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제야 보이네 - 김창완 첫 산문집 30주년 개정증보판
김창완 지음 / 다산북스 / 2025년 3월
평점 :

사람은 지나고 나서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사람과 사랑을 통해 - 우리의 삶을 통해서 말이다.
김창완은 바로 그런 시간 너머의 감정을 담담하게 꺼내 보여준다.
이 책은 30년 전, 그가 처음 펴낸 산문집이다. 당시엔 음악인이자 방송인으로 익숙했던 그가 글로써 자신의 속마음을 꺼내 놓았고 그 글들이 많은 이들에게 울림을 주었다. 그리고 30년이 흐른 뒤, 다시 펴낸 개정증보판에는 세월이 덧입힌 깊이와 더 넓어진 시선이 자연스럽게 묻어난다.
저자는 자신을 ‘어설픈 그물’에 비유한다. 어설픈 그물이다 보니 많은 것들을 놓쳐버렸다고 했다. 하지만 그걸 아쉬워하거나 후회하는 대신, “어설픈 그물을 통해서 낚아 올린 것들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다행스러운 일인지도 모른다.”고 말하며 놓친 것들에 집중하지 않고 건져낸 것들의 소중함을 이야기한다. 삶을 완벽하게 붙잡을 순 없고, 누구나 실수하고 흘려보내는 것들이 있기 마련이다. 김창완은 그걸 인정하고 오히려 그 사이에서 피어난 감정들을 이야기한다.
이 책은 그가 살아오면서 마주한 일상과 기억, 감정의 조각들을 조용히 따라간다. 거창하거나 특별한 이야기는 없다. 하지만 글마다 어떤 마음이 오래도록 머물러 있었다는 걸 느끼게 된다. 누군가의 죽음, 지나간 사랑, 고요한 새벽, 어딘가로 향하는 발걸음, 스쳐간 사람들. 그런 것들이 때로는 짧은 글로, 때로는 긴 독백처럼 담겨 있다. 무엇보다 그가 말하는 방식이 너무 자연스럽다. 누군가에게 말을 거는 듯하고, 혼잣말처럼 흘러가기도 한다. 그래서 더욱 마음이 간다.
김창완은 음악인 답게, 이 책에서 특정 상황이나 기분, 계절의 분위기에 어울리는 음악들을 자연스럽게 추천해 준다. 음악이 어떤 식으로 우리의 기억과 감정을 건드리는지 이야기한다.
“저도 음악이 옛날의 아픔까지 다 새롭게 감싸줄 거라고 생각을 못했습니다.”라는 고백처럼, 음악은 그의 삶에서 겪은 이별, 괴로움, 상실 같은 감정들을 다시 들여다보게 만들고, 그것들을 완전히 새로운 빛깔로 감싸 안아주는 존재로 그려진다. 음악이 흘러나오면, 우리는 그 시절의 공기 냄새, 감정, 풍경을 함께 떠올리게 된다. 김창완은 바로 그 힘을 음악의 본질로 보고 있다.
음악은 지나간 시간을 소환할 뿐 아니라, 지금의 우리를 다독이는 위로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그는 괴로움도 아픔도 억지로 떨쳐내지 말고, 모두 담아 두라고. 그것도 결국 ‘내 것’이며 시간이 지나면 그 안에서조차 향기가 난다고. 마치 음악이 그러하듯, 고통조차도 언젠가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기억의 조각이 된다고 말이다.
이 책에서 소개된 노래들은 단순한 선곡 리스트가 아니다. 그 자체로 삶의 이야기를 담고 있고, 우리 안의 오래된 감정을 불러오는 열쇠가 된다. 김창완에게 음악은 시간의 향기이자, 기억의 언어이며, 결국 우리 삶을 마침표처럼 완성시켜주는 존재다.
그리고 이 책이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저자가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다. 그는 누구를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그 안에서 느꼈던 것들을 조용히 꺼내 놓을 뿐이다. 그런데 그 조용한 고백이 오히려 더 깊이 와닿는다. 그땐 몰랐지만 시간이 지나며 보이는 것들이 있다. 시간의 힘으로 다듬어진 감정들이 문장마다 묻어난다.
『이제야 보이네』는 어떤 정답을 주는 책이 아니다. 대신 나도 모르게 삶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책이다. 내가 놓쳐버린 것들, 지나쳐왔던 시간들, 말하지 못한 감정들을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하지만 이 책은 결코 우울하지 않다. 오히려 담백하고 따뜻하다. 놓친 것조차 소중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있어서다.
우리는 모두 어설픈 그물을 들고 살아간다. 완벽하게 살아내지 못하고, 중요한 순간들을 흘려보내며 하루하루를 만든다. 김창완은 그런 우리에게 말해준다. 어설펐지만, 그 안에서도 무언가를 건져낸 순간이 있었다고. 그리고 그 기억들이, 결국 우리를 살아가게 만든다고.
+
이번 개정증보판에는 김창완이 직접 그린 그림들과 시가 포함되어 책의 감성과 그의 내면 세계를 더 깊이 느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저자가 글을 쓰는 동안 함께 만들어낸 창작물로 그의 시선과 감성이 녹아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ㅡ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채손독) @chae_seongmo'를 통해
'다산북스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인스타 #하놀 @hagonolza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ㅡ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채손독) @chae_seongmo'를 통해
'다산북스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인스타 #하놀 @hagonolza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사람들이 흔히 하는 큰 오해 중 하나는 자기를 너무 잘 아는 것처럼 생각한다는 거예요. ‘나는 안 돼’라는 확신에 차 있어요. 나는 그 정도밖에 안 되고, 게으르고, 가정환경이 어렵고, 끈기가 없고…. 자신을 너무 잘 아는 듯 생각해요. 그러나 우리의 인생을 그렇게 쉽게 단정 지을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의외로 저에게는 나도 몰랐던 재능이 있었고 아직 스스로에게조차 알려지지 않은 나만의 길이 있었어요. 거울 파에 한번 서 보세요. 옆에 누구도 없어요. 누구도 나를 대신할 수 없어요. 명배우 앤서니 퀸과 어린 소년 찰리의 듀엣곡 <Life Itself Will Let You Know(인생이 너의 길을 알려줄 거야)>라는 노래 제목처럼 우리가 인생에 대해 왈가왈부할 권한은 없는 것 같아요. 인생이 우리에게 가르쳐줄 거니까. 함부로 얘기하기 어려워요. - P16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