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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관한 이야기
나나용 지음 / 나나용북스 / 2025년 2월
평점 :

나나용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 중 ‘햄스터’ 이야기는 사랑의 이중성과 본능적인 애정의 한계를 탐구하는 이야기로 보인다. 주인공인 혜영은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한 인물이다. 언니는 부모의 지원과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자라지만, 혜영은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한 채 미운 오리처럼 취급 받으며 살아간다. 성인이 되어서는 부모에게 버려지듯 집을 나오게 된다. 피씨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이어나가던 중, 자신에게 전화번호를 물어오는 신원을 알 수 없는 약 30대 중반의 남자를 만난다. 만난지 하루만에 둘은 잠자리를 갖게 되고, 그 뒤로 만남을 이어가게 된다. 혜영은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받고 싶은 것이 많았다. 버킷리스트가 있었고 그것을 만나는 남자에게 이야기 했지만, 남자는 모텔에서 보는 것이 좋다고 한다. 둘은 늘 모텔에서 만났다. 그러던 중 혜영은 덜컥 임신 사실을 알게 되고, 그 사실을 남자에게 알렸더니 그는 연락을 피했다. 그렇게 아이와 함께 혜영을 버렸다. 원치 않게 미혼모가 된 혜영은 배가 점점 불러오면서 피씨방에서도 해고 됐다. 생활비가 부족 해지면서 혜영은 미혼모가 받을 수 있는 정부지원금을 알아내어 겨우겨우 살아가게 된다.
어느 날 혜영은 아기의 작은 손을 만지작거렸다. 연분홍색 손바닥이 꼭 햄스터 발바닥을 연상케 했다.
혜영이 중학교 1학년일 때 언니가 쓰레기장에 버려진 햄스터를 집에 데려왔다. 엄마는 버리라고 했지만 언니는 자신의 방에서 키우기로 한다. 그런데 며칠 키워보니 냄새가 너무 심했고, 언니는 햄스터를 혜영의 방에 버렸다. 혜영은 햄스터가 새끼를 낳는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데 자연의 신비함을 느낀다. 그런데 어미는 낳은 새끼를 차별하듯이 보였다. 어미가 약한 새끼를 먹어 삼키려는 모습에 충격을 받은 혜영은 냅다 햄스터가 든 철장을 들고 쓰레기장에 갖다 버린다. 그때 혜영은 결심한다. 절대 다시는 뭘 키우지 않겠다고. 미혼모가 된 혜영은 자폐 판정을 받은 아이를 키우면서 어릴적의 햄스터처럼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이 ‘햄스터’ 이야기를 읽어 본 사람들은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될 것 같다.
특히 햄스터 이야기는 너무나 충격적이었는데 짧은 이야기 속에 많은 메시지를 담고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다 보니 이런 질문이 생각난다.
“모성애란 본능적인 것인가, 아니면 학습된 것인가?”
‘햄스터‘ 이야기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생각해봤다.
첫 번째는, 강요된 사랑의 부자연스러움이다.
혜영은 언니가 키우려고 데려온 햄스터를 강제적으로 떠안게 되는데, 여기서 햄스터와 혜영의 아이는 같은 존재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대상에 대해 애정을 자연스럽게 형성하지 못한다. 결국, 사랑(애정)이란 타인의 기대나 사회적 압력에 의해 강요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두 번째는, 모성의 본능과 현실이다.
일반적으로 모성애는 본능적이고 희생적인 것으로 여겨지지만, 이 작품에서는 그것이 조건적일 수도 있고 깨질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햄스터가 본능적으로 강한 새끼만 보호하는 모습은 동물적 생존 본능을 나타내며, 혜영이 아이를 죽이는 선택을 하는 것도 사회적·심리적 압박 속에서 인간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세 번째는, 사랑이란 이름으로 행해지는 잔혹함이다.
혜영은 햄스터를 보며 “저렇게 살 바에는 키우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결국 자신도 비슷한 행동을 하게 된다. 이는 우리가 혐오하거나 부정하던 것이 결국 스스로에게서도 나타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사랑이라는 감정 안에 숨어 있는 폭력성을 보여준다.
결국, 이 이야기는 사랑이 언제나 아름답거나 선한 감정이 아닐 수도 있으며 그것이 인간의 기대만큼 절대적이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는 작품으로 읽혀진다.
두 번째 이야기 ‘반려된 식물’도 식물 입장(1인칭)으로 바라본 장면을 담은 내용인데 이 내용 역시 흥미롭다. 제목도 이중적인 의미를 내포하는 것 같은 의미심장한 제목이다.
나나용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는 짧은 두 개의 이야기였지만 정말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다. 책의 몰입도가 굉장히 높았던, 최근에 읽은 책 중에선 가장 충격적인 내용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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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용북스 독립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인스타 #하놀 @hagonolza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인생의 헛됨을 나눌 수 있는 존재를 자기 몸으로 만들어 낸다는 게 얼마나 놀라울 따름인가. - 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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