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의 자세 - 완벽을 권하는 세상에 맞서는 인생의 절묘한 포지션
하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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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종종 이렇게 말하며 스스로를 다그친다.

“이왕 하는 거 잘해야지.”

“이렇게 대충할 거면 시작도 하지 마.”

그 말들은 자칫 의욕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하완은 그런 생각들이야말로 스스로를 가로막는 커다란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대충의 자세』는 그런 완벽주의적 강박을 조금 내려놓고, 삶을 더 나답게 살아가기 위한 새로운 관점과 마음가짐을 담은 책이다.

하완은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부터 자신의 경험을 진솔하게 꺼내놓는다. 그는 오랜 시간 ‘게으른 완벽주의자’로 살았다고 고백한다. ㅡ 여기서 말하는 게으른 완벽주의자는 ‘완벽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선뜻 시작하지 못하고 일을 미루는 사람’을 뜻한다. ㅡ 그는 자신이 게으르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너무 완벽하고 싶다는 욕심 때문에 미루고 주저했던 순간들을 돌아본다.

“어떻게든 잘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커서 시작도 못하는 사람.”

하완은 그런 자신을 자책하지 않고 이해하려 한다. 글쓰기조차 단 한 문장을 쓰는 데도 지나치게 신경 쓰며, 완벽한 표현이 떠오를 때까지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지 못했던 과거의 자신.

그는 그런 자신을 바꾸기 위해 ‘자세’를 바꾸기로 결심한다.

“잘하려고 하지 마. 틀려도 괜찮아. 대충 하면 되는 거야.”

그는 어느 날 그렇게 스스로에게 말했고, 그 순간부터 삶이 조금씩 달라졌다고 한다. 전에는 무엇이든 완벽하게 해내야 했던 삶이었다면, 이제는 ‘대충이라도 해보자’는 생각으로 마음이 가벼워졌다. 중요한 건 결과보다도 과정이었고, 그 과정에 들어서는 데 필요한 건 높은 의지가 아니라 편안한 자세였다.

책 전체를 읽다 보면, 작가의 자기 고백이자 우리 모두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글이다.

‘나는 왜 이렇게 미루는 걸까?’ ‘왜 시도조차 하지 못할까?’ ‘왜 자꾸 움츠러들까?’라는 질문을 반복하는 독자에게 말한다.

“당신의 삶에 필요한 건 더 많은 열정이나 동기부여가 아니라, 더 편안한 자세일지도 몰라요.”

이 책의 중반부에 인상 깊었던 내용은, ‘초심 잃어버리기’에 대한 고찰이었다.

그는 단호했던 과거의 자신을 돌아본다. 절대 변하지 않겠다, 지금 이 마음을 평생 유지하겠다는 다짐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허물어지는 경험을 하며 오히려 그것이 삶을 더 낫게 만든다는 걸 깨닫는다. 처음엔 자신이 변했다는 사실에 당혹스럽고 실망스럽기도 했지만, 나중엔 이렇게 말한다.

“수많은 결심을 어겼지만, 삶이 크게 잘못되진 않았다. 오히려 결심을 지키지 않아 더 좋아진 부분도 많다.”

건축가 유현준의 말을 인용하며, 그는 소신이 굳은 사람보다 변화할 줄 아는 유연한 사람이 더 발전적일 수 있다고 덧붙인다. 자신이 틀렸다는 걸 인정하고, 상황에 따라 입장을 바꿀 수 있는 사람, 그게 이 시대의 진짜 지성인이라는 말이 위로가 된다. 저자는 “나는 고쳐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요즘은 ‘절대’라는 말을 잘 쓰지 않는다. 계속 흔들리면서 사는 것도 좋을 것 같다.”라고 말한다.

또 다른 흥미로운 대목은 ‘축의금’에 관한 이야기다.

저자는 우리가 종종 손해 보기 싫은 마음으로 삶을 계산하고 따지는 태도에 대해 지적한다.

축의금 액수 하나에도 지나치게 신경을 쓰고, 내가 얼마를 냈는지, 상대가 얼마를 돌려주는지를 비교하는 피곤한 삶에 대해 이야기 한다

절대 손해 보지 않으려는 자세로 살면 오히려 손해 보는 일이 생긴다.”고 말한다.

이 말은 단순한 금전 문제를 넘어서 인간관계 전반에 적용되는 법이다. 언제나 공정하고 정확하게 맞추려는 태도보다 가끔은 손해를 감수할 줄 아는 마음이 인간관계를 더 단단하게 만든다.

이렇듯 『대충의 자세』는 삶에 대한 철학이 담긴 에세이다. 단순히 ‘대충 살자’고 말하는 책이 아니다.

‘나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너무 무리하지 말고 살아도 괜찮다’는 메시지다.

그 말이 무책임하게 들리지 않는 이유는 작가가 그것을 삶의 실패 끝에서 체득했기 때문이다.

하완의 글은 가볍지만 결코 얕지 않다. 담담한 어조 속에서도 깊이와 진심이 느껴진다.

완벽을 향한 강박으로 지쳐버린 사람들, 결심을 어겼다고 자책하는 사람들, 삶에서 늘 이기고자 애쓰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말해준다.

“대충이라도 좋다. 그렇게 살아도 인생은 꽤 괜찮다.”

'웅진지식하우스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건축가 유현준이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자기는 심지가 굳은 사람을 싫어한다고. 심지가 굳고 소신이 강한 사람은 고집이 세고 잘 바꾸지 않으려 해서 발전이 없는 경우가 많다고 말이다. 그래서 자신은 갈대 같은 사람을 좋아한다고 했다. 합리적인 설명을 들으면 자기 생각을 바꿀 줄 아는 사람, 자신이 틀렸다는 걸 인정할 줄 아는 사람. 그런 사람이야말로 이 시대의 지성인이라고. 아! 너무 멋진 말 아닌가.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라는 말이 있다. 사람은 잘 안변한다는 걸 비꼬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변한다는 건 오히려 우리 삶에 꼭 필요한 부분이 아닌가 싶다. 그것은 유연한 것, 자연스러운 것, 갇혀 있지 않은 것이다. 나는 고쳐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요즘은 ’절대‘라는 말을 잘 쓰지 않는다. 결심 같은 걸 하는 일도 드물다. 가능하면 무언가를 정해두지 않으려고 한다. 계속 흔들리면서 사는 것도 좋을 것 같다. - P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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