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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묻고, 톨스토이가 답하다 - 내 인생에 빛이 되어준 톨스토이의 말
이희인 지음 / 홍익 / 2025년 1월
평점 :

우리는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고통은 왜 피할 수 없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지만 이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을 찾기는 어렵다. 『인생이 묻고 톨스토이가 답하다』는 이러한 질문 앞에서 방황하는 우리에게, 톨스토이의 다양한 작품을 통해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책이다.
톨스토이는 생전에 이미 위대한 작가이자 사상가로서 존경받았다. 1828년, 지방 귀족 가문에서 태어난 그는 일찍이 부모를 여의고 친척들의 손에서 성장했다. 대학에 들어갔지만 학문에 회의를 느꼈고, 방탕한 생활 속에서 죄책감을 경험했다. 이후 군에 자원입대해 캅카스 전쟁을 겪었으며, 그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유년시절』 등을 발표하며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그의 명성을 확고히 한 작품은 『전쟁과 평화』(1869)와 『안나 카레니나』(1877)였다. 이 시기에 그는 부인 소피야와 결혼하며 비교적 안정적인 삶을 살았지만 내면의 갈등은 계속되었다.
그런 그에게 전환점이 된 것은 50세 무렵 집필한 『참회록』이었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그는 ‘회심’을 겪으며 도덕적, 종교적 고민에 몰두하게 된다. 이후의 톨스토이는 단순한 문인이 아니라 ‘영적 스승’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는 술, 담배, 육식, 성욕, 결혼 제도, 도시 생활까지 부정하며 극단적인 도덕주의자가 되었다. 또한, 탄압받던 원시 기독교주의자 두호보르파를 돕고, 농민들을 위한 쉬운 단편을 쓰며 실천적인 삶을 살았다. 이러한 사상적 변화는 교회(러시아 정교회)로부터 파문당하는 결과를 낳았지만, 톨스토이는 오히려 전 세계 지식인들에게 ‘시대의 스승’으로 추앙받았다. 그러나 그의 이상주의적 삶은 가족과의 갈등을 불러왔고, 결국 1910년, 그는 저작권 문제로 부인과 대립하다가 가출해 아스타포보 기차역에서 생을 마감했다.
톨스토이의 삶은 모순으로 가득했다.
- 예술가였지만 예술을 미워했다.
- 귀족이었지만 귀족 사회를 부정했다.
- 천재적 두뇌를 가졌지만 지성을 증오했다.
- 결혼을 했지만 결혼 제도를 비판했다.
- 육체의 욕망에 시달리면서도 금욕을 주장했다.
그는 평생 이러한 갈등 속에서 몸부림쳤고, 죽음의 순간까지도 올바른 삶의 해답을 찾고자 했다. 그리고 그는 결국 이렇게 말했다. “절제해야 한다. 정직하게 살아야 한다. 착하게 살아야 한다. 사랑해야 한다.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남을 위해 살아야 한다.” 이것이 톨스토이가 찾은 삶의 본질이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톨스토이의 문학 작품 속에서 삶의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에 집중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보통 문학을 감성적으로 읽지만 이 책은 그의 소설과 수필, 편지 등을 철학적인 관점에서 해석하며 그의 사유를 탐구한다. 톨스토이의 작품 속 인물들은 단순한 허구의 캐릭터가 아니다.
그들은 인간 본연의 갈등과 고민을 상징하는 존재들이다.
- 『전쟁과 평화』 → 운명과 자유의 문제
- 『이반 일리치의 죽음』 → 죽음을 앞둔 인간의 공포와 깨달음
- 『안나 카레니나』 → 사랑과 도덕의 충돌
- 『부활』 → 사회적 정의와 속죄
흥미로운 점은, 톨스토이가 단 하나의 확실한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의 사유는 평생 변화했다. 젊은 시절에는 인간의 본능과 감정을 솔직하게 탐구하다가, 나이가 들면서 종교적 신념과 도덕적 완성을 강조하게 된다. 하지만 변하지 않은 점이 있다.
“인간은 끊임없이 고민하고 성찰해야 한다.”
톨스토이의 도덕주의는 오늘날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지나치게 이상적이며, 때로는 억압적으로 보인다. 그의 후반기 저작들은 도덕적 강박이 지나쳐 숨이 턱 막힐 정도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의 가르침을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 비판적으로 독해할 필요가 있다.
니체는 “도덕이야말로 가장 부도덕한 것”이라고 말했다. 오늘날 우리가 톨스토이를 읽는 방식도 이와 같아야 한다. 그의 도덕주의가 유효한 부분과 시대적 한계가 있는 부분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가르침이 위대한 이유는 단순히 말로만 도덕을 설파한 것이 아니라, 그 자신이 묵묵히 실천하려 했기 때문이다. 톨스토이는 90여 권에 달하는 저작을 통해 인간 삶의 거의 모든 문제를 다루었다. 사랑, 결혼, 성, 죽음, 도덕, 법, 종교, 문명 등 그가 탐구하지 않은 분야가 없을 정도다.
『인생이 묻고 톨스토이가 답하다』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답을 찾아가도록 이끈다. 톨스토이는 평생 끊임없이 고민했고, 우리는 그의 흔적을 따라가며 자신의 해답을 찾아나가게 된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점은, 안나 까레니나의 주인공은 ‘안나‘가 아니라 톨스토이의 페르소나(분신)인 ‘레빈‘이 실질적 주인공이라는 해석이다. 레빈은 속물들 투성이인 <안나 카레니나>에서 가장 건강한 생각을 갖고 시골생활과 노동에서 기쁨을 찾는 인물로 설정돼 있다. 사회주의가 추구하는 영웅적 인간상도 레빈 같은 사람일 테고, 중년 이후 톨스토이도 레빈 같은 인물에게서 앞으로의 삶을 구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저자의 생각으로 작품을 해석하고, 거기에 덧붙이는 다양한 이야기들에 더욱 몰입하게 되는 책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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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쥬리'님을 통해 '홍익피앤씨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인스타 #하놀 @hagonolza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억울한 일을 당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복수는 내가 그들보다 잘 먹고 잘 사는 것이다. 보란 듯이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잊을 만한 것이라면 빨리 잊고 자신의 삶에 집중하는 것이다. 억울함도 불편부당한 일이겠지만, 억울한 감정을 품고 사는 일 역시 배로 힘겨운 일이다. 때에 따라선 온몸을 던져 싸워야 할 일도 생기겠지만, 그럼에도 모든 일의 최고의 복수는 그 불의한 자들보다 더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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