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물의 투명성 - 경험의 본질을 관조하다 ㅣ 명상의 정수
루퍼트 스파이라 지음, 김주환 옮김 / 퍼블리온 / 2025년 1월
평점 :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사물의 투명성’이라는 말이 꽤나 낯설다.
이 제목에 담긴 의미는 뭘까? 보이지 않는 어떤 본질을 이야기하는 걸까? 생각해봤다.
저자인 ‘루퍼트 스파이라‘는 깊은 내면의 세계를 탐구하는 명상가이자 의식에 대한 연구자였다.
1997년에 스승인 프란시스 루실을 만나면서 <카슈미르 샤이비즘의 탄트라 전통>인 <아트마난다 크리슈나 메논의 직접적인 길(Direct Path)>의 가르침을 받았다. 무엇보다도 스승을 통해 경험의 진정한 본질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은 우리의 인식과 존재에 대한 깊은 통찰을 던지며 독자의 사고를 흔드는 역할을 한다. 세상 만물을 인식하는 인식 주체로서의 의식에 관한 것이고, 우리 자신과 세상을 경험하고 존재하는 방식에 대한 깊은 탐구서다.
주로 다루는 것은 사물의 본질이 아니라, 사물과의 관계를 통해 드러나는 ‘의식의 본질‘이다. 의식Consciousness이 세상 만물과 상호작용하며 그것들을 어떻게 경험하고 이해하는지에 대해 탐구한다. 따라서 경험에 관한 것이면서 동시에 의식에 관한 이야기다.
조금 더 쉽게 이야기 해보자면, 이 책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실재(實在,실제로 존재함)라고 믿어왔던 것과 얼마나 다른지 보여주려 한다. 저자는 사물(몸, 마음, 세상의 모든 것을 일컫는다)을 경험할 때 그것이 독립적인 실체로 존재한다고 여기지만, 실은 그것이 우리의 의식 속에서만 드러나는 현상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즉, 우리가 본다고 믿는 것은 사실 우리의 의식이 비추는 투영일 뿐이며, 사물 자체는 투명한 것과 같다.
보통 이런 철학적 논의는 이해하기 어렵고 난해한 용어들로 가득 차 있곤 하는데, 저자는 비교적 간결한 언어로 독자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서술하려고 노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쉽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긴하다. 개념 자체가 기존의 사고방식과 다르기 때문에 처음 읽으면 상당히 생소하고 난해하게 다가올 수 있다.
저자가 거듭 강조하는 부분은, 의식과 그 대상은 ‘하나’라는 사실이다. 의식에 의해서 대상적 경험이 창조되며, 모든 대상적 경험은 의식 안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세상 만물은 의식을 향해 있다기보다는 의식 속에서 존재한다. 이것이 불이론의 핵심이다.
저자는 불이론Non-Dualism의 관점을 가능한 한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불이론(不二論)은 말 그대로 “둘이 아니다”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그냥 일원론이라 하면 될 것을 굳이 “둘이 아니다”라고 우회적으로 말하는 것일까? 비록 둘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하나”라고 말하는 것은 너무 지나치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세상 만물이 다 같은 한 덩이라고 말하는 순간, 그것을 하나의 커다란 인식 대상으로 만들어버릴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 우주의 정체성을 이야기하려면 반드시 우주의 전체성을 알아차리고 인식하는 인식 주체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 인식 주체는 마치 우주 밖에서 우주를 인식하는 주체처럼 느껴지는 법이다. 그래서 불가피하게 “하나다”라는 말 대신에 “둘이 아니다”라고 말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불이론은 결국 오로지 현존으로서의 의식만이 참된 실체라고 본다.
불이론에 대한 이론이 어렵게 느껴져 검색하다 보니 조금 더 해석하기 쉬운 글을 발견하여 공유해본다.
ㅡ
불교의 ‘불이론’에 따르면 낮이 밤을 품고 밤이 낮을 품고 있듯이 상반되어 보이는 두 사물이나 상태는 ‘불이(不二)’다. 강아지는 개를 통해 태어났고 개는 강아지를 거쳐서 왔다. 그러니 취객이 시인에게 던진 ‘개새끼’라는 욕에 대해 시인은 개의치 않는다. ‘개새끼’는 욕이지만 사실 강아지를 지칭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개새끼’라는 말 자체가 ‘불이론’을 담고 있다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출처. 경북매일
ㅡ
루퍼트 스파이라 저자는 이 책에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나는 누구인가?”
“세상을 어떻게 경험하는가?”
“그 경험의 실체는 무엇인가?”
나는 지금까지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기던 나의 감각과 사고를 얼마나 신뢰하고 있었던가?
하지만 그것이 정말 진실일까?
책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개념은 ‘의식’이다.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것은 결국 의식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세상을 보는 것도, 소리를 듣는 것도, 생각을 하는 것도 모두 의식 안에서 일어난다. 그렇다면 세상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우리가 그렇게 인식하기 때문이지 그것이 절대적인 실체를 가진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이 책의 핵심 메시지는 명확하다. 모든 경험은 의식에서 일어나며, 의식이 없다면 경험 자체도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고 방식은 전통적인 실재론적 세계관과 정면으로 충돌하는데, 저자는 이를 논리적으로 풀어나가면서 독자가 직접 경험을 통해 확인하도록 유도한다. 예를 들어, 독자가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다는 사실조차도 글이라는 실체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의식 속에서 그것이 나타나는 방식일 뿐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이 책의 가장 인상적인 점은, 독자를 설득하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많은 철학 서적이 논증과 반론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확립하려고 하는 반면, '사물의 투명성'은 마치 대화하듯이 독자가 직접 생각해보도록 유도한다.
저자는 독자가 자신의 경험을 통해 이 개념을 체험할 수 있도록 돕는 안내자의 역할을 한다.
책을 읽다 보면 마치 깊은 명상에 빠진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의 의식을 변화시키려는 의도가 담겨 있더라. 철학적인 개념을 넘어, 이것이 우리의 삶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는 점이 이 책의 강점인 것 같다. 이 관점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삶의 많은 고민과 집착에서 벗어날 수도 있겠다.
한번 더 이야기를 하지만 이 책은 단숨에 읽히는 책은 아니다. 다루는 주제가 깊다 보니 가끔씩 멈춰 서서 곱씹어야 할 수도 있다. 저자가 말하는 ‘사물의 투명성’이란 모든 것이 선명하고 분명해 보이지만, 실은 의식이라는 투명한 공간에서 일어나고 있는 경험일 뿐이라는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끝없이 반복될 것이고, 매 순간 그 답을 조금씩 다르게 느끼게 될 것이다.
사물은 투명하고 의식은 그것을 비춘다. 나는 그 너머를 본다.
* 개인적으로 이 책은 어려운 책을 도전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더 추천해주고 싶다. 쉬운 책만 읽는 것 보다 어려운 책도 읽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발전적인 독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번 도전해볼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ㅡ
'퍼블리온 출판사 2기 서포터즈' 활동을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인스타 #하놀 @hagonolza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이 책은 경험의 본성(본질)을 다루는 관조(영원히 변하지 않는 진리를 비추어 본다는 불교 용어)와 대화를 모은 것입니다. 이 책에 목적이 있다면, 경험 그 자체를 명확하고 단순하게 바라보는 것이 유일하겠죠. 우리 경험을 관습적으로 표현하는 것 대부분은 더이상 탐색이 필요 없을 정도로 명백한 진실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여기에서는 그 반대입니다. 우리가 소통할 수 있게 해주는 언어의 관습을 제외하고는 어떠한 것도 당연하게 여겨지지 않습니다. - P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