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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펼침 (주책공사 5주년 기념판)
이성갑 지음 / 라곰 / 2025년 3월
평점 :

“책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책이란 어떤 의미며, 책방은 어떤 공간인가?”
책을 사기 위해 서점을 찾았던 순간을 떠올려 보자. 우리는 대개 필요한 책 한 권을 골라 계산을 마치고 서점을 나선다. 하지만 어떤 서점은 그저 책을 사고 파는 공간이 아니라, 머물고 싶은 장소가 되기도 한다. 그런 공간을 마주하면 책을 좀 더 읽고 싶거나, 커피를 파는 곳이라면 한 잔의 커피를 곁들여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싶어진다. 때로는 책방 주인과 한두 마디 나누면서 책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뜻밖의 좋은 책을 추천받아 새로운 책을 발견하는 기쁨을 찾기도 한다. 작은 책방이 주는 이러한 경험은 대형 서점에서는 쉽게 느낄 수 없는 특별한 감동을 선사한다.
부산의 독립서점 ‘주책공사’를 운영하는 이성갑 작가는 바로 그런 공간을 꿈꾼다. 그리고 그의 철학과 신념이 고스란히 담긴 책이 있다. 바로 『오늘도, 펼침』이다. 이 책은 주책공사를 운영하며 겪은 일상과 책에 대한 애정을 담은 에세이로, 책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위로받고, 함께 살아가는 삶의 태도를 이야기한다.
주책공사는 매일 오전 11시에 문을 열고, 오후 8시에 문을 닫는다. 그러나 작가는 단순히 ‘문을 연다’와 ‘문을 닫는다’라는 표현 대신, 책방을 ‘펼친다’와 ‘덮는다’라고 말한다. ‘펼침’과 ‘덮음’이라는 표현에는 단순한 운영 시간을 넘어, 책과 삶을 연결하려는 철학이 담겨 있다.
특히, 주책공사가 매일 11시에 문을 여는 이유는 ‘1+1=2’라는 증명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하나와 하나가 만나 둘이 된다는 뜻을 담았으며, 개업일 또한 2020년 2월 2일로 정했다. ‘1+1=2’라는 단순한 수식이지만, 혼자가 아닌 함께하는 삶의 가치를 강조하는 그의 신념을 반영하고 있다. 그리고 책방을 덮는 시간인 20시는 ‘1+1=2’가 영(0)원해지라는 기도의 의미를 담고 있다.
주책공사는 언제나 ‘또 다른 혼자’를 기다리는 공간이다. 작가는 서점에서 혼자 기다린다. 책을 좋아하는 또 다른 혼자가 이곳을 찾아와 함께 책을 펼칠 순간을 기다리면서 말이다.
『오늘도, 펼침』은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작가는 서점을 운영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책을 사러 온 손님들, 독서 모임에 참여하는 이들, 우연히 들렀다가 서점의 분위기에 이끌려 이야기를 나누고 가는 사람들까지. 주책공사는 단순히 책을 사고 파는 공간이 아니라, 책을 둘러싼 대화가 끊이지 않는 장소다.
책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다리가 된다. 작가는 책방이 단순한 판매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이 책을 매개로 서로의 삶을 나누는 곳이 되길 바란다. 그래서 주책공사는 책 판매뿐 아니라, 독서 프로그램과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지역 사회와 소통하고 함께 성장하는 공간을 만들고 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독서는 개인의 취미를 넘어 사회적 의미를 지닌 활동이 되며 공동체의 가치를 다시금 깨닫게 만든다.
책을 읽으면서 깨닫게 된 점은, 책이 결코 정답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때때로 책에서 답을 찾으려 한다. 삶이 막막할 때, 고민이 깊을 때, 책을 읽으며 해결책을 찾고자 한다. 하지만 작가는 말한다. 책에서 답을 찾으려 해도 찾을 수 없을 것이라고.
책은 답을 주지 않는다. 대신, 길을 만들어 준다. 하지만 그 길은 책이 대신 걸어줄 수 없다. 온전히 나 자신의 몫이다. 내가 읽고, 고민하고, 선택하고, 걸어가야 한다. 그렇기에 책을 읽는 데 시간이 걸린다. 책을 통해 길을 찾기 위해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정보를 얻는 것이 아니라, 자기만의 길을 모색하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 길은 단순하지 않다. 책을 읽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책이 던지는 질문을 곱씹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답을 찾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오늘도, 펼침』을 읽다 보면, 책을 읽는 행위가 단순한 지식 습득을 넘어 삶의 변화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어떤 책을 읽느냐에 따라 삶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고, 책 한 권이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작가는 이러한 책의 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며, 이를 공유하고자 한다.
책을 읽고, 누군가와 나누고, 그 속에서 영감을 얻는 행위는 일상 속에서 큰 힘이 된다. 독립서점은 대형서점에 비해 규모는 작을지 몰라도, 그 속에서 이루어지는 만남과 대화는 결코 작지 않다. 오히려 더욱 깊은 감정과 생각이 교류되며, 특별한 의미를 지닌 장소로 자리 잡는다.
이 책은 책과 사람, 그리고 삶의 태도에 대한 이야기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새로운 세계를 여는 것이며, 책방을 운영한다는 것은 그 세계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연결해 주는 일이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과 서점을 운영하며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책과 삶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오늘도, 펼침』은 고된 하루를 마치고 돌아와, 차 한잔을 마시며 읽으면 더욱 위로가 되는 책이다. 흔한 성공담이나 교훈을 강요하는 책이 아니다. 다만 책과 함께 살아가는 한 사람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하지만 그 이야기가 어느새 우리의 이야기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혹은 책과 함께하는 삶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오늘도, 펼침』을 펼쳐보길 권한다. 아마 당신도 책을 통해 삶을 조금 더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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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곰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인스타 #하놀 @hagonolza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삶에는 늘 고독함이 따릅니다. 어떻게든 살아가야 하고, 어떻게든 살아내야 합니다. 삶을 지키기란 힘이 들고 아픈 일입니다. 진아는 외로움을 이겨내기 위해 텔레비전을 켜놓고 잠이 듭니다. 반면 진아의 아버지는 외로울 대 사람들과 어울립니다. 말했듯이, 혼자이든 함께이든 각자의 방식을 따르는 것입니다.
당신의 고독은 어떠한 방식입니까? 무엇을 할 때 기쁩니까? 거기서 쉼을 얻습니까? 좋은 방식, 나쁜 방식은 없습니다만. 그저 각자의 삶의 방식만 기록되어 남을 뿐입니다. 그러니 그대, 주눅 들지 마십시오. 잘하고 있습니다. - P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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