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치락뒤치락 과학사 -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과학 이야기 과학하는 10대
박재용 지음, 란탄 그림 / 북트리거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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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떠올리면 ‘정답’이 먼저 떠오른다. 공식, 법칙, 실험 결과. 모두가 똑같은 답을 외워야 했던 그 시절의 과학 수업처럼. 하지만 박재용의 『엎치락뒤치락 과학사』를 읽고 나면 생각이 조금 바뀐다. 이 책은 정답보다 질문이 더 중요한 세계, 실패가 곧 다음 진보의 발판이 되는 세계를 이야기한다. 말하자면, ‘과학은 늘 틀리기 위해 애써 왔다’는 고백 같은 책이다.

책은 프롤로그부터 이렇게 말한다. “과학은 언제나 어딘가 부족한 부분이 있고, 현상을 완벽히 설명하지도 못하고, 오류도 자주 발견된다.” 우리가 지금 당연하게 여기는 이론도, 과거에는 수많은 논쟁과 실패를 거쳐야만 정설이 될 수 있었다는 사실. 이 책은 그 역사들을 ‘엎치락뒤치락’이라는 다섯 글자에 담아낸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이 세상의 근원을 추적하던 장면이다. 4장에서는 탈레스가 세상의 모든 것이 ‘물’에서 나왔다고 주장하는 데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얼핏 엉뚱해 보이지만, 물은 고체, 액체, 기체로 자유롭게 변하며 생명을 유지하게 해주는 본질적인 존재였다. 그 뒤로 불, 공기, 흙 등 다양한 근원 이론들이 등장하고, 결국 ‘모든 것은 네 가지 원소로 이루어져 있다’는 엠페도클레스의 4원소설이 나타난다.


그런데 더 흥미로운 건, 이 원소들이 세상 모든 변화의 이유라고 보았던 고대인들의 상상력이다. 예컨대 엠페도클레스는 원소들이 서로 끌어당기거나 밀어내는 ‘사랑’과 ‘미움’이라는 감정적 힘으로 결합하고 분리된다고 본다. 지금 보면 비과학적이지만, 그 시절에는 세계를 설명하려는 가장 창의적이고 진지한 방식이었다.

이 이론은 아리스토텔레스에 이르러 더 정교해진다. 그는 각 원소에 따뜻함, 차가움, 건조함, 습함이라는 성질을 부여했고, 물질의 운동과 위치를 통해 위계를 설정했다. 흙은 가장 무겁고 아래로 떨어지며, 불은 가장 가볍고 위로 오른다는 식이다. 우주의 중심이 지구라고 믿던 시대에, 이런 사고는 나름의 논리를 갖춘 물리학이었다.


하지만 이와는 전혀 다른 시선을 가진 이도 있었다. 바로 데모크리토스. 그는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작은 알갱이’ 원자가 모든 물질의 기본 단위라고 주장했다. 당시에는 지나치게 추상적이라 무시당했지만, 이 아이디어가 2,000년 뒤에야 현대 과학의 중심으로 돌아온다. 책은 이 긴 여정을 따라, 돌턴의 원자론부터 전자 발견, 쿼크 이론, 그리고 오늘날의 표준 모형까지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5장에서는 ‘납을 금으로 바꿀 수 있다’는 연금술 이야기가 나온다. 물론 지금은 불가능하다고 알지만, 그 시절엔 4원소의 비율만 조절하면 가능하다고 믿었다. 그 믿음은 실패했지만, 제련 기술과 화학적 관찰은 이후 진짜 과학의 씨앗이 된다. 특히 라부아지에가 물을 수소와 산소로 분해해 보이면서 물과 공기가 하나의 원소가 아님을 밝히는 장면은, 연금술과 화학이 교차하는 역사적 전환점으로 그려진다.


책의 미덕은, 과거 이론들을 단순히 ‘틀렸다’고 치부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어떤 맥락에서 그런 주장이 나왔는지를 친절하게 보여준다. 덕분에 과학자들이 그 시대의 지식과 사유 안에서 얼마나 치열하게 사유했는지를 새삼 느끼게 된다.

박재용은 과학을 ‘살아 있는 지식 체계’라 부른다. 진리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계속 갱신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책을 덮고 나면, 과학이 정답의 나열이 아니라, 인간이 계속 질문을 던지는 방식이라는 걸 알게 된다. 그리고 언젠가 지금 우리가 믿는 것 역시 다음 세대에게 ‘틀린 이론’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다다른다.

『엎치락뒤치락 과학사』는 과학을 좋아하는 사람뿐 아니라, 한 번도 과학을 좋아해 본 적 없는 이들에게도 좋은 시작점이 된다. 조금씩 흔들리고, 조금씩 수정되며 쌓여온 생각들의 무게. 그 안에서 과학이 얼마나 인간적인 것인지, 그 역사를 읽으며 되새기게 된다.


'북트리거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고대 그리스에서 여러 학문이 탄생하던 무렵 철학과 과학은 하나였습니다.
자연현상의 실체와 원리를 파헤치는 것이 최초의 철학이고 과학이었지요.
그래서 이를 공부하던 이들을 가르켜 자연철학자라고 불렀어요.
자연철학자의 가장 큰 관심사는 만물을 이루는 근본과 만물의 변화를 일으키는 원인이었습니다. -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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