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스님의 말과 글 - 삶을 채우는 시간, 지혜의 필사책
법정 지음 / 샘터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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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을 쓰며 마음이 고요해지고, 한 문장을 곱씰을 수록 마음이 정화되는 책”


『법정 스님의 말과 글』은 법정 스님의 말씀을 담은 필사책이다. 

이 책은 말과 글을 통해 마음을 가라앉히고, 손끝을 따라 정신의 결을 다듬는 수행서로의 역할을 한다. 샘터 출판사에서 출간된 이 책은 법정 스님의 입적 15주기를 맞아 그분의 말씀 중에서도 정수로 꼽을 수 있는 138개의 문장을 선별해 엮은 필사집이다. 삶을 단정히 정돈하고 싶은 이들에게, 일상의 소란을 거두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은 조용한 위로이자 깊은 물음이다.


샘터 발행인 김성구 발행인은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법정 스님의 말씀과 글이 모두 샘터에서 다시 정리된 셈이지요.” 그간 『스스로 행복하라』와 『진짜 나를 찾아라』라는 두 권의 책을 통해 법정 스님의 말과 글이 각각 정리되었다면, 이번 책은 그 핵심 문장만을 뽑아 ‘쓰기 위한 책’으로 엮었다. 그리하여 이 책은 단지 읽고 넘기는 책이 아니라, 다시 써보고 곱씹으며 자신 안의 어떤 침묵과 조우하게 되는 책이다.


문장을 옮겨 쓰는 일은 어쩌면 거울 앞에 앉는 일과 닮아 있다. 마음을 비추고,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책은 독자에게 “가까이, 때론 멀리, 한숨 쉬면서 산수화를 그리듯 필사해 보시기 바랍니다.”라고 권한다. 한꺼번에, 욕심을 내지 말고. 스님의 말씀이 불경보다 더 다정하게 와닿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철학적인 언어도 아니고, 고승의 교훈도 아닌, 인간의 언어로 다가오는 구절들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다.

“사람의 심성은 마치 샘물과 같아서 퍼낼수록 맑게 고인다. 퍼내지 않으면 흐리고 상한다. 주는 일 그 자체가 받는 일이므로,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주고 싶어 줄 뿐이다.”


이는 『스스로 행복하라』에 실린 문장이며, 삶을 대하는 스님의 근본적인 태도를 보여준다. 무소유, 그 정신의 연장선에 있다. 퍼낼수록 맑아지는 심성, 주는 것이 곧 받는 일이라는 진실은, 오늘날처럼 계산과 이익이 앞서는 세상에서 더욱 귀하게 다가온다.


또한 다음의 문장은 존재와 자아에 대한 깊은 물음을 던진다.

“나는 누구인가? 스스로 물으세요. 자신의 안에 들어 있는 얼굴이 온전히 드러날 때까지 묻고 또 물어야 합니다… 해답은 그 물음 속에 들어 있습니다.”


『진짜 나를 찾아라』에 실린 이 문장은 필사의 도정이 단지 글씨를 옮기는 일이 아니라, 존재를 묻는 수행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법정 스님이 강조했던 ‘되돌아봄’의 가르침이 이 짧은 문장 안에 모두 담겨 있다. 물음은 곧 길이고, 길은 곧 해답이라는 순환적 진리를 한 문장으로 꿰뚫는다.


이 책은 138개의 문장을 하루 한 문장씩 써 내려가며, 138일 동안의 작은 수행을 권한다. 법정 스님의 언어는 강물처럼 부드럽지만, 때론 새벽 공기처럼 매섭다. 따뜻하게 감싸다가도, 정신을 바짝 차리게 하는 일침이 있다. “사람은 이와 같은 행위를 통해 우리들 안에 잠들어 있는 인간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라는 문장은 바로 그런 부름이다. 이 책이 단순한 글쓰기 책이 아닌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글 너머에 있는 나를 마주하게 되기 때문이다.


서문에서 김성구 발행인은 이 책을 통해 “모든 분이 문장을 거듭거듭 되뇌며 성불에 이르시기를 빕니다”라고 했다. 이 책을 들고 펜을 든 모든 이들에게 마음 안의 조용한 성찰이 시작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았다.


『법정 스님의 말과 글』은 화려하지 않지만 단정한 진심이 있다. 필사는 그 진심을 받아 적는 일이다. 책장을 넘기며 한 자 한 자 써내려가는 순간, 법정 스님의 말씀을 손끝으로 새기고 마음속으로 닦아 나가게 된다. 필사는 결국, 말 없는 대화이고 조용한 나눔이다. 그리고 그것이 법정 스님이 전하고자 했던 인간다운 길이기도 하다.



'샘터사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사람에게는 저마다 자기 그릇이 있다

사람은 자기 몫의 삶을 살 줄 알아야 합니다.
사람에게는 저마다 자기 몫의 삶, 자기 그릇이 있습니다.
따라서 자기 그릇에 자기 삶을 채워 가며 살아야지.
남의 그릇을 넘본다든가 자기 삶을 이탈하고 남의 삶처럼 살려고 하면 그것 잘못 살고 있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사람은 저마다 각기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태어날 때 홀로 태어나듯이 저마다 독특한 자기 특성이 있기 때문에 누구를 닮으려고 하면 자기 삶 자체가 어디로 사라지고 맙니다. -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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