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으로 답을 찾는 인공지능 윤리 수업 - 재미있는 이야기로 풀어낸 에피소드 X 탐구 질문, 2025년 하반기 올해의 청소년 교양도서 추천도서
박형빈 지음 / 한언출판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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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철학적 좀비 혹은 디지털 좀비를 상상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철학적 좀비란 감정이 없는 존재지만 인간처럼 행동하는 존재이고, 디지털 좀비란 외형상 인간처럼 보이지만 윤리적 판단 능력이 결여된 인공지능을 뜻한다. 박형빈의 『질문으로 답을 찾는 인공지능 윤리 수업』은 이 두 존재 사이 어딘가에서, 인간성과 기술의 경계에 선 우리에게 무엇을 물어야 할지를 되묻는 책이다.

“인공지능은 생각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이제 단순한 철학적 상상이 아니다. 저자는 오히려 그보다 더 급진적인 물음을 제안한다. “윤리적 판단 능력이 없는 인공지능에게 우리는 어떤 책임을 물어야 할까?”, “인공지능이 내리는 판단 과정에 인간은 어떤 방식으로 관여해야 할까?” 책의 전반은 바로 이 질문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다양한 사례와 대화를 통해 윤리적 사고의 출발점을 ‘정답’이 아닌 ‘질문’에 둔다.

이 책의 또 하나의 특징은 서사적 구성 방식이다. 소설을 보는 듯한 이야기 구조를 통해 인공지능과 인간 공존에 대한 사회적 갈등을 이야기 하기도 하고, 선생님과 학생이 등장하여 실제 수업을 진행하듯 현실 속 문제 상황을 함께 탐구해나가는 장면들도 있다.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일으킨 상황, 거기에 인공지능이 내리는 판단, 생명과 재산 사이의 딜레마 같은 구체적인 사례 속에서 학생들은 스스로 질문하고, 서로의 관점을 경청하며 생각을 확장해 나가기도 한다. 이런 대화 속에서 독자 역시 그 자리에 앉아 있는 듯한 몰입감을 느끼도록 만든다.

이러한 구성을 바탕으로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선 사고 훈련을 시도하게 한다.

각 파트의 마지막 장에 수록된 ‘탐구 질문’은 그것을 뒷받침한다.

예컨대,

“자율주행차가 사고에 대처할 때, 어떤 기준으로 판단해야 할까요?”

“자율주행차의 사고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요?”

같은 질문들이 이어지며 독자가 스스로 생각하고 자신의 판단 기준을 세우도록 유도한다.

오늘날 우리는 많은 판단을 기계에 위임한 채,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을 점점 줄여가고 있다.

이 책은 그런 삶의 흐름에 작은 균열을 내며 말한다. ‘질문하라!’고 말한다.

단지 인공지능 윤리에 대해 배워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힘 그 자체를 회복하자고 제안한다. 그리고 그것은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인간적인 태도일 것이다.

프롤로그에서는 영화 『그녀(Her)』의 사례를 들며,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고 교류하는 인공지능이 더 이상 미래의 환상이 아닌 현재의 현실임을 강조한다. 챗GPT나 스테이블 디퓨전 같은 도구들은 단지 정보를 생성하는 기술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과 관계 맺는 방식까지 바꾸고 있다. 그리고 그 변화는 단순히 기술의 문제를 넘어 윤리와 가치의 문제로 확장된다.

책 전반에는 AI 기술이 보여주는 혁신적 가능성보다 그 이면에 자리한 윤리적 책임, 편향, 차별의 문제가 촘촘하게 등장한다. 특히 알고리즘이 과거 데이터를 반복 학습함으로써 사회 구조의 불균형을 고스란히 재현하는 문제는, AI의 기술적 결함이 아니라 인간이 만든 구조의 거울이라는 사실을 드러낸다.

자율주행차 사고의 책임 문제는 그 대표적 사례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개발자? 차량 소유자? 운전자? 아니면 시스템 자체? 이 질문은 법과 기술, 윤리가 서로 맞물린 복잡한 경계를 마주하게 만든다. 저자는 이 물음을 단순한 학문적 탐구가 아닌, 삶의 문제로 끌어내며 독자에게 다시 묻는다. “당신은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것인가?”

후반부에서는 ‘철학적 좀비’라는 개념을 다시 소환하며, 감정도 자각도 없이 인간처럼 행동하는 존재가 되어가는 AI에게 우리가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지를 고민하게 한다.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 그 본질이 어디에 있는지를 되묻는 이 장면은 독자에게 스스로의 존재 방식까지 성찰하게 만드는 지점이다.

특히 저자는 인공지능 윤리가 전문가나 기술자만의 영역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교사, 학부모, 청소년, 시민 모두가 이 문제에 대한 감각을 가져야 한다. 기술의 발전이 전방위적으로 삶에 침투하는 지금, 사용자로서의 우리 역시 판단의 주체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윤리 교육은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질문하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데 목적이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빠르게 진화하는 기술의 흐름 속에서 무엇을 묻느냐는 곧 어떻게 살아가느냐를 결정한다.

『질문으로 답을 찾는 인공지능 윤리 수업』은 그 물음의 출발점에서 독자 스스로 사고를 설계하고 판단의 기준을 세울 수 있도록 이끈다. 질문을 멈추지 않는 태도야말로, 변화의 중심에서 인간다운 선택을 가능케 하는 가장 근본적인 윤리일 것이다.



[작성자]

인스타 #하놀 @hagonolza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여러분이 설계하거나 책임지는 인공지능 시스템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할 때, 여러분이 생각하는 원칙들이 서로 충돌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또는 한 원칙을 다른 원칙보다 우선해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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