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컬러 팔레트 - 경단녀에서 창업자로
김희연 지음 / 이유출판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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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 화면에서 뛰쳐나와 컬러풀한 나의 인생을 만들기로 했다. 넘어지고 부딪힐지언정 평생 나를 내버려두지 않았다. 인생의 큰 번개를 맞고 널브러졌을 때, 멍청한 판단으로 늪에 빠졌을 때, 내가 주인공이었던 무대에서 내려와야 할 때도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실은 불안해서 가만히 있지 못했던 것이지만, 그 불안이 나를 삼켜버리지 못하게 “왜?”라고 외치며 답을 구하고 다녔다.

- 프롤로그 내용 중


김희연 대표의 에세이 『내 인생의 컬러 팔레트: 경단녀에서 창업자로』는 무채색 같던 삶에서 자신만의 색을 찾아가는 여정을 담은 진솔한 기록을 담은 책이다. 한때 사회의 한복판에서 활발히 활동했던 그녀는, 결혼과 육아로 인해 어느 순간 보이지 않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 과정을 그는 그레이, 즉 회색이라는 색으로 설명한다.

그녀가 자신의 삶이 회색이라는 자각을 처음 한 건 아주 오래전, 아나운서 아카데미에서 함께 공부했던 남자 동기가 KBS에 먼저 입사하고 난 뒤 던진 말 때문이었다.

“너는 좀 그레이하잖아.”

그 말은 오랫동안 마음 한구석을 쿡쿡 찔렀다. 마치 뚜렷한 개성도, 강렬한 존재감도 없는 사람처럼 느껴지게 했다. 이후 광주 MBC 아나운서로 입사하며 전문적인 방송 경력을 쌓았지만, 결혼 후 방송계를 떠나면서 경력은 단절되었고 그의 색도 점점 바래갔다.


할 수 있는 일을 해보고 싶었지만 아무도 써주지 않았다.

그저 결국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엄마, 누군가의 며느리라는 타이틀로 나의 정체성은 완성된 것인가? 어리둥절 해졌다. 그녀는 그 시절의 자신을 그레이, 회색빛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을 회색으로만 규정짓지 않기 위해 공부를 시작했다.

이화여대 여성학 대학원에서 공부하면서 보랏빛 페미니즘을 처음 만났고,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결혼생활은 결국 이혼으로 끝났고, 생계를 위해 다시 사회에 나섰다. 컴퓨터 앞에 앉는 것도, 회사에서 이메일을 보내는 것도 낯설었지만, 그는 다시 일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한계를 느꼈다. 하지만 작은 실무를 맡으며 조금씩 감을 익혔고, 휴맥스, 웹젠, 정상JSL 등 다양한 기업에서 마케팅·PR 업무를 맡으며 커리어를 재정비해나갔다. 이후 외국계 금융사 ING, PCA, 미래에셋생명 등에서 브랜드 행사, 기업 마케팅을 총괄하게 되며 그는 비로소 ‘내 일’을 되찾았다.


그 과정에서 자신을 크리스탈 같은 사람이라 정의하게 된다. 누군가에게 날카롭게 찔러오는 칼이 되기보다는, 빛을 머금고 반사하는 사람. 이는 그가 처음으로 자신을 긍정하고, 자신의 고유한 색을 찾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이후 그는 ‘색’에 본격적으로 빠져든다. 단순히 컬러 컨설팅을 배운 것이 아니라, 컬러가 사람의 인상과 이미지, 더 나아가 삶의 태도까지 바꿀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한 것이다. 그렇게 2019년, 그는 퇴직금으로 퍼스널 컬러 컨설팅 회사 ‘브랜미’를 창업한다.


브랜미는 단순한 이미지 컨설팅 기업이 아니었다. 그녀는 동료들과 함께 전국을 돌며 강연과 컬러 진단 워크숍을 진행했고, 기업 브랜드 컨설팅까지 확장해 나갔다. 창업 초기에는 카드 한도 100만 원으로 버텨야 했고, 악성 리뷰와 코로나19로 인한 직격탄도 맞았지만, 그는 이를 모두 버텨냈다. 온라인 사업 실패 후에는 오히려 초심으로 돌아가 고객과의 ‘현장 접점’을 더 강화했다.

그녀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명확하다. 인생은 누구에게나 색이 있다. 때론 흐릿하고, 때론 선명하며, 어떤 날은 투명하거나 반짝이는 골드 같기도 하다. 중요한 건 그 색을 ‘다시 꺼내어 보는 용기’다.

흰색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아무 색도 입히지 않은 캔버스처럼 가능성으로 가득한 상태. 금색은 존엄성과 성취의 색이며, 회색은 의미 없던 시절이 아니라 지나간 시간 속에서도 존재했던 자신만의 ‘톤’이었다는 것이다.


그녀는 말한다.

“나는 단지 무채색 같던 시절에서, 나의 색을 찾아온 사람이다. 누구든 퍼스널 브랜딩을 통해 자신만의 색을 찾을 수 있다.”

이 책은 그런 변화의 과정을 감성적으로, 또 실용적으로 기록한 자기만의 인생 팔레트다.

『내 인생의 컬러 팔레트』는 단순한 에세이 이상의 책이다. 자기 색을 잃어버렸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다시 팔레트를 손에 쥘 수 있도록 돕는 응원서다. 결국 인생은 회색으로 지워지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색으로 덧칠될 수 있는 무한한 여정이다.


'이유출판'을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내게 늘 불안을 주는 네 가지 문제가 있었다. 첫째,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잘 사나. 둘째, 남녀 간에 어떻게 살아야 평화스럽게 살까. 셋째, 여자의 지위는 어떠한 것인가. 마지막으로 넷째, 그림의 요점이 무엇인가. 이것은 실로 알기 어려운 문제다. …… 이태리나 불란서 그림계를 동경하고 구미(유럽과 미국) 여자의 활동이 보고 싶었고 구미인의 생활을 맛보고 싶었다. …… 내일 가족을 위하여, 내 자신을 위하여, 내 자식을 위하여 드디어 떠나기를 결정하였다.
- <삼천리> (1932년 11월, 1933년 1월) -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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