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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의 심리학 - 예술 작품을 볼 때 머릿속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오성주 지음 / 북하우스 / 2025년 3월
평점 :

“그림은 정지해 있기 때문에 관객의 개입이 훨씬 깊고, 보면 볼수록 새롭다.”
미술관에서 작품을 마주할 때 어떤 그림은 한 눈에 이해되지만, 어떤 그림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이 작품이 왜 걸작일까?” “도대체 뭘 표현한 거지?”라는 의문이 들 때도 있다.
우리는 흔히 작품이 난해해서 그렇다고 생각하지만, 오성주의 『감상의 심리학』은 그 이유가 작품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그림을 감상하는 방식에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우리가 그림을 볼 때 단순히 눈으로만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뇌와 감정이 함께 움직이며 의미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바로 이 과정이 예술 감상의 본질이다.
이 책에서 강조하는 핵심 개념 중 하나는 “그림은 정지해 있기 때문에 관객의 개입이 훨씬 깊고, 보면 볼수록 새롭다.”라는 점이다. 영화나 음악처럼 시간이 흐르며 변화하는 예술과 달리, 그림은 한 장면으로 멈춰 있다. 따라서 감상자의 시선과 해석이 깊어질수록 작품의 의미도 점점 새롭게 확장된다. 결국, 우리가 그림 앞에서 느끼는 막막함은 작품의 문제가 아니라, 감상법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단순한 미술 감상법을 넘어, 그림과 적극적으로 대화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우리가 왜 어떤 그림에 끌리고 어떤 그림에는 무관심해지는지를 심리학적으로 풀어낸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예술을 감상하는가?
그리고 예술 감상이 우리에게 주는 본질적인 의미는 무엇일까?
저자는 그림 감상이 단순한 미적 경험이 아니라 우리의 인지와 감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그는 예술 감상의 목적을 네 가지로 정리한다.
첫 번째는 감각적 즐거움이다.
실세계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움직이지만, 그림은 정지된 형태로 존재한다. 그 차이에서 오는 색다름이 감각적 쾌감을 준다. 우리는 일상에서 뻔한 색과 형태에 익숙해지면서도, 새로운 시각적 자극을 갈망한다. 특히 추상화의 비정형적인 형태와 색채가 신선한 느낌을 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두 번째는 인지적 탐색과 통찰이다.
그림을 감상하는 것은 단순한 시각적 경험이 아니라 하나의 ‘탐구 과정’이다. 우리는 작품을 해석하며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고, 화가의 관점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색다른 방식을 배운다. 이는 마치 낯선 도시에 가서 길을 찾아가는 경험과도 비슷하다. 새로운 공간을 탐색하는 동안 우리는 자연스럽게 더 깊은 사고를 하게 되고, 이는 감상의 깊이를 더해준다.
세 번째는 감정적 정화와 재충전이다.
그림은 감상자의 기억과 감정을 환기시키며 내면을 들여다보게 한다. 특히 인물화는 감상자로 하여금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거나, 현재 자신의 감정 상태를 반추하게 만든다. 이는 심리학에서 말하는 ‘정화(catharsis)’ 효과로, 예술 감상을 통해 감정을 조절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그림은 긍정적 산만함(Positive Distraction)을 제공한다.
우리는 일상에서 반복적인 루틴 속에서 지루함을 느낀다. 그러나 미술 작품은 예기치 않은 시각적 자극을 제공하며 우리의 감각을 환기시킨다. 예를 들어, 병원 복도에 걸린 그림이나 거리의 벽화, 버스킹 음악 등이 우리의 주의를 환기시키고 활력을 불어넣는 것과 같은 원리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종종 그림 감상이 어렵다고 느낄까?
저자는 그 원인을 우리가 실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을 고집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실세계는 물리적 규칙에 따라 움직이지만, 그림의 세계는 전혀 다른 원리로 작동한다. 원근법을 무시하는 현대 미술, 비현실적인 색채로 표현된 초현실주의 작품 등은 실세계의 논리로 해석하면 낯설고 어려울 수밖에 없다. 따라서 그림 감상을 제대로 하려면 미술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새로운 시각적 사고 방식이 필요하다.
