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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 사는 거 기세 좋게 - 보여줄게 100세의 박력, 100세의 해피엔드 인생법
사토 아이코 지음, 장지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4월
평점 :

“그래도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살다 보면 세상이 우리에게 기대하는 모습에 맞춰 살아야 할 것 같은 강박에 시달린다. “조금 더 원만하게”, “조금 더 부드럽게”, “사람들과 잘 지내야 한다”는 말들이 때로는 칼날처럼 피부를 베어낸다. 그런데 여기, 그 모든 사회적 요구를 단호히 거절한 채, “나는 나다”라고 말하는 한 사람이 있다.
사토 아이코.
그녀는 『이왕 사는 거 기세 좋게』에서 불편할 정도로 솔직하게 그러나 묘하게 따뜻하게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책 초반에 인상적인 에피소드가 하나 나온다.
한 독자가 그토록 원하던 S 출판사 면접에서, 졸업 논문 주제로 삼은 ‘사토 아이코’에 대해 질문을 받는다. 면접관은 묻는다. “사토 아이코를 좋아합니까?” 그는 주저 없이 “무척 좋아합니다”라고 답한다. 결과는 낙방. 이유는 분명했다. “사토 아이코는 협조적이지 않은 인물”로 유명했기 때문이다. 이 일화는 웃프면서도 이 책의 결을 단번에 보여준다. 사토 아이코는 사회가 요구하는 ‘좋은 사람’ 프레임에 절대 맞춰 살지 않았다. 그리고 그 사실을 숨기지도 않는다.
책 속에서 사토 아이코는 스스로를 이렇게 소개한다.
“나는 단점이 많고, 협조적이지 않고, 귀찮은 것도 많고, 화도 잘 내고, 상대를 가리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을 다 한다. 무뚝뚝하고 상식을 무시하면 저돌적이다.”
그녀는 “사람들과 잘 지내야 한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고, “사랑받기 위해 애쓴 적도 없다”고 고백한다. 오히려 오해받으면 오해받는 대로, 몰이해 속에 있으면 있는 대로 받아들이며 살아왔다. “오해를 풀기 위해 노력하지도 않고, 오해하는 사람을 원망하지도 않는다. 그냥,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쯤 되면 누군가는 그녀를 ‘차가운 사람’이라고 부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이코는 다르게, 더욱 인간적으로 다가온다. ‘될 대로 되라’는 투명한 체념과 함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껴안고 살아낸 한 인간의 고집스러운 따뜻함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런 그녀에게 편집부는 “사람들과 잘 지내기 위한 성격”에 대해 써달라고 요청한다. 그녀는 이 의뢰를 받고 한참 고민한다. “혹시 이건 반성하라는 뜻인가?” 싶을 만큼. 그러나 사토 아이코는 끝까지 자신의 색깔을 잃지 않는다. 사람들과 부드럽게 잘 지내는 법을 ‘가르치는’ 대신, ‘서툴러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건넨다.
교묘한 인간관계 스킬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대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어떻게 다독이며 살아갈지를 이야기한다.
이 책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문장 몇 가지를 소개하고 싶다.
“오해받았다고 해서 억울해하지 말자. 억울해할 필요가 없다. 그냥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면 된다.”
“힘내지 않아도 좋다. 다만, 기세만큼은 잃지 말자.”
“상대방의 기분을 지나치게 배려하다 보면, 결국 나조차 어디 있는지 알 수 없게 된다.”
이 문장들은 그녀가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는지, 또 자기 자신을 어떻게 대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사토 아이코는 우리가 흔히 듣는 ‘따뜻한 조언’을 기대하는 사람에게는 꽤 낯선 존재일 것이다. 그녀는 현실을 덧칠하지 않고, 때로는 쓴 약처럼 직설적으로 진심을 건넨다.
특정 챕터 중 기억에 남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만났을 때’에 대한 이야기다.
아이코는 말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억지로 이해하려 들 필요도 없고, 억지로 맞추려고 애쓸 필요도 없다고. “그냥 그런 사람이구나” 하고 인정하면 그만이라고.
“사람을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그저 자연스러운 감정일 뿐 억지로 조율할 필요는 없다”고 그녀는 덧붙인다. 그러면서 “싫은 사람에게 시간을 쓰느니, 좋아하는 것에 시간을 쏟자”고 담백하게 정리한다. 이 얼마나 솔직하고 시원한 태도인가.
또 다른 챕터 ‘인생을 버텨내는 힘은 어디서 오는가’에서는, 거창한 인생 목표나 대단한 의지를 강조하지 않는다. 대신 기세, 다시 말해 스스로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작은 에너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녀는 삶이 늘 흐트러진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그 흐트러짐 속에서도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고, 꿋꿋이 걸어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인생을 살아내는 기술이라고.
『이왕 사는 거 기세 좋게』는 어떤 의미에서는 자기계발서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이 책은 ‘변화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그래도 살아가자’고 말한다. 그렇게 살아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때로는 외롭고, 때로는 불편하다. 하지만 진짜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사토 아이코는, 결국 이렇게 말하고 있는 듯하다.
“내가 사랑받지 못할까봐, 인정받지 못할까봐, 애쓰지 마라.
사랑받지 않아도 괜찮다. 인정받지 않아도 괜찮다.
기세 좋게, 네 길을 가라.”
그 말 한마디가 오늘도 위태롭게 버티고 있는 우리에게 용기를 준다.
이왕 사는 거 기세 좋게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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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즈덤하우스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인스타 #하놀 @hagonolza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사토 씨, 힘들 때 도망치려고 하면 더 힘들어져요. 고난은 피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게 편해요."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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