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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를 한다는 것 - 소통의 시대에 느림의 철학자 피에르 쌍소가 전하는 “진정한 대화”와 “대화의 행복”
피에르 쌍소 지음, 이진희 옮김 / 드림셀러 / 2025년 3월
평점 :

성공적인 대화를 결정하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성공적인 대화를 방해하는 장애물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무엇이 대화를 완벽하고 충만하게 할까?
피에르 쌍소의 책 ‘대화를 한다는 것’은 우리가 무심코 해왔던 ‘말하기’와 ‘듣기’를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그렇다면 진정한 대화란 무엇일까? 마음을 열고, 상대의 말에 온전히 귀 기울이며 서로 통하는 경험은 생각보다 드물고 어렵다. 이 책은 그런 ‘진짜 대화’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왜 중요한지를 차분히 들려준다.
피에르 쌍소는 프랑스의 작가이자 사회학자로, 일상 속 평범한 것들에서 특별한 의미를 찾아내는 사람이다. 이 책에서도 그는 철학적인 생각과 현실적인 시선으로 ‘대화’라는 익숙한 행동을 새롭게 바라본다. 우리가 평소에 주고받는 말들이 정말 마음을 담은 대화였는지, 무심코 던진 말들이 어떤 오해를 불러왔는지, 또 말없이 흐르는 침묵 속에 어떤 의미가 숨겨져 있는지를 차분하게 짚어낸다.
이 책의 첫 부분에서 그는 ‘대화란 단순한 말의 주고받음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대화는 듣는 사람이 있어야 완성되며, 듣는 태도 자체가 대화의 질을 결정한다고 강조한다. 우리는 종종 대화하면서도 사실 상대의 말을 듣지 않는다. 머릿속에선 다음에 할 말을 준비하고 있고, 상대의 말이 끝나기만을 기다린다. 저자는 이런 식의 말은 대화가 아니라 그저 소음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는 대화를 ‘살아 있는 만남’이라 표현한다. 대화란 내 생각이 상대와 부딪히며 자극받고, 또 확장되는 과정이다. 그래서 진짜 대화를 나누고 나면, 어떤 깨달음이 생기기도 하고, 때로는 마음 깊은 곳에 묻어뒀던 감정이 올라오기도 한다. 이런 대화는 결코 우연히 생기지 않는다. 서로에 대한 존중과 관심, 그리고 무엇보다 ‘들으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저자는 ‘침묵’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우리는 종종 침묵을 어색해하고 뭔가 말을 채워야 한다고 느끼지만, 사실 침묵은 대화의 일부다. 때론 아무 말 없이 함께 있는 시간이 말보다 더 많은 걸 전하기도 한다. 말과 말 사이의 빈 공간, 그 침묵이야말로 상대의 말에 진심으로 귀 기울이고 있다는 증거가 되기도 한다.
이 책에는 그가 직접 겪은 일상 속 대화의 순간들이 자주 등장한다. 지하철에서 스쳐 지나간 낯선 이와의 짧은 대화, 친구와의 오랜 침묵 끝에 다시 이어진 이야기, 가족과의 갈등 속에서 다시 마주한 진심. 이런 구체적인 사례들은 각자의 대화 경험을 떠올리게 만든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말하는 나의 태도, 듣는 나의 자세, 관계 안에서의 나의 위치를 스스로 돌아보게 게 만든다. 무언가를 배운다는 느낌보다 너무 익숙해서 놓쳤던 것들을 새롭게 바라 보게 만들기 때문이다. 친구에게 조금 더 진심 어린 관심을 가지고 부모님의 말에 한 번 더 귀 기울이게 된다. 그렇게 우리의 대화가 조금씩 달라지게 만든다.
결국 이 책을 통해 그동안의 나의 마음 상태를 돌아보게 만든다. 말은 마음에서 시작되고, 그 마음은 함께 나누고자 하는 진심에서 출발한다는 걸 상기시켜준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재미 있었던 파트는 수다쟁이 관련 내용이었다. 저자가 수다쟁이를 만났을 때 즐겨하는 ‘치즈 플래터 시험’이 있다고 했다. 저자는 자신의 집에 여러명의 친구들을 초대한 어느 날, 수다쟁이에게 여러 종류의 치즈 접시를 건네고 그의 반응을 관찰하였다. 수다쟁이는 치즈를 먹은 뒤 접시를 옆으로 넘기지 않고 계속 말을 이어가며 접시를 독차지 했다. 다른 친구들은 치즈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누군가 한 명이 용기내어 접시를 달라고 말을 했는데, 수다쟁이는 자신의 발언권을 뺏긴 사람인양 굴며 대화에 대한 욕구를 식탐으로 바꾸었다. 그리고 그는 접시의 치즈를 모두 먹어 치웠다. 이 일화를 통해 수다쟁이가 단지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을 넘어 발언권을 독점하고, 나눔이나 소통에는 관심이 없는 자기중심적인 사람이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
피에르 쌍소의 ‘대화를 한다는 것’은 우리가 일상 속에서 아무렇지 않게 주고받았던 말 한마디, 별 생각 없이 지나쳤던 침묵의 순간들 속에 얼마나 깊은 의미가 담겨 있었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우리가 진심으로 원하는 ‘진짜 대화’는 결국 마음과 마음이 맞닿을 때, 그 짧지만 깊은 연결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조용히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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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셀러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인스타 #하놀 @hagonolza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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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기 위해 기꺼이 강물에 뛰어드는 영웅적인 인물처럼 자신을 희생하며 수다에 뛰어드는 사람들을 찬양하고 싶다. 대화를 지루해지고 시들해지면 불편함이 커진다. 우리 중 누군가가 어색함을 풀기 위해 아무 말이나 내뱉거나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우리는 그 사람에게 감사할 줄 모르고 거북한 분위기가 해소되고 나면 ‘어휴, 말도 많지’라고 속으로 말한다. 나 역시 이러한 상황에 놓인 적이 있다.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누군가는 광대가 되어 과장된 몸짓을 하며 횡설수설한다. 그는 자기 자신을 내던지며 그런 공연을 펼칠 마음은 없었을 것이다. 다만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고 사람들을 다시 대화에 집중하게 하고 싶었을 뿐이리라. -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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