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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마음 놓고 쉬지 못할까 - 마음의 기초체력을 올리는 진짜 휴식의 기술
김은영 지음 / 심심 / 2025년 4월
평점 :

“쉬는 게 왜 이렇게 어려울까?”
“우리 모두는 이유 없이 쉴 자격이 있다.”
김은영의 『나는 왜 마음 놓고 쉬지 못할까』는 단순한 휴식의 기술을 말하는 책이 아니다. 이 책은 현대인이 왜 쉬는 것조차 불편해하고, 쉴 때조차 죄책감을 느끼는지를 정면으로 묻는다. 표면적으로는 피로와 번아웃을 회복하는 심리서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그 본질은 훨씬 더 깊고 구조적인 문제에 닿아 있다. 저자는 말한다. 우리가 쉬지 못하는 이유는 게으름이나 의지박약 때문이 아니라, ‘쉴 수 없는 구조’ 속에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실제 한 취업 포털의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절반 이상이 매주 2~3일 이상 야근을 하며, 퇴근 후에도 절반이 넘는 이들이 계속 업무에 시달린다고 한다. 80% 이상이 다양한 형태로 번아웃을 경험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쉬는 것에 대한 불안과 의심을 멈추지 못한다. 쉬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이렇게 쉬어도 되는 걸까?”라는 질문을 먼저 던지는 이유는, 사회가 우리에게 쉼조차 ‘자격’을 따져야 하는 것으로 학습시켰기 때문이다.
김은영은 우리가 쉼에 대해 가지는 인식 자체가 이미 ‘성과 중심 사회’에 의해 왜곡되어 있다고 지적한다. 우리는 충분히 일한 후에야 쉴 수 있다고 믿고, 쉬는 시간에도 자기검열을 멈추지 않는다. 자신의 피로도를 입증해야만 쉴 자격이 생긴다고 생각하는 사회에서, 쉼은 권리가 아니라 보상처럼 다뤄진다. 저자는 이를 ‘비자발적 워커홀릭’이라 부르며, 이미 지쳐서 탈진했음에도 멈추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의 사례를 통해 설명해 나간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쉼을 권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왜 우리는 쉴 수 없게 되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이른다.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같은 증상을 경험한 후에야 비로소 ‘쉬어도 된다’는 안도감을 느끼며, 어떤 명확한 질병 진단이 있어야만 잠시 멈출 수 있는 자신을 보며 당황한다. 쉬는 것은 삶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프거나 쓰러지지 않으면 자신에게 휴식을 허락하지 않는다.
책은 이 같은 인식이 ‘비합리적인 신념’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한다. 무조건 성공해야 한다, 타인에게 인정받아야 한다, 쉬면 나약해진다는 사고방식이 자존감이 낮은 이들에게 특히 강하게 작용한다. 이들은 완벽주의 성향을 띠며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려 하고, 자신을 희생하는 방식으로 존재 가치를 증명하려 든다. 이렇게 형성된 당위적 사고는 곧 감정적인 피로와 불안으로 이어지고, 자신이 왜 그렇게 힘든지도 자각하지 못한 채 무너져간다.
이런 이들에게 저자는 ‘수용의 창’이라는 개념을 소개한다. 수용의 창은 개인이 스트레스를 감당하며 안정적으로 기능할 수 있는 심리적 범위를 의미한다. 수용의 창이 좁은 사람은 일상적인 스트레스에도 쉽게 무너지고, 자극에 과도하게 반응하거나 무기력해진다. 반면 수용의 창이 넓은 사람은 스트레스를 능동적으로 조절할 수 있으며, 긴장을 활력으로 전환하는 힘이 있다. 놀고 쉬는 능력이 좋은 사람은 단지 여유가 많은 사람이 아니라, 감정과 각성 상태를 조율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이다.
또한 저자는 우리가 쉼이라고 여기는 활동들—명상, 산책, 미술 감상 등—이 진짜 휴식이 되기 위해선 ‘긍정적인 감각’이 채워지는 경험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기 위해선 현재의 순간을 ‘깨어 있는 알아차림’으로 바라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마음이 흩어져 있을 때 우리는 차 한 잔의 향기조차 누리지 못하고, 그저 자동 조종 상태로 하루를 살아간다. 저자는 틱낫한의 말을 인용해 말한다. “차에 마음을 모으고 의식을 집중해야만 차가 제 향과 맛을 보여준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삶이라는 이름의 경험을 진정 즐기기 위해 그 순간에 완전히 몰입할 줄 알아야 한다.
책 후반으로 갈수록 저자는 더욱 구체적인 전략과 훈련법을 제시한다. 긴장을 완화하고 불안을 낮추기 위한 복식호흡, 감각 기반의 마음챙김 훈련, 일상적인 각성의 리듬을 재조율하는 활동들에 대해 설명한다. 그리고 강조한다. 진짜 쉼이란, 거창하거나 고급스러운 경험이 아니라 오히려 일상 속에 작고 안정적인 루틴으로 존재해야 한다고. 예를 들어 비용 부담 없는 산책, 좋아하는 음악 듣기, 적당한 운동 등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회복의 열쇠다.
마지막으로 삶을 구성하는 세 가지 요소를 말한다. 일(work), 사랑(관계), 놀이(휴식). 하지만 우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일에 쓰고, 관계에 소진되며 놀이에는 거의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다. 그렇게 쉼은 삶의 사치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저자는 분명히 말한다. 놀이야말로 각성과 회복의 리듬을 만들어내는 건강한 감정 회로이며 우리가 다시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본능적 감각이라고 말한다.
『나는 왜 마음 놓고 쉬지 못할까』는 쉼에 대한 오해를 벗기고, 진짜 회복이란 무엇인지 다시 묻는다. 이 책은 우리가 왜 쉬지 못하는지를 깊이 파헤치고 그 밑바닥에 자리한 왜곡된 신념과 구조를 밝혀준다. 그리고 그것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데 필요한 사유와 일상 속 실천법을 함께 제시한다.
무조건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강박, 쉬면 불안해지는 마음, 쉴 자격조차 스스로에게 허락하지 못하는 내면의 목소리들. 그 모든 것들과 마주하게 만드는 이 책은 우리에게 조용히 건넨다.
“당신은, 이유 없이도 쉴 수 있어야 하는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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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 푸른숲'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인스타 #하놀 @hagonolza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당위적이지 않은, 건강하고 합리적인 신념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바로 선호적 사고다. 강요와 요구use, should가 아니라 선호prefer, 기대wish, 원함want, 희망hope, 바람desire’의 사고방식이다. ’당위적 사고’가 경직되고 독단적이며 사회적 현실과 동떨어진 신념이라면, ’선호적 사고’는 여러 열린 가능성을 바탕으로 한 유연하고 적응적이며 사회적 현실에 부합하는 생각이다. 선호적 사고는 나와 타인을 불완전하지만 다양한 가능성을 지닌 존재로서 바라본다. 더 넓은 시야에서 객관적 현실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변화의 가능성을 모색하며, 좀 더 현실적인 목표를 추구하는 데 도움이 되는 생산적인 사고방식이다. -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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