이 책은 이를 위해 다양한 미술 사조와 대표적인 화가들을 소개하며, 각각의 작품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 설명한다. 소개된 화가들을 언급해보자면 < 네덜란드 화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 이탈리아 화가 카라바조, 독일 낭만주의 화가 카스파르 다비트 프리드리히, 클로드 모네, 추상화의 선구자 바실리 칸딘스키, 네덜란드 화가 피에트 몬드리안, 마르크 샤갈, 스페인 화가 살바도르 달리 > 등이 있다. 워낙 많은 화가들이 소개되어 있는 관계로, 평소 소수 제한적으로 화가를 알고 있는 상황이라면 더 많은 화가들을 알아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이 책은 그림 감상은 수동적인 것이 아니라 능동적인 과정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림을 보며 ‘좋다’ 혹은 ‘이해되지 않는다’라는 단순한 감정만 느끼고 지나가지만,
실제로 깊은 감상은 ‘왜?’라는 질문을 던지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이를 돕기 위해 저자는 다음과 같은 방법을 제안한다.
첫째, 그림 오래 바라보기.
일반적으로 미술관에서 한 작품에 머무는 시간이 짧은 현실을 지적하면서, 오랜 시간 동안 작품을 관찰할 때 보이지 않던 디테일과 숨겨진 의미들이 서서히 드러난다고 설명한다. 일부 학자는 한 작품을 최소 20분간 감상하라고 권하기도 한다.
둘째, 작품의 맥락을 이해하기.
동일한 그림이라도 작가의 생애, 시대적 배경, 그리고 그 당시의 사회·문화적 환경을 함께 알게 되면 감상이 달라진다는 점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으로만 보던 감상자가, 그가 정신병원 생활 중에 그린 사실을 알게 된다면 전혀 다른 감정과 통찰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 자신만의 해석을 시도하기.
그림에는 정답이 없으며, 감상자는 자신의 경험과 사고를 바탕으로 각기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누군가의 정해진 해석을 수용하기보다는, 스스로 “이 그림은 나에게 무엇을 의미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주체적으로 감상하려는 노력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며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박수근‘과 ‘마크 로스코‘의 작품에 대한 설명이었다. 이전에 ‘이중섭의 편지와 그림들’이라는 책에서 박수근 화가를 처음 알게 되었고, 이 책을 통해 그의 화풍과 작품 세계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았다. 또한, ‘마크 로스코’의 작품을 본 사람들이 눈물을 흘렸다는 이야기는 오랫동안 궁금했던 부분이었는데 해당 내용을 담고 있어서 반가웠다.
사실 인터넷에서 그의 작품을 보았을 때는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
“이 그림의 어떤 점 때문에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는 걸까?”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이 책을 통해 로스코의 작품이 지닌 힘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된 것 같다.
결국, 예술 감상의 궁극적인 목표는 단순히 그림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을 통해 나 자신을 이해하고, 타인의 감정과 사고방식을 공감하며 세상을 더욱 깊이 바라보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오성주는 『감상의 심리학』에서 예술 감상이 우리의 인식과 감정을 변화시키는 적극적인 행위임을 강조한다. 특히, “그림은 정지해 있기 때문에 관객의 개입이 훨씬 깊고, 보면 볼수록 새롭다.”라는 말처럼, 예술 감상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풍부해지는 경험이다.
이 책은 미술 감상을 어렵게 느꼈던 사람들에게 훌륭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작품을 보고도 ‘왜 좋은지 모르겠다’고 느꼈다면, 이 책을 통해 감상의 원리를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예술과 심리학의 관계에 관심이 있거나, 창의적인 사고를 키우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추천한다. 이 책은 단순한 미술 감상법을 넘어, 예술을 통해 세상을 더 깊이 이해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깊은 통찰을 제공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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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하우스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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