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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ㅣ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제프리 메이슨 지음, 오영진 옮김 / 토네이도 / 2025년 4월
평점 :

“우리는 엄마를 알지 못한 채, 엄마를 소비해왔다.”
제프리 메이슨의 『엄마,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는 단순히 읽기만 하는 책이 아니다.
이 책은 엄마가 쓰고 내가 듣는 책, 그 자체로 하나의 대화이며 추억이고, 때로는 반성이다.
책을 펼치는 순간, 어릴 적 친구들과 주고받았던 ‘백문백답’ 놀이가 떠오른다.
하지만 이 책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다. 바로 '엄마'다.
그동안 나의 이야기, 나의 감정에만 집중해왔다면,
이 책은 인생의 많은 부분을 나를 위해 희생해온 ‘엄마’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만든다.
수십 년 동안 우리는 엄마를 하나의 '역할'로만 생각해왔다.
밥을 짓고, 수백 번의 화를 참으며,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도 끝내 우리를 키워낸 존재.
하지만 우리는 그 엄마의 ‘이름’도, ‘꿈’도, ‘감정’도 얼마나 알고 있었던가?
이 책은 그 무심함을 정면으로 찌른다.
“당신의 첫사랑은 어땠나요?”
“가장 상처받았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내가 당신의 아이로 태어났을 때, 어떤 감정이 들었나요?”
우리가 평소 오글거린다고 외면했던, 혹은 차마 물어보지 못했던 질문들.
그 모든 것을 이 책이 대신 물어준다.
마치 인터뷰 대본처럼 구성된 이 책 속 질문에 엄마는 자신의 인생을 하나하나 되짚으며 답을 써 내려간다.
그리고 우리는, 그 답을 통해 '엄마'라는 사람을 처음부터 다시 듣게 된다.
책 속 질문들을 따라가다 보면 한 가지 사실에 무너지게 된다.
엄마의 정확한 출생년도는? 이름의 뜻은? 그 이름은 누가 지어줬을까?
엄마는 어디서 태어났고, 언제 처음 걸었으며, 어린 시절엔 어떤 놀이를 가장 좋아했을까?
이렇게 사소하고 기본적인 것조차, 나는 정말이지 제대로 아는 게 없었다.
나는 늘 엄마의 딸로서 살아왔지, 엄마라는 한 사람의 인생을 깊이 들여다본 적은 없었다.
엄마는 그렇게 가까운 존재였지만, 실은 너무도 먼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이 책이 알려준다.
이 책이 다른 필사책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그것이 '관계를 위한 필사'라는 데 있다.
보통의 필사책이 나를 위한 치유라면, 『엄마,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는 가족을 위한 회복이다.
문장과 문장 사이를 채워가는 과정은 단순한 정보의 수집이 아니라,
우리가 놓치고 있던 감정의 거리, 대화의 공백을 메워주는 따뜻한 통로가 된다.
대부분의 가족 에세이나 육아 회고록이 엄마라는 존재를 해석하거나 찬양하는 데 머무른다면, 이 책은 정반대다.
제프리 메이슨은 질문만 던질 뿐이다. 그리고 그 질문에 답하는 것은 온전히 엄마다.
주어는 철저히 ‘엄마’이며, 삶의 주도권도 그녀에게 돌아간다.
우리는 비로소 그녀의 진심을 읽게 된다.
그 진심을 마주한 순간, 우리는 말할 수밖에 없다.
‘나는 엄마를 모르고 살았구나.’
모성은 당연하지 않았다. 엄마에게도 그늘이 있었고, 망설임도, 좌절도 있었다. 하지만 그 모든 감정들을 삼키며 끝내 우리 곁에 남은 사람. 그 존재에 대해, 우리는 지금껏 제대로 질문한 적이 없었다. 우리는 늘 ‘받는 사람’이었지, ‘들어주는 사람’이 아니었다.
이 책은 말한다.
책장에 꽂아두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하지만 펜을 꺼내 엄마에게 건네는 그 순간부터,
이 책은 기억을 소환하고 감정을 회복하며, 관계를 다시 써나가는 살아있는 도구가 된다고.
말하지 않으면 결코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이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이 될 엄마에게, 우리는 이제 묻기만 하면 된다.
“엄마, 당신은 어떤 사람이었나요?”
이 단 한 줄로, 잊혀졌던 한 사람의 인생이 다시 살아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순간, 우리는 아들이나 딸이 아닌, 엄마의 진짜 청중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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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네이도 출판사 북클럽 <소용도리> 2기 서포터즈' 활동을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인스타 #하놀 @hagonolza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부모님은 갓난아기인 당신을 어떻게 추억하고 계시나요? 부모님이 당신을 부르던 애정이나 별명 같은 게 있었나요?
아기인 당신을 특히 누가 세심하게 돌봐주었나요?
재미있는 옷을 입고 찍은 아기 때 사진을 갖고 있나요? 그것에 대해 들려주세요. -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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