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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림 없이 이해하는 지진의 과학
홍태경 지음 / 김영사 / 2025년 4월
평점 :

우리나라는 지진의 활동이 비교적 적은 안정 지대에 속한다고 알려져 왔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지진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2016년 경주 지진과 2017년 포항 지진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그동안 “지진은 일본 이야기”로 치부해왔던 안일한 태도가 무너지던 순간이었다.
2016년 9월 12일 경상북도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은 관측 이래 최대 규모였으며, 수도권에서도 진동이 감지될 만큼 넓은 지역에 영향을 주었다. 전통 가옥과 유적이 많은 도시답게 손상된 문화재가 속출했고, 시민들은 갑작스런 자연 재해에 극도의 불안감을 겪었다. 그 불안이 채 가시기도 전에 2017년 11월 15일, 경북 포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일어났다. 규모는 경주보다 작았지만 피해는 훨씬 컸다. 도심 한복판의 균열, 무너진 벽체, 그리고 수능 연기라는 전례 없는 사태까지. 무엇보다 충격적인 것은 이 지진이 지열발전소와 관련된 ‘인공지진’일 수 있다는 과학자들의 분석이었다. 자연이 일으킨 일만이 아니라, 인간이 촉발한 일일 수도 있다는 사실이 우리를 더 큰 혼란으로 몰아넣었다.
그 이후, 지진은 단지 ‘지질학적 현상’이 아니라 ‘사회적 현상’이 되었다. 우리는 왜 그토록 무방비였을까? 왜 지진이라는 자연의 흔들림 앞에서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을까?
이런 질문들에 구체적인 답을 제시하는 책이 바로 홍태경 교수의 『지진의 과학』이다.
이 책은 지진의 원리뿐만 아니라 지진이라는 거대한 자연 현상을, 우리의 현실 속에 구체적으로 끌어와 풀어낸다. 지구 내부의 움직임, 단층의 에너지 축적, 지진 발생 메커니즘 등은 ‘스프링이 눌렸다가 튕겨 나오는 원리’처럼 쉽고도 직관적인 예시로 설명된다. 복잡한 용어나 공식이 아니라 상식 속 언어로 쓰인 과학 책이다.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분명하다. 한국은 더이상 지진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다. 과거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수많은 지진 사례부터 최근의 관측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반도 역시 위험 지대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특히 경주와 포항 지역은 다시 주목받아야 할 지역으로 잠재적 단층 구조와 지질 특성상 또 다른 강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결코 낮지 않다.
지진은 단 한 번의 흔들림으로 끝나지 않는다. 여진이 뒤따르고, 건물은 시간이 지나며 무너지고, 공동체는 위기 속에서 붕괴되거나 회복을 선택해야 한다. 『지진의 과학』은 이러한 지진 이후의 세계까지 꼼꼼히 들여다본다.
그리고 묻는다.
우리는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가?
책의 후반부에서는 구체적인 대비책이 제시된다. 대피 요령, 내진 설계의 필요성, 지진 알림 시스템 등, 실생활에 적용 가능한 조언들로 가득하다. 단순한 공포를 경고로 끝내지 않고, 행동으로 이어지게 하는 실용서로서의 역할도 충분히 해낸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고나면, 지진은 더 이상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경주와 포항의 지진은 어쩌면 앞으로 더 자주 마주하게 될 현실의 서막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지진을 정확히 알고 차분히 대비하는 것이 아닐까?!
『지진의 과학』은 그 첫걸음을 도와주는 책이다. 과학적 감각과 사회적 책임감을 동시에 일깨우는 드문 책이다. 단단한 집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단단한 인식이다. 그리고 책은 그 인식의 기초를 다져주는 가장 효과적인 도구라는 사실을 이 책은 다시 한 번 증명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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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사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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