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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포지셔닝의 전략가들 - 초파격의 차별화를 만드는 래디컬 컨셉의 법칙
김동욱 지음 / 래디시 / 2025년 4월
평점 :

“트렌드로는 이길 수 없다.”
브랜드는 늘 ‘어떻게 보여야 할까’를 고민한다. 착하게, 무난하게, 모두에게 사랑받는 존재로 남고 싶어 한다. 하지만 김동욱의 『슈퍼 포지셔닝의 전략가들』은 그런 태도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다.
“정말 착하고, 진정성 있다고 해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오늘날 시장에서 기억되는 브랜드는 미움받을 용기를 가진 자들이 아닐까?
20년 넘게 광고 업계에서 트렌드의 중심을 통과해온 저자는 결론을 내린다. “트렌드로는 이길 수 없다.” 빠르게 뜨고, 더 빠르게 사라지는 유행에 올라탄 브랜드들은 대왕 카스텔라, 탕후루처럼 잠깐의 열풍만을 남긴다. 김동욱은 그런 단명하는 트렌드가 아닌, 뿌리 깊은 전략과 태도로 시장을 전복해버린 브랜드들의 실전 이야기를 꺼내 놓는다. 그들이야말로 진짜 ‘슈퍼 포지셔닝 전략가’다.
포지셔닝(Positioning)이란 단순히 ‘눈에 띄는 것’이 아니다. 소비자의 머릿속에 특정한 개념으로 각인되는 일이다. 김동욱은 이 책에서 소비자의 인식 안에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얼마나 치열한 전투인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이 싸움은 ‘힘’이 아니라 ‘관점’의 문제라고 말한다. 강자와 정면으로 붙지 않고, 약자의 유연함으로 틈을 파고드는 방식. 그것이 바로 언더독의 전략이다.
그 대표적 사례가 바로 미국 생수 브랜드 ‘리퀴드 데스(Liquid Death)’다. 이 브랜드는 이름부터 반칙이다. 죽음을 뜻하는 단어를 생수에 붙였다. 헤비메탈 공연장에서 마신 생수 캔에서 착안한 창업자 마이크 세사리오는 ‘물도 태도를 가질 수 있다’는 생각으로 알루미늄 캔에 생수를 담았다. 그것도 극단적인 태도로. 그는 포르노 배우를 광고 모델로 기용하고, 광고에 쏟아진 악플을 모아 22분짜리 메탈 앨범을 만들었다. 누군가는 ‘지나쳤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는 단호하다. “건강한 브랜드도 재미있을 수 있어야 한다.” 소비자의 머릿속에 남으려면, 기꺼이 미움을 감수해야 한다. 그는 착한 마케팅의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한다.
이 책은 단순히 튀는 사례를 나열하지 않는다. 저자는 언더독 전략이 작동하는 본질적인 이유를 ‘컨셉’과 ‘태도’라는 두 키워드로 정리한다. 그는 말한다. 컨셉은 공격이고, 태도는 수비다. 컨셉은 브랜드가 세상에 어떤 존재로 자리 잡을 것인지 정의하는 방향이며, 태도는 그것을 밀고 나갈 내면의 힘이다. 컨셉이 아무리 좋아도 태도가 약하면 오래가지 못한다. 반대로 강한 태도를 가진 브랜드는 크지 않아도 오래 버틴다. 결국 승자는 컨셉과 태도를 모두 가진 자다.
이는 단지 브랜드에게만 적용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김동욱은 비즈니스와 인생을 동일 선상에 놓고 바라본다. 스타트업 ‘토스’의 사례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복잡한 금융의 세계에 ‘직관적 UI’라는 컨셉으로 접근한 토스는, 기존 금융권이 생각하지 못한 지점을 파고들며 언더독에서 미래 금융의 대안으로 도약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거대한 무기가 아니라, 약점의 정확한 진단과 거기에 맞춘 정교한 전략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뱅크시, BTS, 미스치프(MISCHIEF) 같은 사례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들은 모두 기존의 판을 거부하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세계를 바꾸려 했다. 뱅크시는 그림을 그린 후 작품을 경매장에서 파쇄했고, BTS는 사랑 노래 대신 청춘의 고통을 이야기했다. 미스치프는 에어맥스 밑창에 사람의 피를 넣어 ‘사탄 신발’을 만들었다. 이 파격적인 전략의 공통점은 단 하나다. “나는 남들과 다르다”는 선언을 두려워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전략이란 ‘예상 가능한 수를 두는 것’이 아니라,판을 새로 짜는 용기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전략의 핵심에는 ‘래디컬 컨셉’이 있다. 래디컬은 단지 과격한 것이 아니다. 그는 챗GPT를 통해 ‘래디컬(radical)’의 본래 의미를 확인한다. ‘근본적인’, ‘철저한’, 그리고 ‘멋진’. 즉, 세상을 뒤흔들 정도로 깊은 본질에서 출발한 전략이야말로 진짜 래디컬한 것이다.
결국 『슈퍼 포지셔닝의 전략가들』은 “어떻게 이길 것인가?” 보다 “어디서 싸울 것인가?”, “무엇으로 기억될 것인가?”를 먼저 묻는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당신도 이 싸움에 참여할 수 있다.” 강한 컨셉과 태도를 가진다면 말이다. 작지만 오래된 브랜드가 새로운 것을 이길 수 있고, 약한 브랜드가 판을 뒤집을 수 있다. 이 책은 그 가능성을 믿는 이들을 위한 전략서이자 선언문이다.
모든 것은 결국 머릿속에 어떻게 남느냐의 싸움이다.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다음과 질문을 해보자.
“당신은 무엇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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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디시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인스타 #하놀 @hagonolza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강한 힘으로 돛을 당겨라"라는 말이 있어요. 잡초에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비즈니스 자체를 성장시킬 수 있는 초강점에 집중하세요." ㅡ 여행용 캐리어 브랜드 줄라이(July)의 CEO이자 디다스칼루 줄라이 -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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