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로 알고, 바로 쓰는 빵빵한 어린이 경제퀴즈』는 아이들에게 경제를 알려주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재미’와 ‘이해’를 모두 잡은 책이다. 처음 책을 펼쳤을 때는 아버지가 두 형제에게 경제를 가르쳐주는 전통적인 방식의 이야기일 거라 짐작했다. 하지만 곧 그 예상을 뒤엎는, 발랄하고 기발한 전개가 펼쳐진다. 경제 선생님 역할을 맡은 주인공은 바로 딸이 들고 있던 ‘돼지 저금통’이다. 이름은 ‘대식이’. 말도 하고, 생각도 하며, 경제에 대한 탄탄한 지식을 아이들과 나누는 ‘돼지 저금통 나라’의 안내자다.
이야기는 경제 개념이 없는 형제에게 대식이가 경제의 기초부터 차근차근 알려주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대식이는 단호하게 말한다. “경제는 우리 생활과 아주 밀접해서 알고 싶지 않을 경우엔 손해를 본다.” 이 말에 남자 아이는 궁금해한다. “왜 우리가 손해인지?” 이 질문에 대식이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을 시작한다. “네가 좋아하는 맛있는 음식, 마리가 좋아하는 예쁜 학용품들, 그리고 학교 갈 때 타는 버스까지도 돈이 없으면 할 수 있는 건 없잖아? 이런 걸 모두 경제라고 하는 건데 이걸 몰라도 되는 거야?”
경제를 알려주는 방식도 참신하다. 대식이는 아이들을 데리고 경제 개념이 살아 있는 공간, ‘돼지 저금통 나라’로 데려간다. 그곳에서 마리와 그리라는 친구들도 함께 모여 경제 수업을 받는다. 문제를 맞히면 포인트를 주는데, 그 포인트의 이름은 ‘꿀꿀 포인트’다. 이름만 들어도 웃음이 나오는 이 포인트는 실제 화폐처럼 사용할 수 있다. 아이들은 이 포인트로 맛있는 것도 사 먹고, 필요한 물건도 살 수 있다. 경제라는 개념을 체험형 게임처럼 배우게 되는 구조다.
책의 큰 장점은 아이들이 주고받는 대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경제 개념이 녹아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배가 고픈 아이들이 밥을 먹으려면 무엇이 필요한지를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다.
“근데, 나 배고파.”
“대식아, 우리 밥 안 줘?”
“너희가 음식을 먹기 위해선 뭐가 필요할까?”
“제일 먼저 돈이 있어야지!”
“아니지, 먼저는 음식이 있어야 하지!”
“맛있는 음식점에 가기 위한 자동차도 필요해!”
“차 타고 뭐하러 가! 배달 앱으로 시키면 되지. 앱을 실행할 휴대폰이 필요하네.”
이 짧은 대화 속에 이미 여러 가지 경제 요소가 숨어 있다. 음식, 자동차, 휴대폰 등 눈에 보이는 것들은 ‘재화’, 그리고 배달 기사나 요리사의 일 같은 보이지 않는 일은 ‘용역(서비스)’로 구분된다. 대식이는 말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재화와 용역을 만들고, 나누고, 사고 팔고, 사용하는 모든 것을 경제라고 해.”
경제라는 단어는 어른들에게도 종종 어렵고 멀게 느껴지는 개념이다. 하지만 이 책은 아이들이 평소에 겪는 생활 속에서 경제 개념을 끄집어내, 마치 숨은그림찾기처럼 재미있게 찾아내고 스스로 생각하게 만든다. ‘경제는 시험 공부가 아니라 실생활에 필요한 도구’라는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전달하고 있다.
책에 등장하는 ‘꿀꿀 포인트’를 통해 아이들은 경제 활동의 흐름을 직접 경험해 본다. 문제를 풀고 보상을 받고, 그 포인트를 활용해 물건을 구매하는 과정은 가상의 공간이지만 현실 세계와 똑같은 경제 메커니즘을 반영하고 있다. 어린이 눈높이에서 이처럼 실감 나게 경제를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교육적 효과가 매우 크다.
무엇보다 ‘대식이’라는 캐릭터는 아이들에게 친근하고 유쾌한 경제 선생님이다. 잔소리 없이, 권위적이지 않게, 오히려 친구처럼 이야기를 나눈다. 어렵고 낯선 단어도 대화 속에서 반복하고 예시를 들며 설명해 주기 때문에 아이들이 부담 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 ‘재화’나 ‘용역’ 같은 개념도 마치 친구들과 놀듯이 익힐 수 있다.
『바로 알고, 바로 쓰는 빵빵한 어린이 경제퀴즈』는 어린이뿐 아니라 함께 읽는 부모나 선생님에게도 유익한 책이다. 아이에게 경제를 어떻게 설명해줘야 할지 고민했던 어른이라면 이 책을 통해 훌륭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요즘 시대에 꼭 필요한 경제 교육의 입문서로 추천할 만하다.
경제는 어느 날 갑자기 필요한 지식이 아니다. 살아가는 모든 순간에 함께하는 기본이자 감각이다. 이 책은 그 감각을 어린이들이 자연스럽게 익히게 해준다. 경제가 낯선 어린이에게 ‘꿀꿀 포인트’처럼 달콤하고 유쾌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이제 더 이상 경제는 지루한 공부가 아니다. 대식이와 함께라면, 경제는 재미있는 모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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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채손독) @chae_seongmo'를 통해
'유앤북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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