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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피는 가족이 필요해
레이첼 웰스 지음, 장현희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5년 3월
평점 :

누군가의 품에서 따뜻한 사랑을 받으며 지내던 ‘알티’라는 고양이는 어느 날 갑자기 혼자가 된다. 자신을 아껴주던 주인이 죽게 되면서, 보호소에 끌려 갈 위기에 처한다. 스스로 위험천만한 길거리의 삶으로 나아간다.
거기서부터 알피의 삶은 다시 시작된다.
레이첼 웰스의 『알피는 가족이 필요해』는 주인을 떠나 보내고 집을 잃은 알피’의 여정을 따라가며,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고양이를 통해 삶과 공동체 그리고 가족의 진짜 의미를 전하는 작품이다.
어릴 적만 해도 고양이는 낯선 동물에 가까웠다. 하지만 요즘은 주변에 고양이를 키우는 이들이 참 많다. 고양이라는 존재가 주는 위안, 무심한 듯 다정한 태도, 말은 없지만 가만히 곁을 내어주는 그 특유의 묘한 따뜻함이 있다. 『알피는 가족이 필요해』는 그 고양이 특유의 ‘조용한 다정함’을 섬세한 이야기로 풀어낸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고양이를 단지 귀여운 동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삶의 공백을 메워주는 존재임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세상에 나온 알피가 겪는 시작은 결코 따뜻하지 않다. 알피는 운이 좋아 ‘도라 스트리트’라는 동네에서 자신을 받아줄 사람들을 만났지만, 세상의 수많은 동물들이 그렇듯 누군가는 반려동물을 너무도 쉽게 들이고 너무도 쉽게 버린다.
이 책은 그런 현실을 고요하지만 깊이 있는 방식으로 비판하는 것도 같다. 동물은 장난감도, 소모품도 아니다. 그들은 인간의 삶과 함께하는 존재이며, 감정이 있고, 기억이 있으며, 상실의 아픔을 느끼는 생명이다. ‘알피’는 가족을 잃고 느꼈던 슬픔과 혼란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것은 동물이기 이전에 하나의 인격체로서 겪는 진짜 감정이다 우리는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그들을 가족이라 부른다. 하지만 가족이라 부른다면,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
단순히 귀여움과 위안을 주는 존재가 아니라 슬픔까지 함께 나누고 마지막까지 지켜줄 존재로서 말이다. 이 책은 그런 반려동물과 인간의 따뜻함을 전한다.
알피는 도라 스트리트 사람들의 삶에 조용히 스며든다.
싱글맘 클레어는 이혼의 상처와 아이를 혼자 키워야 하는 현실 속에서 늘 긴장과 불안 속에 살아간다. 주변과의 관계마저 단절된 듯한 그녀에게 알피는 처음엔 불청객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감정을 마주할 수 있는 틈이 되어준다. 그녀는 알피를 통해 다시금 미소를 짓고, 닫힌 마음의 창을 조금씩 열어가기 시작한다.
조너선은 감정을 억누르며 무덤덤하게 살아가는 남자다. 말도 없고, 표정도 잘 드러내지 않는 그는 알피와의 조용한 동거 속에서 처음으로 정서적인 변화의 씨앗을 틔운다. 말이 없기에 가능한, 그런 깊은 교감이 알피와 그를 잇는다.
외로운 노인 조지, 오랜 세월을 함께 했지만 마음의 대화는 점점 멀어진 테드와 샐리 부부, 낯선 환경에서 이웃과 거리감을 두고 살아가던 니아… 이들은 모두 알피를 통해 삶 속에 들어온 작은 기적을 경험한다. 상처받고 지친 이들이 서로를 바라보게 되는 데에는, 한 마리 고양이의 작은 용기와 따뜻한 시선이 있었다. 알피는 말 대신 온기로 교감하고, 때로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가교가 된다. 그렇게 그는 스스로 가족을 찾아가며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가족이 되어준다.
이 책은 총 35개의 에피소드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은 짧지만 인물 간의 정서적 변화, 알피와의 관계 변화가 섬세하게 드러나며 전체적으로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된다. 단편이 아닌, 하나의 연속된 서사 안에서 독자는 알피와 함께 도라 스트리트를 거닐고, 각각의 집 안 풍경을 들여다보며 사람들의 사연을 마주하게 된다.
알피는 어떤 위대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 그저 곁에 있어준다. 상처받은 이들에게는 말 없이 곁을 지켜주고, 고독한 이들에게는 침묵 속에서 따뜻함을 나눈다. 그는 단순한 고양이가 아니라, 누군가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살아 있는 위로’다. 그래서 이 책은 고양이 이야기 같지만, 결국 인간의 이야기이며, 우리 모두가 삶에서 한 번쯤 필요로 했던 존재에 대한 이야기다.
가족이란 무엇일까? 이 책은 그 답을 이렇게 말한다
피를 나누지 않아도, 법적으로 엮이지 않아도, 서로의 삶에 진심으로 관심을 가지고 곁을 지켜주는 존재. 그것이 진짜 가족이다. 알피는 처음에는 가족을 필요로 했던 존재였지만, 결국 도라 스트리트 사람들에게 가족이 되어주었다.
이 책을 통해 고양이라는 존재가 단순히 귀여움을 주는 애완동물이 아니라, 누군가의 삶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누군가가 될 수 있다. 알피는 처음에는 가족을 필요로 했던 존재였지만, 결국 도라 스트리트 사람들에게 진짜 가족이 되어주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중요한 깨달음을 남긴다. 가족은 피를 나눈 존재만이 아니라, 끝까지 곁을 지키고 마음을 나누는 존재다.
특히 이 책은 사람 사이의 연결이 느슨해졌다고 느끼는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어줄 수 있다. 반려동물을 좋아하거나 그들과의 교감 속에서 진심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알피의 시선을 통해 더욱 깊은 공감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큰 사건이나 자극적인 전개보다는, 잔잔하지만 뭉클한 감동이 있는 이야기를 선호하는 독자에게도 잘 맞는다. 무엇보다 가족이란 무엇인지, 관계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에 대해 고민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자신만의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알피는 가족이 필요해』는 가볍게 읽히지만 읽고 난 뒤 마음 한 켠에 오래 머무는 울림이 있다. 때로는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알피는 조용히 증명해 보인다. 고양이 알피가 지나간 자리엔 언제나 사람과 사람을 잇는 다정한 온기가 남아 있다. 알피의 따뜻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만나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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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스투유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인스타 #하놀 @hagonolza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나도 정답을 알면 좋겠어. 그래도 삶이란 게 얼마나 부서지기 쉬운지 배웠잖니. 그러니 마음을 굳게 먹도록 하렴." -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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