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력 수업 - 『넛지』 캐스 선스타인의
캐스 선스타인 지음, 신솔잎 옮김 / 윌북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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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선택을 바꾸고 싶다면, 감정보다 환경을 먼저 설계하라!”

“취하라!Get Drunk!”

『넛지』로 유명한 행동경제학자 캐스 선스타인은 『결정력 수업』에서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결정들이 논리와 이성만이 아니라 감정·기억·환경·사회적 맥락에 의해 만들어지는 복합적 과정임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결정의 흐름 속에서 어떻게 더 나은 방향으로 스스로를 유도할 수 있을지 탐색한다.

책의 서두에는 철학자 프랭크 렘지와 비트겐슈타인의 대화가 등장한다. 렘지는 우울함보다는 ‘짜릿함’을 느끼는 삶을 강조했고, 감정이 객관적 사실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더라도 삶의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 대화를 빌려 결정은 논리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감정과 경험이 깊이 개입된 실천적 행위임을 설명한다. 특히 어떤 결정을 내릴 때 단지 효율성이나 경제성만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그 선택이 우리의 심리적 안녕감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강조한다.

결정은 감정과 가치의 조합이다

저자는 인간이 완벽하게 합리적인 존재가 아님을 강조하며, 감정이 결정에 깊이 작용한다고 말한다. 그는 특히 1장에서 “이차적 결정” 즉, 결정을 어떻게 결정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하며, 스트레스를 줄이고 삶을 단순하게 만드는 다양한 전략들을 제시한다. 예컨대, 결정 상황마다 적절한 전략을 설계함으로써 우리는 선택의 부담을 줄이고 삶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2장에서는 인생을 좌우할 만큼 중대한 결정, 즉 우리의 정체성과 가치관을 바꾸는 선택들을 다룬다. 선스타인은 이처럼 중대한 결정이야말로 우리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핵심이라고 보고, 효율보다 ‘방향’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무엇을 아는가, 무엇을 믿는가

결정에는 정보가 필요하지만, 3장에서는 정보 그 자체보다 우리가 어떤 감정적 반응을 예측하는지가 결정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즉, 정보를 통해 행복해질 것인지, 혹은 불행해질 것인지를 고려하여 ‘알 것인가, 외면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다. 이는 정보 소비가 단지 지식 습득의 문제를 넘어, 정서적 선택임을 드러낸다.

이어서 4장과 5장에서는 우리가 어떤 정보를 믿고 받아들일지를 결정하는 과정을 다룬다. 특히 기후변화처럼 정치적·사회적으로 민감한 주제를 통해 사람들은 종종 근거보다도 ‘믿고 싶은 것’을 선택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저자는 신념 또한 일종의 선택 대상이며, “이 믿음이 내 삶을 나아지게 만들 수 있는가?”라는 실용적 기준이 작동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모순적인 존재다

6장에서는 선택의 모순과 인지 편향을 다룬다. 우리는 A보다 B를, 동시에 B보다 A를 선호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선택의 역설은 ‘분리 평가’와 ‘공동 평가’의 차이, 즉 비교 맥락에 따라 결정이 달라지는 현상에서 비롯된다. 이 장은 우리가 흔히 겪는 ‘마음 바뀜’이나 ‘선택 후 후회’의 이면을 설득력 있게 설명해준다.

소비, 알고리즘, 그리고 자율성의 문제

7장과 8장에서는 우리가 사회적 존재로서 어떻게 소비 결정을 내리는지를 분석한다. 특히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통한 소비는 연대성과 독점성이라는 개념으로 나뉘며, 우리는 때로 불행해질 것을 알면서도 계속 플랫폼을 사용하는 딜레마에 빠진다. 이는 다시 3장에서 말한 감정 예측의 문제로 이어지며, 인간이 단순한 ‘쾌/불쾌의 기계’가 아님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

9장은 알고리즘이 결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성찰이다. 알고리즘은 잡음과 편향을 줄이는 유용한 도구이지만, 사람들은 때로 그 결정을 ‘스스로’ 내리고 싶어 한다. 이는 ‘결정의 자율성’과 연결되며, 우리가 기계적 정확성보다도 스스로 선택한다는 감각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인간의 본능적 욕구를 보여준다.

결정의 주체가 된다는 것

이 책의 가장 강력한 메시지 중 하나는 10장에서 강조된다. 바로 ‘조종당하지 않을 권리’이다. 타인의 넛지에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를 위한 넛지를 설계하는 것이 진정한 자율성이다. 자기 자신이 선택의 주체가 되는 일, 그것이 진짜 결정력이라는 것이다. 이를 통해 선스타인은 결정력이란 특별한 능력이 아니라, 반복적 실천을 통해 기를 수 있는 생활의 기술임을 강조한다.

맺음말의 제목은 “취하라! Get Drunk!”다. 우리는 불확실한 세상에서 어떤 것이든 흠뻑 빠질 자유가 있다. 결정이란, 그 자유를 스스로 인정하고 즐기는 일일지도 모른다.

결론적으로, 『결정력 수업』은 인간의 결정이 감정과 가치, 환경, 정보, 신념 등 다양한 요소와 얽혀 있다는 점을 총체적으로 조망한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완벽하지 않음을 인정하면서도, 보다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작고 사소한 설계가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삶은 거대한 결심보다도 사소한 행동의 반복 속에서 바뀌며 이 책은 그 출발점이 되어준다. 오늘도 우리는 수많은 선택 앞에 서 있고, 그 선택이 내일의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는 모르지만 더 의식적이고 주체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충분히 가치 있는 변화다.


'윌북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인스타 #하놀 @hagonolza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안녕감을 연구한 심리학에서는 사람들이 극대화하려는 대상으로 오래전부터 두 가지를 강조해왔다. 첫째는 행복, 둘째는 에우다이모니아eudaimonia다. 행복은 ‘기쁨’이라고도 하고, 에우다이모니아는 ‘번영‘이라고도 하며 그 안에 ‘의미’를 포함한다. 어떤 경험은 즐거움이나 기쁨, 편안함을 안기는데 모두 행복과 관련이 있다. 어떤 경험은 목적의식을 일깨우며 개인이 의미 있는 삶을 산다는 믿음과 관련된다. -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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