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만의 책장 - 여성의 삶을 바꾼 책 50
데버라 펠더 지음, 박희원 옮김 / 신사책방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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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우주서평단



“침묵을 깨고 세상과 맞선 여성들”


 오랫동안 우리는 여성 작가들의 목소리를 잊고 지냈다. 그들의 작품은 낯설고, 이름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채 책장 속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채 잠들어 있는 경우가 많았다. 어쩌면 그들은 자신의 이름 대신 다른 이름으로, 혹은 타인의 이름으로 기록되어야 했던 시대를 지나왔을지도 모른다.

 데버라 펠더는 이 잊힌 책장에 빛을 비춘다. 이제는 그들의 이름으로, 그들의 언어로, 그들의 공간에서 이야기를 다시 써야 한다고 말이다.


 데베라 펠더의 『여자만의 책장』은 단지 여성 작가를 소개하는 책이 아니다. 억압과 침묵 속에서도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에 대한 애도이자 경의의 기록이다. 여전히 여성의 이야기를 외면하는 사회에 던지는 조용하지만 의미 있는 메시지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의 머리말에서 여성의 역사는 정치적 사건들만으로는 설명될 수 없다고 한다. 여성의 삶은 문학이라는 고유의 언어를 통해서만 온전히 파악될 수 있다. 그 언어는 단지 발화가 아니라 저항이고, 존재의 선언이다. 이 책은 그런 여성들의 기록을 수집하고 정리한 아카이브이자 문장 하나하나에 생의 리듬이 살아 있는 생생한 기록이다.


 『 여자만의 책장』은 18세기부터 20세기 후반까지, 시대를 건너온 여성 작가 50여 명의 작품과 생애를 통해 여성 문학의 흐름을 짚는다. 메리 셸리, 조지 엘리엇, 샬럿 브론테, 루이자 메이 올콧, 버지니아 울프, 실비아 플라스, 토니 모리슨까지. 이 책에서 그들은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다뤄지는 인물이 아니라, 시대의 모순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개인의 내면을 문장으로 길어올린 독립된 주체로 조명된다.


 저자는 여성 작가들이 단지 글을 썼다는 이유만으로도 얼마나 많은 사회적 검열과 억압, 무시를 견뎌야 했는지를 조목조목 짚어낸다. 여성의 글쓰기는 오랫동안 ‘취미’, ‘치유’, ‘일기’ 정도로만 취급됐지만, 그 문장들 속에는 전쟁보다 깊은 생의 갈등이 있었고, 침묵보다 더 깊은 외침이 있었다. 버지니아 울프가 말했듯 “여성에게는 자기만의 방과 연간 오백 파운드가 필요하다”는 그 선언은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작가들의 문학적 성취를 연대기식으로 나열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펠더는 각 작가가 살아온 시대적 배경, 그 안에서 감당해야 했던 젠더, 계급, 인종, 종교의 겹겹이 쌓인 억압을 함께 보여주며, 문학을 통해 어떻게 그것을 ‘개인의 언어’로 재구성해냈는지를 중심에 둔다. 단지 작품의 줄거리나 문학사적 가치는 곁가지일 뿐이다.


 책을 읽으면 여성 문학은 단지 ‘여성’에 대한 글쓰기가 아니라 존재의 증명이라는 것을 절감한다. 

작가들이 주인공에게 부여한 욕망, 불안, 주체성, 결핍은 그들의 사적인 고백이 아니라, 당대 사회 전체를 향한 근본적 질문이자 예언처럼 느껴진다. 『제인 에어』의 제인, 『벨 자』의 에스더, 『가장 푸른 눈』의 페

콜라, 『브리저튼』의 여성들까지—그들은 모두 문학 안에서 살아 움직이며 질문한다.


“나는 누구인가?”

“이 세계는 내게 무엇을 허락하는가?”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여성 문학의 힘은 ‘영웅적인 서사’보다 숨죽인 저항과 조용한 확신에 있다. 여성 작가들의 문장은 크고 거창한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일상에서의 모멸감, 관계 속의 균열, 말해지지 못한 감정들을 단정하고 섬세하게 담아낸다. 그 섬세함이야말로 여성 문학의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이 책은 조용히 말한다.


 『여자만의 책장』은 말한다. 끝내 자신만의 방을 갖지 못했던 여성들이 있었다고.

하지만 그 방이 없던 자리에도 그들은 흔적을 남겼다.

책 한 권, 문장 하나, 말 한 줄이 그들의 방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 방을 열어볼 차례는 바로 우리 독자들의 몫이다.


[본문 인용구 문장에 어울리는 대표 여성 작가]

“여성의 삶은 정치적 사건의 연대기가 아니다.

누군가는 기록하지 않은 그 안쪽의 언어, 감정, 침묵, 고백, 선택들로 다시 쓰여야 한다.”

→ 버지니아 울프

: 『자기만의 방』을 통해 여성의 내면적 세계와 언어의 공간을 사유하며,

보이지 않는 여성의 ‘사적인’ 감정과 역사를 문학으로 끌어낸 대표적 인물.


“역사 속 여성들은 정해진 자리를 거부하고,

그 자리에 스스로를 앉히는 글을 써내려갔다.

삶을 포기하지 않고, 질문을 지우지 않은 이들의 이야기였다.”

→ 샬럿 브론테

: 『제인 에어』의 주인공 제인을 통해 사회가 정해놓은 여성의 역할에서 벗어나

주체적으로 자기 삶을 선택하고 감정을 드러낸 상징적 존재.


“페미니즘은 단지 외치는 것이 아니라,

기억하는 방식이자 살아내는 문장이다.”

→ 토니 모리슨

: 흑인 여성의 역사와 목소리를 문학으로 되살린 작가.

『가장 푸른 눈』, 『빌러비드』를 통해 기억, 상처, 억압을 강하게 문장으로 전환한 인물.


“끝내 자신만의 방을 갖지 못한 여성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 방이 없던 자리에도, 그들은 흔적을 남겼다.

책 한 권, 문장 하나, 말 한 줄이 그들의 방이었다.”

→ 에밀리 디킨슨

: 세상 밖으로 거의 나가지 못한 삶 속에서도,

수백 편의 시를 통해 ‘은둔 속 글쓰기’라는 방식을 통해 자신만의 방을 만든 시인.


“여성 문학의 위대함은 드러나는 영웅성보다,

숨죽인 저항과 조용한 확신에 있다.

세상의 이름표가 아닌, 자기 이름을 부르는 연습으로부터 시작되었다.”

→ 실비아 플라스

: 『벨 자』로 대표되며, 사회가 부여한 여성의 역할과 자아 사이에서

분열과 저항을 날카롭게 써낸 작가. 그녀의 문장은 내면에서 피어난 고요한 저항이었다.


'우주서평단 @woojoos_story'을 통해 ’신사책방’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하놀 인스타 @hagonolza

#우주서평단 인스타 @woojoos_story


세계문학사 최초의 대하소설 ‘겐지 이야기‘는 일본 소설 최고의 명작이자 지금껏 쓰인 허구의 이야기 가운데서도 독보적인 성과를 이룬 작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여성 문학사에서도 중요한 의의가 있는 이 독창적인 소설의 작가는 11세기 일본의 궁녀다.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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