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지 못하는 사람들
무레 요코 지음, 이수은 옮김 / 라곰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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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카모메 식당> 원작자로 잘 알려진 작가 무레 요코.
작가가 펼치는 물건에 대한 집착으로 저장 강박증이 있는 이들의 삶의 이야기


무레 요코(群ようこ)의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捨てられない人たち) 샘플북을 지원 받아
소설의 단편을 먼저 읽어 보게되었다. 해당 샘플북의 대략적인 줄거리는 이렇다.

혼자 살고 있는 일흔 두 살의 엄마와 딸 ‘토모미’ 
그리고 세 살 터울인 오빠가 함께하는 집이다.
은행원이었던 아버지는 토모미가 고등학생일 때 갑자기 돌아가셨다. 세살 터울의 오빠는 결혼 후에 가족과 멀리 떨어져 살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엄마는 토모미를 계속 찾았다.
(유일하게 수다를 떨거나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사람이 딸 밖에 없었기 때문 아니었을까.)

엄마는 적극적으로 친구를 사귀는 타입이 아니었기에 간간이 이모만 만났다. 하지만 이모마저도 돌아가고 난 뒤에는 집에만 틀어박혀 지내게 되었다.
아버지도 돌아가셨고 이모마저 돌아가신 상황에서 엄마가 집안에 틀어 박혀 지내게 될 모습이 너무나 선명하게 상상되었다. 딸인 토모미는 문뜩 두려워졌다.
그래서 스마트폰을 엄마에게 선물하고 사용법을 가르쳐 주었다. 엄마는 조작법을 익혔는지 딸에게 스마트폰으로 연락하기 시작했지만 처음뿐이었고 다시 본가 유선전화로 연락을 했다.

어느 날 엄마의 연락을 받고 본가로 향하는 길에 역에서 파는 도시락을 먹고 집에 들어간 적이 있는데,
엄마는 밥을 같이 먹으려고 했는데 같이 먹지 못하게 됐다며 하루 종일 툴툴거렸다. 그렇게 섭섭해 한 것치곤 엄마가 차린 음식들은 동네 슈퍼에서 사온 ‘로스트비프, 샐러드, 샌드위치’ 가 다였고 엄마가 직접 만든 음식은 하나도 없었다.

어느 날은 엄마가 맞은편 집의 엄마가 문제라고 말했다. 자기 집 앞뿐만 아니라 우리집도 청소 해주어서 엄마가 아무것도 안 하는 사람처럼 보이게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집 앞 청소를 그만두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는 고민을 토모미에게 말했다.
엄마 생각을 그대로 전달하면 된다고 말해 주었지만 그걸 어떻게 말을 하냐며 소곤거렸다.
우리 집 앞이 깨끗하면 아줌마가 청소를 안 해도 되지만, 엄마가 더럽게 내버려두니까 청소하는거 아니냐며 엄마가 청소하라고 얘기했다. 그 말에 엄마는 한동안 삐쳐서 말이 없었다. 토모미는 귀찮아서 그냥 내버려두었다. 엄마는 투덜투덜 변명만 늘어놓기만 했다.

이번에도 엄마의 호출이 있었다. 바쁜 업무 때문에 푹 쉬고 싶었기에 얼릉 돌아가고 싶었다. 해마다 늙어가는 엄마에게 너무 냉정한가 싶기도 했지만, 내 상황을 조금이라도 배려해주고 이해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번에 부른 이유가 뭐냐고 물어보니 혼자 처리하기 힘든 일이 있어서 불렀다고 했다.
오빠가 어릴 때 쓰던 복도 끝의 작은 방으로 안내하며 여기라고 말한다.
닫혀 있던 미닫이문을 열었을 때 눈 앞의 광경을 본 토모미는 턱 말문이 막혔다.
창문의 셔터를 내린 방 안은 방치 상태인 가구와 산더미 같은 택배 상자로 발 디딜 틈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택배 물건을 잔뜩사게 된 이유를 물으니, 전국 곳곳에서 지진이 계속 나고 있으니, 여기도 언제 지진이 날지 몰라서 비상식량을 사두려고 했단다. 지진 때문에 비상식량을 산 건 이해가 되지만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 양을 보니 토모니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 유통기한이 지난 것들도 많고, 그걸 먹지 않고 계속 구매해서 쌓아 두기만 한 것이다. 이만큼 살 필요가 없었지 않냐고 말하니 엄마는 사놓고 잊어버려서 별수 없었다는 이야기만 되풀이 한다.

”유통기한이 다른 비상식량 세트가 몇 개나 되네. 계속 사다놓은 거지? 먹지도 않고.“
“이걸 먹을 만한 큰 지진이 안 났으니까 그렇지.”
“이런 건 지진이 나야 먹는 게 아냐. 유통기한이 지나기 전에 먹는 거지! 지진이 안 나도!”


엄마 말로는 지진이 자주 나서 무서웠다고 한다. 끼니를 챙길 수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생각에 비상식량이나 그 대용이 될 만한 것을 틈틈이 구매해두었다는 것이다.
토모미는 이웃과 교류가 없는 엄마가 어떻게 생활하는지 궁금했다.
다행히도 단골 슈퍼에서 여러모로 도움을 주는 모양이었다.

