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시 걸어요 밝은미래 그림책 62
홍우리 지음 / 밝은미래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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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걷기’라는 평범한 행위를 통해 우리가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책장을 읽다 보면, 우리는 정말 다시 걷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누군가에겐 처음 걷기 위한 시작이자 누군가에겐 다시 시작하는 용기다.


 주인공은 걷기를 멈췄던 아이지만, 어느 순간 천천히 주변을 바라보며 다시 걷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길 위에는 수많은 다른 걷는 이들이 있다.

유모차를 미는 엄마, 자전거를 타는 사람, 반려견과 산책하는 이들, 서로 손을 잡고 걸어가는 사람들, 셋이서 걸음을 맞춰 걷는 가족. 휠체어를 탄 노인, 시각장애인과 안내견, 한 몸이 되어 걷는 연인들. 이들은 모두 같은 길 위에 있지만, 각자의 속도와 방식으로 자신의 길을 걷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모두가 두 다리로 걷는 것은 아니야”라고 말한다.

“봐, 두 다리가 아니더라도 걷기가 가능하잖아.”

이 문장은 단지 신체 조건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반드시 정해진 모습일 필요가 없다는 걸 이야기한다.


 이 책의 가장 아름다운 지점은, 걷기의 다양성과 연결을 서정적으로 보여준다는 데 있다.

서로의 손을 잡고 함께 걷는 장면, 아기를 품에 안고 한 몸이 되어 걷는 장면, 땅만 보고 걷는 이와 하늘을 바라보며 걷는 이가 같은 그림 안에 있다. 심지어 빠르게 달리는 개를 끌어당기며 열심히 뛰는 소녀의 모습에서는, 웃음과 함께 삶의 에너지가 뻗쳐 나온다.


“마음에 서로 온전히 기대야만 걸을 수 있어.”

이 말은 단지 동행의 조건을 말하는 게 아니다. 

삶이란 결국 서로 기대어야 가능하다는 고백이다.

혼자서 걷는 사람도 있지만, 혼자서만 걷는 이는 없다.


후반부에 등장하는 달팽이와 강아지의 장면도 인상 깊다.

“달팽이처럼 걸어 본 적 있지? 그 순간을 온전히 느낄 수 있어.”

삶은 빠르게 달리기만 해서 이해되는 게 아니다.

더디게 가는 것! 그 자체가 오히려 더 깊은 감각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가장 마지막 장면에서 한 아이가 말한다.

“난 다시 걷기 시작했어.”

이 짧은 문장이 전하는 울림은 크다. 

다시 걸음으로써 세상을 다시 보고, 다시 관계를 맺고, 다시 살아가는 마음이 피어난다.

그동안 책 속 아이는 단지 움직임이 아니라 마음을 다시 움직이는 여정을 걸어온 것이다.


 이 책의 그림은 부드러운 색채, 따스한 연필 선, 공간감을 살린 나무와 호수, 군더더기 없는 인물 묘사. 이 모든 것이 걷는 장면을 더 깊이 있게 만든다. 등장인물 하나하나에 이야기가 담겨 있지만, 그걸 굳이 설명하지 않는 점이 이 책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나는 다시 걸어요』는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이지만, 어른이 먼저 걸음을 멈추고 바라보게 만드는 책이다. 우리는 종종 너무 바쁘게 걸어왔기에 지금 어디쯤 있는지도 잊은 채 살아간다.

이 책은 우리에게 말한다.

천천히, 나답게, 그리고 다시 걸을 수 있다고.


 걷는다는 건 단지 땅을 딛는 행위가 아니다.

삶을 향해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나아가는 선언이다.

나는 지금 어디쯤 걷고 있는가?

그리고 나는 다시 걸을 준비가 되었는가?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채손독) @chae_seongmo'를 통해

'밝은 미래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하놀 인스타 @hagonolza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 #채손독 인스타 @chae_seongmo


[작성자]
인스타 #하놀 @hagonolza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우리는 저마다의 시기에
저마다의 모습으로
저마다 가능한 걷기를 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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