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사티, 이것은 음악이 아니다 - 에릭 사티가 남긴 서른 구절의 말
시이나 료스케 지음, 최연희 옮김 / 북노마드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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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보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는 목차에 ‘인간을 알면 알수록 개가 좋아진다.‘라는 문장을 발견하면서 부터다. 이 문장이 뜻하는 의미는 무엇일까? 처음에는 이 문장이 사람과의 관계에서 엄청난 감정 소모를 겪은 뒤에 쓴 문장이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생각한 내용이 맞을까? 아니면 전혀 다른 내용일까? 생각하게 된 책이었다. 물론 에릭 사티라는 음악가도 궁금했지만, 해당 내용이 너무 궁금해져서 읽게 되었다.

시이냐 료스케가 집필한 '에릭 사티, 이것은 음악이 아니다'는 에릭 사티라는 음악인에 대한 이야기다. 그가 작곡한 곡 중에 대표작으로 ‘짐노페디’나 ‘그노시엔느’ 같은 곡이 있다. 평소 에릭 사티라는 음악가를 몰랐기에 당연히 그의 삶과 사상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이 책은 에릭 사티의 독특한 세계관과 음악적 철학을 함께 탐구하는 책이다.

이 책의 구성은 에릭 사티가 남긴 30개의 문장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문장은 그의 음악적 철학, 일상, 그리고 예술에 대한 독특한 시각을 담고 있다. “나는 흰 음식만 먹는다.”라는 문장은 그의 기이한 식습관을 보여주며 이는 그의 독특한 생활 방식을 반영한다.

에릭 사티는 전통적인 음악 형식과 관습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독창적인 길을 걸었다. 그는 음악을 ‘가구 음악’이라고 표현하며, 일상 속에서 배경처럼 존재하는 음악을 추구했다. 이는 음악이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된 존재여야 한다는 그의 신념을 보여준다.
사티의 이러한 독특한 시각은 그의 작품 제목과 악보 지시어에서도 나타난다. 예를 들어, 그는 곡 제목을 ‘차가운 소곡집’, ‘엉성한 진짜 변주곡-개를 위하여’, ‘말의 옷차림으로’, ‘바싹 마른 태아’ 등으로 지었다. 또한, 악보 지시어로는 ‘치통을 앓는 나이팅게일처럼’, ‘매우 기름지게’ 등 독특한 표현을 사용했다. 이는 전통적인 음악 형식과 관습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독창적인 길을 걸었던 그의 예술적 태도를 잘 보여준다.
또한, 사티는 언어의 마술사였다. 그의 글은 때로는 난해하고 기이하지만, 그 속에는 깊은 통찰과 재치가 담겨 있다. 그는 음악뿐만 아니라 글을 통해서도 자신의 세계관을 표현했으며 이는 그의 다재다능함을 보여준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그는 말장난을 아주 좋아했던 것 같다. 요즘식으로 이야기하면 ’아재 개그‘의 달인이었달까? 하나의 단어라도 해석하는 방식에 따라서 다른 뜻이 될 수 있는데 그런 단어를 가지고 말장난을 많이 한 것 같다.
”나는 슬픈 인간입니다. 우울한 인간 ‘울보pleureur’입니다.ㅡ버들sauce처럼.“
이는 프랑스어 ‘수양버들sauce pleureur’(직역하면 ‘우는 버들’)을 가지고 말장난을 하고, ‘말mot’에 괄호를 치고 ‘나의mie’를 더해 ‘미라momie’로 만든다거나, ‘받다recois’에 ‘비단soie’을 더하는 (’수아‘라는 발음을 공유할 뿐이다) 식이다. 사티가 쓴 글, 특히 편지에는 이런 말장난이 수없이 등장하며 번역으로 그 의미를 전달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번역하는 분들이 꽤나 고생했을 법한 에릭 사티의 글이었다.^^;

저자인 시이나 료스케는 에릭 사티의 이러한 면모를 깊이 있게 탐구하며 그의 글과 음악을 통해 에릭 사티의 내면 세계를 조명한다. 저자는 에릭 사티의 글을 분석하고, 그가 살았던 시대적 배경과 그의 작품이 가지는 의미를 상세하게 설명한다. 이를 통해 독자는 사티의 작품을 새로운 시각에서 감상할 수 있게 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에릭 사티의 독특한 삶과 예술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전통과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개척한 예술가였다. 그의 이러한 태도는 현대 예술가들에게도 큰 영감을 준다. 에릭 사티라는 한 명의 음악가의 삶과 사상을 한번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좋을 것 같다.


'구구의서재 @book.gu_book.gu'님을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인스타 #하놀 @hagonolza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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