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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감각 - 식물을 보고 듣고 만질 때 우리 몸에 일어나는 일들
캐시 윌리스 지음, 신소희 옮김 / 김영사 / 2025년 4월
평점 :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야 크지만, 그게 실제로 건강에 얼마나 영향을 줄수 있을까?
단순한 감성적인 위로에 불과한 건 아닐까?
『초록 감각』은 이 질문에 단호하고도 과학적으로 대답한다.
그렇지 않다!라고.
『초록 감각』은 인간의 감각이 식물과 어떻게 접속되고, 그것이 몸과 마음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를 과학과 체험으로 증명하는 책이다. 저자 캐시 윌리스는 고생태학을 전공한 학자다. 고생태학은 고대 식물의 화석을 통해 과거의 기후 변화와 생태계를 복원하는 학문이다. 수천 년 전 식물의 파편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던 저자는, 이제는 생생히 살아 있는 식물의 곁에서 우리 시대의 몸과 마음을 회복시키는 감각의 실험을 이어간다.
이 책이 말하는 감각은 단지 시각에 국한되지 않는다. 저자는 후각, 청각, 촉각, 심지어 내부 감각에까지 주목한다. 예컨대 삼림욕에 대한 연구가 대표적이다. 삼림욕(森林浴)은 본래 1980년대 일본에서 만들어진 마케팅 용어였지만, 지금은 과학적으로도 그 효과가 입증되고 있다. 1990년대 일본 연구진은 숲속을 걷는 참가자와 도심을 걷는 참가자 간의 코르티솔 수치, 혈압, 심박수, 자율신경 반응 등을 비교했다. 결과는 명백했다. 단 15분의 숲 속 산책만으로 스트레스 지표가 뚜렷하게 낮아졌고, 부교감 신경계가 활성화 되었으며, 기분은 한층 나아졌다. 숲은 감각을 일깨우고, 생리적 회복을 유도하는 치유의 공간이었다.
더 나아가 과학은 이제 이 감각적 경험을 거대한 데이터와 결합시키고 있다. 위성 이미지와 NDVI(정규식생지수), 그리고 인구 바이오뱅크를 결합한 연구는 충격적이다. 거주지 주변에 녹지가 많을수록 우울증, 불안, 심혈관계 질환 발생률이 낮아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단순한 연관성이 아닌 실질적 상관관계였다. 특히 도시화가 진행된 지역,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계층, 그리고 60세 미만 여성에게 뚜렷한 효과가 관찰되었다. 숲의 유무는 마음의 안정과 생존 가능성을 결정짓는 요인이 되었다.
이러한 데이터는 놀랍고도 분명한 시사점을 던진다. 자연은 감성의 위안이 아니라 생존의 조건이며, 식물은 회복의 배경이 아니라 회복 그 자체라는 사실이다. 이는 단지 초록이 예쁘다거나 정원이 좋다는 수준의 이야기가 아니다. 나무 한 그루가 도시에 살아 있는 존재의 사다리가 될 수 있고, 작은 화분 하나가 피로를 회복시키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과학적 확신은 저자의 개인적인 변화에서 출발한다. 고생태학자였던 그녀는 큐 왕립식물원에서의 5년간의 시간 동안 처음으로 ‘살아 있는 식물’을 제대로 마주하게 된다. 점심시간 산책을 통해 그녀는 더 행복해졌고, 마음은 차분해졌으며, 복잡한 일상의 구름은 걷히기 시작했다. 흥미롭게도 도시 길거리를 걷는 산책은 같은 시간에도 그런 효과를 주지 못했다. 환경은 단지 배경이 아니라 감각의 질을 좌우하는 주체였다.
책 속에서 소개된 1984년 <사이언스>의 연구도 인상적이다. 담낭 수술을 받은 환자 중 창문 너머로 나무를 본 환자들은 벽돌담을 본 환자보다 회복 속도가 빨랐다. 정신 건강 상태도 더 좋았고, 진통제를 덜 요구했다. 단지 ‘나무를 보는 것’만으로도 건강이 나아진다는 사실은, 초록의 감각이 단순한 취향이 아닌 생리적 반응이라는 것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 책의 핵심 메시지는 분명하다. 감각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인간은 본래 식물과 연결되어 살아가는 존재였다. 그런데 현대 문명은 그 감각을 억눌렀고, 도시 공간은 그것을 차단해왔다. 우리가 다시 살아나기 위해서는 감각을 되살려야 하고, 그것은 곧 식물과 다시 연결되는 일이다.
『초록 감각』은 생물학적 감각과 환경, 그리고 인간의 내면이 어떻게 맞물리는지를 명료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그리고 이 책은 단지 이론이나 데이터로 끝나지 않는다. 이 모든 실험과 확신이 한 사람의 삶을 바꿨고, 이제는 독자의 감각도 바꾸려 한다. 저자는 말한다. “자연은 우리를 치유하지 않는다. 우리는 자연을 통해 우리를 회복하는 것이다.”
이 책은 단순히 회복 매뉴얼이 아니라, 감각을 다시 깨우는 안내서다. 숲과 식물은 여전히 거기 있다. 다만 우리가 다가가지 않았을 뿐이다. 이 책은 그 다가섬을 아주 단순하고도 확실한 방법으로 보여준다.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걸어가서 만지고, 맡고, 듣고, 바라보고, 그 곁에 앉는 일이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은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니 이 책은 지식을 전하는 책이기에 앞서, 실천의 책이다. 감각을 열고 다시 살아가기 위한 가장 확실한 시작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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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사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인스타 #하놀 @hagonolza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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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사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인스타 #하놀 @hagonolza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형태는 모두 똑같지만 수관이 초록색, 빨간색, 주황색, 노란색 등 다양한 색을 띠도록 디지털 보정한 나무 이미지였다. 참가자들이 나무 이미지를 보는 동안 피부 전도도를 측정하여 다양한 색을 보는 행위가 스트레스에 미치는 영향을 기록했다. 간단한 실험이지만 결과는 놀랍도록 명확했다. 참가자들의 스트레스 수준은 다른 색보다 녹색 수관을 보았을 때 현저히 떨어졌다. 그렇다면 자연의 특정한 색이 우리의 반응에 더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 -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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