“컵라면은 왜 이렇게 많아?”
최근 다른 지역에서 큰 지진이 났다는 소실을 듣고 비상식량으로 컵라면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토모미가 스마트폰으로 쇼핑하는 법을 알려주었기에 다음에 만나면 쇼핑했다고 자랑하려고 컵라면 파는 사이트를 찾아 다녔다는 것이다. 상자에 라면이 두 개 놓인 사진이 있기에 한 상자에 두 개인 줄 알고 세 상자를 샀다고 한다. 그런데 받아보니 33상자나 됐다는 것이다.
“어떻게 된 거야?”
“음.. 세 상자를 누르려다가 손이 떨려서 33상자가 됐나 봐.”
“컵라면 여섯 개를 사려다가 대체 몇 개나 산 거야. 396개나 되네.”
“그럼 셈이지.”
“태평한 소리 할 때가 아니거든!”
고맙게도 업체에서 주문 확인 차 연락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차마 엄마는 자기 실수라고 말할 수 없어서 “그 개수만큼 필요합니다”라고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다. 배달해준 청년도 친절하게 이 방까지 전부 옮겨주었다고 한다.
“일부러 확인 전화까지 해줬는데, 왜 그런 시시한 허세를 부린 거야!”

결국 유통기한이 지난 건 버리고, 먹을 수 있는 것들은 수납장에 수납하거나 눈에 잘 보이는 테이블 위에 두는 식으로 정리했다. 눈에 보이는 곳에 있으면 엄마가 까먹지 않고 찾아 먹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33개의 컵라면 박스도 아는 분에게 공짜로 가져가주면 고맙겠다는 인사를 하면서 모두 정리했다. 그 와중에 엄마는 컵라면 한 박스라도 남겨둘 걸 하는 후회의 소리를 한다. 딸은 엄마는 못말린다며 ‘못 살아’라는 마음이 온몸에 퍼져나가면서 모녀 사이가 다시 험악해지는 분위기가 되었다.


샘플북에 있는 짧은 글만 읽어봐도 많은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 같다.
홀로 지내는 엄마에 대한 걱정과 애정도 보이고, 엄마의 행동이나 태도를 이해하지 못해 화내는 자신의 모습에 미안함을 느끼기도 하고, 자신을 배려하지 않는 모습에 섭섭해 하기도 한다. 가족 관계도 배려와 이해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하고, 타인의 배려를 배려로 받지 못하는 모습과,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고치려는 모습의 부재도 보이고, 자신의 의견이나 감정을 타인에게 솔직하게 드러내지 못하는 모습, 자신의 행동을 타인의 생각과 결정에 의해 움직이려는 수동적인 모습, 타인과의 사회적 연결고리가 없을 때 고립되거나 도움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 불필요한 물건을 쌓아 두고 정리하지 못하는 사람의 심리적,사회적 요인 등을 생각하게 해주는 글이었다.
개인적으로 이 글을 읽다가 엄마가 치매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걱정이 되기도 했다. 자주 잊어버리고 아이같이 쉽게 삐치는 모습을 보면서 더욱 그런 의심을 했던 것 같다.
 엄마 혼자 지내는 생활이 불편하고 고독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단 생각도 했다. 혼자 의지로 무언가를 해내고 해결하는 타입이 아니다 보니 가족에게 더욱 심리적으로 의지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남아 있는 자식들 중에 가깝게 있던 딸에게 계속 연락했던 것도 심리적으로 의지하는 마음이 컸기 때문 아닐까? 

만약에 가족과 단절되는 경우가 발생한다면, 사회적인 관계망마저 없는 상황에서 엄마는 훨씬 더 고립되고 어려움에 처할 것이다. 사람은 어느 정도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며 살아야 도움을 주고 받으면서 살아갈 수 있다. 또한, 한 사람의 고립된 생활은 가까운 가족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정말 답답했던 장면은, 컵라면을 잘못 주문해서 업체에서 확인 전화가 왔을 때다. 컵라면 개수를 잘못 주문했다는 걸 업체 전화를 통해서 제대로 인지 했음에도 자신의 실수를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고, 오히려 필요합니다라고 거짓말한 모습에서다. 그때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것이 두려운 사람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면, 필요한 만큼 구매하고 끝났을 것이다. 결국 이야기를 하지 못해 396개의 컵라면을 주문하게 되었다. 주문한 업체 직원은 제품을 집으로 옮겨 주면서도 많은 물건을 구매해준 고객이 고마워 상냥하게 대했을 것이다. 엄마는 타인의 상냥함을 받았으니 그걸로 만족했던걸까? 오랜 고립된 생활이 누군가의 따뜻함과 관심을 필요로 했던걸까?
여러 상황을 목격하고 나니 ‘토모미’의 엄마는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습득할 수 있는 것들을 배우지 못한 사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 마음이 짠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앞으로 펼쳐질 많은 상황들에 엄마가 어떻게 적응하며 살아갈지 걱정부터 앞선다...

이 책은 글 흡입력이 있어서 그 뒷 내용이 자꾸 궁금해지게 만든다. 내 일인 듯 감정 이입하며 보게 되는 그런게 있다. 엄마와 ‘토모미’ 사이가 험학해지는 장면에서 끝이 났는데 그 뒤로 어떤 스토리가 전개될지 궁금해진다. 엄마와 토모미 관계가 좋아질 수 있을까? 뒷 이야기가 기다려진다.


'라곰 출판사'를 통해 '샘플북'을 지원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인스타 #하놀 @hagonolza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은행원이었던 아빠는 토모미가 고등학생일 때 갑자기 쓰러져서 그대로 돌아가셨다. 장례식 등의 준비는 엄마와 나이 차이가 크게 나는 이모가 도맡아주었다.
"쟤는 나보다 열두 살이나 아래라 다들 예뻐하고 뭐든 해줘서 그게 버릇이 됐어."

이모는 그렇게 말하며 씁쓸히 웃었다.
엄마는 대학교 때 아빠와 맞선을 보고 졸업하자마자 결혼해서 직장 생활 경험이 없었다.
아빠가 돌아가신 뒤에도 사치하지만 않으면 일은 안 해도 된다며 집에만 있었다. - P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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