실과 조직의 이기심, 그리고 그 안에서 느낀 분노와 고립감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아픈 동료를 외면하는 분위기, 누군가가 일을 그만두면 ‘왜 나만 손해 보느냐’는 식의 시선들은 그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 의사의 숭고한 희생정신이 허울로만 존재하고, 이를 뒷받침할 시스템은 부재한 현실 속에서도 그는 신념을 꺾지 않았다. “진짜 의사는 환자 곁에 있어야 한다”는 그의 믿음은 끝까지 흔들리지 않았다.

저자는 환자를 단순한 치료 대상이 아닌 하나의 사람으로 바라보았다. 그 진심은 결국 수많은 환자들을 그의 진료실로 이끌었고, 그가 말하듯 진심은 통한다. 그래서 그는 지금도 자신만의 진료실을 묵묵히 지켜가고 있다.


『오늘 자궁 맑음』은 의사로서의 역할을 넘어, 한 인간이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어떻게 진짜 삶을 살아가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저자는 말한다. 진짜 의료란 조직의 권위나 관행에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목소리에 가장 가까운 곳에서 묵묵히 자신만의 진료를 이어가는 데 있다는 것을. 이 책은 그 믿음을 증명해온 한 의사의 고단하지만 단단한 여정을 통해, 진심이 결국 가장 강한 힘이 된다는 사실을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전한다.


'고유명사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대자연 속 생물들은 저마다 다른 삶을 살다가 생을 마감하고, 다시 새로운 생명이 태어난다. 인간도 탄생과 사멸을 반복하면서 인간 존재 의미를 얻게 된다. 그러나 인간은 인간 중심의 세계관과 우주관을 가지고 있다. 세상의 중심이 자신이라는 생각으로 주변을 통제하고 자신만을 위해 살아간다. 나 역시 그런 사람이다. 그러나 나는 인간의 삶이 유한하다는 것을 이해하기에 주변의 사회적 관계를 통해 강요되는 삶의 방식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 때로는 주변의 거센 반박에 부딪혀 내 삶의 방식을 바꾸기도 하지만, 절대 굴복하지는 않으려 한다. 내가 살아가는 이 유한한 삶은 주변 사람들의 영향 때문에 낭비할 만큼 하찮은 것이 전혀 아니기 때문이다.

#덫에 걸려들지 않으려면 - P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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