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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의 제자들아 껍질을 깨고 나오라
조정 지음 / 이소노미아 / 2023년 12월
평점 :

조정의 『마법사의 제자들아 껍질을 깨고 나오라』는 현대 사회가 돈과 욕망에 사로잡혀 자연을 외면하는 모습을 비판하며 자연의 목소리를 언어로 표현했다. 이 시집을 통해 삶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인간이 본질적으로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 깊은 성찰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 시집은 총 4부로 나뉘어 있다. 1부는 자연이 만들어내는 생명의 순환과 씨앗 같은 희망을 떠올리게 한다. 시인은 자신의 내면 깊숙이 간직한 작은 보물들을 꺼내 보여준다. 2부에서는 우리가 겪는 사랑과 고통, 그리고 불행을 담담하게 이야기하며 상처받은 마음을 조용히 다독인다. 3부는 권력과 자본에 맞서는 사람들의 저항과 그 안에서 느껴지는 고통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마지막 4부는 상처를 풀어내는 용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시인은 이 모든 과정을 통해 자연과 우리가 다시 연결될 수 있음을 조용히 일깨운다.
특히 「춘분의 갈채」라는 시는 이 시집의 핵심 메시지를 담고 있다. ‘너도밤나무 충영들아 참나무 충영들아 죽은 소나무의 말굽버섯들아 마법사의 제자들아 껍질을 깨고 나오라‘는 구절은 자연 속 생명들을 깨우며 그들 안에 깃든 힘을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언어는 마치 주문처럼 느껴지며 묘한 울림을 남긴다.
또한, 「허물」이라는 시는 굉장히 강력했다. ‘골프장 쪽 둔덕을 내려온 초록색 뱀은 내 오른손 검지를 스쳐 오엽딸기나무 사이로 사라졌다 산길에 떨어진 골프공을 줍던 나도 놀라고 비탈을 흐르던 저도 놀라고. 야생이 스쳐간 손에 뱀 비린내가 돋아 슬픔이 독처럼 몸에 퍼졌다’라는 구절은 강하게 뇌리에 박혔다. 야생 동물마저도 인간의 이기심에 고통 받고 있었던 게 아니었을까? 뱀의 비린내가 돋아 슬픔이 독처럼 몸에 퍼졌다는 표현에서 이루 말할 수 없는 큰 슬픔과 고통이 느껴졌다.
이 시집은 단순히 자연을 찬양하는 시가 아니다. 시인의 언어는 분노와 슬픔, 그리고 포기할 수 없는 사랑의 감정을 담아내며 연약한 생명들의 이야기를 애틋하게 전한다. 이러한 감정은 자연이 단순히 배경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숨 쉬는 존재임을 일깨운다. 시인은 우리의 일상 속에서 상실된 마법 같은 순간들을 떠올리게 하며 그 마법을 다시 찾아 껍질을 깨고 나오라고 권한다.
조정의 시는 서정적이면서 현실 비판적이다. 그럼에도 따뜻한 온기를 품고 있다.
결국, 『마법사의 제자들아 껍질을 깨고 나오라』는 자연과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생각하게 만든다. 현대 사회가 돈과 욕망 때문에 자연을 잃어가는 모습을 비판하며 자연의 소중함을 깨닫고 다시 연결되기를 바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껍질을 깨고 나오라’는 말처럼, 익숙한 틀을 벗어나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라는 뜻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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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책과 함께 주신 월간플래너와 필사노트는 #이소노미아 에서 직접 제작한 세상에 하나 뿐인 선물이라고 합니다. 감사히 잘 쓰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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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노미아 출판사' 이벤트를 통해 선물로 받은 책으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인스타 #하놀 @hagonolza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시는 곧 삶이다. 삶을 놓치는 시는 아무 것도 아니다. 이것을 명심해라." 23년 전 아버지께 신춘문예 당선 소식을 전하자 수화기 저편에서 궁체로 말씀하셨습니다.
이면을 보는 시선. 언어의 수공예자 역할, 지금, 이곳의 슬픔. -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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