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이로운 나라 오즈> 이야기는 ‘마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마법으로 생명을 얻는 새로운 인물들을 탄생시킨다. 호박머리 잭과 목마, 검프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생명 가루의 마법을 통해 생명을 얻는 기묘한 인물들은 상상력을 더욱 확장시킨다. 바움은 <경이로운 나라 오즈>를 통해 마법에 대한 독자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쪽으로 작품의 방향을 설정했다.
특히 사악한 마녀 몸비와 착한 마녀 끌린다의 마법 대결은 <경이로운 나라 오즈>의 이야기의 흥미를 절정으로 끌어올린다. 몸비 할멈이 마법으로 허수아비 일행의 길을 방해하는 장면들과 변신을 통해 글린다는 속이는 장면들은 이 작품의 긴장감을 일으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마법을 통해 허상을 만들어 내거나, 장미꽃이나 개미, 혹은 그리핀과 같은 다양한 존재로 변신함으로써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려는 몸비의 의도는 결국 실패하는데, 이는 사악한 마법의 한계를 드러내는 효과를 낳는다. 글린다가 변신 마법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분명하게 말하는 장면 역시 사람을 속이는 마법은 결국 실패하고 진실이 밝혀진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 작품에서 마법은 뭔가 서툴고 볼품없는 존재들을 만들어 내고 결국은 한계를 드러내기도 하지만, 그런 인물들도 특별하다고 강조하며 어린 독자들의 호기심과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이 작품에서 또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작가가 여성과 남성의 갈등을 재미있는 방식으로 전복한다는 점이다. 허수아비의 왕국을 정복하는 진정 장군과 반란군은 두 가지 목적을 가지고 있다. 그중 하나는 바로 세상이 너무 남성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그것을 바꾸겠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에메랄드 왕국의 귀한 보석을 차지하는 것이다. 첫 번째 목적 달성을 위해 진저는 에머랄드 왕국을 점령한 후에 모든 가정에서 남성들이 집안일을 하고, 여성들은 잡담을 하거나 놀면서 지내도록 지시한다. 그래서 남성들은 집안일을 하면서 너무 힘들어하며 여성들이 그동안 그 일을 어떻게 해 왔는지 의아해한다. 결국 오즈마 공주가 여왕이 되면서 남성과 여성은 다시 본연의 역할로 돌아가 행복하고 화목한 생활을 하지만, 바움은 진저의 반란을 통해 여성의 충족되지 않은 욕망을 표현했다. 모든 것이 남성 중심으로 돌아가는 사회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진저와 반란군의 무기가 뜨개바늘이라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뜨개바늘은 옷을 만들 때 사용할 수 있지만, 언제든지 상대를 찔러 피를 흘리게 만드는 위험한 무기가 될 수도 있다.
또한 바움이 남자아이 보다는 여자아이를 주인공으로 삼는 것을 더 선호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물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영향을 받은 바움이 미국의 어린이들을 동일시할 수 있는 여자 어린이를 선택한 것이라는 점은 이미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경이로운 나라 오즈>에 등장하는 어린이 역시 겉모습은 남자아이지만, 원래는 오즈 마라는 여자아이라는 흥미로운 설정을 보여 준다. 작품 초반에는 ‘팁’이라는남자아이가 중심인물로 등장하기 때문에 바움이 이번에는 남자아이를 주인공으로 삼은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것은 마법이 일으킨 속임수였다. 마법을 통해 여자아이를 남자아이로 만들었다는 것은 성 정체성에 대한 흥미로운 인식을 유발할 수도 있겠다.
이 작품은 <오즈의 위대한 마법사>에 등장했던 허수아비와 양철 나무꾼이 어떻게 살고 있으며, 어떤 모험을 하는지 보여 줌으로써 독자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킨다. 그리고 이들과 더불어 새롭게 등장한 서투른 존재들은 우리 주위에서 하찮게 여겨지는 것들을 중요하게 만드는 효과를 발휘한다.
결국 이 책을 통해 저자가 전달하고 싶은 교훈은, 자아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전달한다. ‘팁’은 도망자의 삶을 살면서도 자신 안에 있는 용기와 책임감을 발견하고, 결국 진정한 자신을 받아들이며 성장한다. 그리고 외형보다는 내면의 진실과 가치가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각 등장인물들은 겉모습과는 다르게 중요한 역할과 지혜를 지닌 존재들로 묘사된다. 아울러 성 고정관념과 권력의 구조에 대한 풍자도 담겨 있어, 오즈의 세계를 통해 인간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그림과 이야기가 조화롭게 엮인 책으로, 한번 이야기에 빠지게 되면 마지막까지 손을 놓을 수 없는 책이다. 바움 이전에는 미국 작가가 쓴 동화가 거의 없었고, 영국 작가의 책에만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그는 미국적 요소를 작품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고, 1900년에 출간한 <오즈의 위대한 마법사>가 2년동안 베스트셀러를 유지할 수 있었다. 열 세 편의 후속편 중 첫 번째인 <경이로운 나라 오즈>를 시작으로 그의 후속 작품들을 모두 만나볼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