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흐름은 되풀이된다 - 시장의 주기와 추세를 읽는 눈
홍춘욱 지음 / 포르체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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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춘욱 박사의 『돈의 흐름은 되풀이된다』는 반복되는 자산 시장의 흐름을 읽는 능력이야말로 투자와 생존의 본질이라는 메시지를 중심에 두고 있다. 단순히 경제 현상이 반복된다는 것이 아니라, 그 되풀이되는 흐름 속에서 무엇을 읽고,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완전히 달라진다고 그는 말한다. 이 책은 그런 감각을 기르고 싶은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다.


한국은 대표적인 수출 중심 경제 구조를 가진 나라다. 따라서 자산 시장을 분석할 때에도 내수보다 외부 변수, 특히 ‘수출’의 흐름을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하다. 저자는 한국 시장에서 금리보다 수출의 변화를 주요 지표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이 수출을 예측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다름 아닌 ‘미국 소비자들의 씀씀이’다. 미국의 개인 소비 지출(PCE)과 시간당 실질 임금 상승률은 한국 기업들의 실적에 선행 지표처럼 작동하며 이는 다시 주식과 부동산 같은 자산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저자는 특히 ‘채찍 효과(Bull Whip Effect)’라는 공급망 이론을 활용해 설명의 설득력을 더한다. 소비 단계의 미세한 변화가 유통 단계를 거치며 증폭되고, 제조업과 자본재 산업까지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개념이다. 이를 통해 미국 소비 시장의 흐름을 읽는 것이 곧 한국 자산 시장의 향방을 예측하는 키가 된다는 논리를 구축한다.


이러한 구조는 반도체 산업을 통해 구체화된다. 책에서는 인텔의 공동 창업자 밥 노이스가 주도한 ‘초저가 전략’을 중심으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어떻게 ‘치킨 게임’식 가격 경쟁으로 글로벌 시장을 장악해왔는지를 보여준다. 생산 단가가 미래에 낮아질 것을 감안해 미리 가격을 인하하고 시장을 선점하는 방식이다. 이 전략은 치열한 기술 투자와 설비 확충을 필요로 하고, 그로 인해 한국의 수출 기업은 항상 높은 실적 변동성을 감내해야 하는 구조에 놓이게 된다. 이 역시 자산 가격의 불안정성과 밀접히 연결된다.


하지만 저자는 단지 지표와 데이터만을 나열하지 않는다. 그는 인간의 심리, 특히 ‘내러티브’가 시장을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경고한다. 로버트 실러의 이론을 인용하며, 시장은 숫자가 아니라 ‘이야기’로 움직이고, 사람들은 진실보다 감정적으로 매력적인 이야기에 쉽게 휘둘린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책에서는 ‘베어스타운 투자 클럽’의 허상 사례를 통해, 감정에 기댄 투자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주며, 결국 예측보다 중요한 것은 ‘냉정한 대응’임을 일깨운다.


특이한 관찰 중 하나는 미국 소비 지표와 한국 부동산 가격 사이의 연동성이다. 외환위기 이후 글로벌 경제의 흐름이 국내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서, 미국 소비가 살아나면 한국의 기업 실적이 개선되고, 이는 다시 고용과 임금 증가로 이어져 주택 수요 증가로 연결되는 흐름이 생겼다. 특히 서울처럼 집과 직장이 가까운 게 중요한 지역일수록, 미국 소비가 살아날수록 그 영향이 더 빨리 나타난다.


책의 말미에 저자는 미국 소비의 둔화 신호가 나타날 경우, 단순히 자산을 팔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자산 구조를 점검하고 상황 변화에 맞춘 대응 전략을 미리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주택을 두 채 보유한 사람이라면 ‘똘똘한 한 채’가 아닌 자산의 매도 타이밍을 고려하는 유연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결국 『돈의 흐름은 되풀이된다』는 단순한 과거 회고가 아닌, 반복되는 흐름 속에서 미래를 읽는 법을 가르치는 책이다. 이 책은 경제학 입문서이자 실용적인 투자 안내서이며 동시에 ‘성실한 공부’가 결국 투자의 본질임을 보여주는 성장의 기록이기도 하다. 매일 읽고, 매일 쓰고, 매일 실패를 복기하며 감각을 기른 홍춘욱 박사의 이력은 그 자체로 한 사람의 변화 서사이기도 하다.



'포르체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2000년 정보 통신 버블 붕괴와 2008년 서브프라임 모지기 위기를 예측한 경제학자이자 교수인 로버트 실러는 ‘내러티브‘에 주목하라고 조언합니다. 여기서 내러티브narrative란, 사람들의 귀에 착 달라붙는 허구가 섞인 이야기입니다. 중요한 점은 특정 세력에 의해 의도적으로 확산된다는 점입니다. 내러티브의 힘을 가장 잘 보여 주는 유명한 격언이 "친구가 부자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큼 개인의 행복과 판단을 망치는 일은 없다"입니다.
이 격언을 잘 활용한 내러티브가 미국 소도지 베어스타운 투자 클럽의 성공 신화입니다. - P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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