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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눈부신 철학 - 한류와 ‘다이내믹 코리아’의 뿌리 ㅣ 철수와영희 생각의 근육 5
손석춘 지음 / 철수와영희 / 2025년 2월
평점 :

이 책에 담고 있는 신화와 설화는 어릴적 누구나 한 번쯤 들어 봤을법한 이야기다. 단군신화,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처용설화 이야기다. 이 신화와 설화에는 조상들이 삶을 바라보는 태도와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이 담겨 있다. 그런데 요즘은 철학에 관해 이야기 하면, 서양 철학자들을 먼저 떠올리는 것 같다. 칸트, 니체, 소크라테스와 같은 철학자들 말이다. 정작 우리 문화 속에 스며든 철학적 전통은 잘 모르고 지나치고 있다. 한국인이 한국의 철학을 모르고 서양 철학사만 꿰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다.
손석춘 저자의 ‘한국인의 눈부신 철학‘은 바로 이러한 점을 지적한다.
우리가 늘 곁에 두고도 깨닫지 못했던 한국인의 철학을 신화와 설화 속에서 찾아내고자 한다.
우리가 평소 철학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사실 조상들의 삶 그 자체였다.
단군신화 같은 경우, 웅녀가 사람이 되기 위해 마늘과 쑥을 먹으며 동굴에서 버티는 장면은 어릴 적엔 그저 신기하고 신비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저자는 이것이 한국인의 철학적 태도를 보여준다고 말한다. 인간이 되기 위해 견뎌야 했던 인내,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삶, 스스로를 단련하는 과정이 바로 그것이다. 그저 신비로운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민족이 오래 전부터 중요하게 여겼던 가치관을 상징하는 것이다.
처용설화 역시 마찬가지다. 자신의 아내를 빼앗긴 처용이 분노나 복수를 선택하지 않고 춤을 추며 용서한다. 이는 한국인의 관용과 포용의 철학을 보여준다. 서양의 철학이 권리와 정의를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면, 한국의 철학은 조화를 중요하게 여겼다. 개인의 감정보다 공동체의 안정을 우선하는 태도가 이야기 속에 녹아 있다.
책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한국인이 죽음을 받아들이는 방식이었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는, 오누이가 호랑이에게 쫓기다가 결국 하늘로 올라가 해와 달이 된다는 이야기다. 이는 죽음을 하나의 끝이 아니라 다른 형태로 이어지는 과정으로 바라보는 한국적 세계관을 반영한다. 서양 철학에서는 죽음을 개인의 존재가 소멸하는 사건으로 보지만, 한국 전통에서 죽음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었다. 조상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던 철학이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도 유효하지 않을까?
또 하나 흥미로운 이야기는 아기장수 설화다. 태어날 때부터 남다른 힘을 가진 아이가 결국 마을 사람들의 두려움 때문에 희생된다는 이야기다. 저자는 이를 한국 사회가 가진 모순으로 해석한다. 뛰어난 개인이 공동체 속에서 배척당하는 현상, 새로운 변화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분위기 같은 것들 말이다.
결국, 한국인의 철학 속에는 공동체를 중시하는 정신이 있지만, 때로는 그것이 개인을 희생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기도 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들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든다는 점이다.신비한 옛날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철학적 깨달음을 준다. 철학을 어렵고 거창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조상들에게 철학은 그들의 삶 자체였다. 신화와 설화 속에 담긴 이야기들이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과 맞닿아 있다. 이 책은 우리가 잊고 있던 철학을 다시금 돌아보게 만든다. 어디선가 들어봤던 익숙한 이야기들이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순간, 책을 읽는 재미도 한층 더 깊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우리가 누구인지,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다시 묻는 철학적 성찰을 주는 책이다. 책에 담긴 깊은 의미를 되새겨 가면서 정독해보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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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클립1 @bookclip1'님을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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