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연 - 플라톤의 대화편 마리 교양 3
플라톤 지음, 오유석 옮김 / 마리북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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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연이라는 책을 읽게 되면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정말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펼친다는 점이었다. 그 중에서도 개인적으로 충격적이면서도 흥미로웠던 부분은 동성애에 대한 언급이었던 것 같다. 고대 그리스 시절(기원전 8세기경)에 동성애에 대한 옹호적인 입장을 펼치는 것을 보고 많이 놀랐던 것 같다.

플라톤의 대화편 3권의 세트 중에서도 향연이 다양한 주제에 대해 토론을 나누고, 생각지도 못한 주제를 다루고 있었기에 제일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다.


이 책을 제대로 정독하기 전에 ‘향연’의 의미가 무엇인지, 모임에 참여한 인물에 대한 정보를 알고 가면 좋을 것 같다. 책 첫 부분에 등장인물에 대한 자세한 소개가 있고, 뒤편에는 <작품해제>라고 하여 저자가 책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자세히 풀어 쓴 부분이 있는데 해당 내용들을 명확하게 읽고 책을 읽으면 좋을 것 같다. 그렇게 읽게 되면 책 내용이 좀 더 정리가 잘 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책의 본문 발췌 내용을 보기 전에 ‘향연’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살펴 보면 좋을 것 같아 ‘향연’과 관련된 내용들을 검색하여 관련 내용을 재정리했다.


향연(饗宴)의 뜻

- 특별히 융숭하게 손님을 대접하는 잔치.

- 소크라테스를 비롯하여 그리스의 일류 문화인들이 한곳에 모여 사랑을 여러 가지 관점에서 이야기한 대화편이다.

《향연(饗宴)》은 플라톤의 중기 대화편 중 하나로서 《파이돈》에 이어 써졌다고 추측된다.

이 글은 말하자면 플라톤의 '연애론'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기원전 416년 아테네의 비극 작가인 아가톤이 비극 콘테스트에서 우승했는데, 축하연이 그의 저택에서 개최된다. 축하연의 참석자는 아래와 같다.

1. 아리스토데모스(소크라테스를 열렬히 추종하는 인물, 아가톤의 축하연에 초대받지 않고 참석했다)

2. 파이드로스(부유한 가문 출신, 수사술에 관심이 많은 20대 중후반의 청년)

3. 파우사니아스(아가톤과 연인 관계/소크라테스는 파우사니아스의 지나친 동성애 옹호를 비판했다)

4. 에뤽시마코스(의사/의사 아쿠메노스의 아들)

5. 아리스토파네스(당대 아테나이 최고의 희극작가/등장인물의 우스꽝스러운 분장과 정치적 풍자로 유명)

6. 아가톤(비극 작가, 파우사니아스의 연인)

7. 디오티마(유일한 여성 화자/실존 인물이 아니라 플라톤이 만들어낸 가상의 인물일 것이라고 추측)

8. 알키비아데스(부유하고 미남형, 사치스럽고 무도하며 무절제한 인물)

9. 소크라테스


연회에서 각자가 에로스(사랑) 찬미의 연설을 하게 된다.

소크라테스는 옛날 현녀(賢女) 디오티마에게서 배웠던 일을 그녀와의 대화 형식으로 연설한다. 그에 의하면 인간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임신을 하고 있어 낳기를 바란다. 그 뜻은 사람은 어느 누구도 육체적 또는 정신적으로도 죽기 싫어하는 욕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출산의 대상은 추(醜) 속이 아니라 미(美) 속인 것이다. 이 미에의 생산욕, 이것이 에로스(사랑)이다. 사랑의 첫 단계는 육체의 미 속에 낳는 것이고 그것은 육체에서의 불사(不死)를 구하는 일이며, 아기라고 하는 형태로 실현된다. 그 다음에 정신의 미 속에 낳는 것을 추구하게 되며 또 추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단계에 이르면 육체의 미 따위는 근소한 가치밖에 없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알게 된다. 그리하여 사람은 정신의 미라고 하는 대양(大洋)을 향하며, 아름답고 장대한 언론이나 사상을 낳고 결국에는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행복한 영역, 영원히 존재하여 생성 소멸하지도 않고 어떤 면에서는 아름답지만 다른 면에서는 추악스러운 일도 없이, 때로는 아름답고 때로는 추하다는 것도 아닌, 항상 불변하여 단일한 에이도스(姿)를 갖는 미 자체를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미 자체를 보면서 그와 더불어 있으며 거기에서 사람은 참다운 덕을 낳고 불멸하면서도 행복하게 된다는 것이다. 즉 에로스는 처음에는 육체의 미, 다음에는 정신의 미, 그리고 최후에는 미 자체의 세계로 사람들을 높여 불사(不死)하는 보물을 얻게 하는 조력자였다. 그러한 에로스를 찬미한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소크라테스는 말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플라톤의 이데아 사상이 에이도스라든가 미 자체라는 언어로 표현된다. 최후로 알키비아데스가 애지(愛知)에 살고 있는 소크라테스야말로 정신의 미 속에서 생산하고 미 자체를 직감하는 진정한 사랑의 구현자라고 소크라테스를 찬미한다. 여기서 찬미하는 알키비아데스는 플라톤 자신이라고도 할 수 있을것이다. 결국 플라톤의 에로스는 이데아의 사랑에 있어서 완성된다. 이것이 참된 플라토닉 러브일 것이다.

- 출처. 위키백과


<향연>

향연 풍습(함께 모여 술을 마시며 유흥을 즐김)은 기원전 8세기 무렵 시작되어 로마 시대까지 이어졌다. 향연은 철저히 남성들의 전유물이었으며, 이념과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귀족들의 사적 모임이었다. 아테나이 남성들은 향연에 자기 아내나 여성 친척을 데려오지 않았다. 그러나 외국 여성이나 하층 여인들이 참석하는 경우는 있었다. 가령 피리 부는 소녀나 무용수들이 향연 참석자의 여흥을 돋우려고 함께하기도 했으며, 헤타이라이(조선시대 기생과 유사하다. 대부분은 외국 여성이었고 아테나이 여성과는 달리 교육을 받았다.)가 참석하기도 했다.

 향연에 참석한 사람(대체로 7~11명이 모였으며, 최소 3명에서 최대 15명까지 모이기도 했다. 그리고 한 침상에는 대개 2명이 함께 앉았다.)은 안드론(andron, 남성들의 방, 한옥의 사랑방과 유사)이라는 방에 모여 침상(한방에는 대체로 7개의 침상이 놓여 있었는데, 최소 5개에서 최대 11개까지 놓이기도 했다.)에 기대고 누워서 상반신을 왼쪽으로 돌리고 왼쪽 팔꿈치를 쿠션에 기댄체 오른손으로 침상 왼쪽 테이블의 음식과 음료를 먹었다.

보통 한 침상에 두 명이 함께 앉았는데, 아가톤의 침상은 세 명이 앉기에 충분할 정도로 컸다. 관습적으로 지위가 가장 높은 사람이 문 오른쪽에 자리했고, 시계 반대 방향으로 앉았다. 또 여흥을 주도하기 위해 향연 주관자(symposiarchos)를 선발하기도 했다. 플라톤의 <향연>에서는 전반부에 에뤽시마코스와 파이드로스가 모임을 이끌어가다가, 후반부에 술 취한 알키비아데스가 등장해서 향연 주관자 역할을 자처한다.

고대 그리스의 향연은 일종의 교육적 기능, 입문식의 역할(소년을 성년 시민으로 받아들임)을 담당했는데, 그리스 사람들은 식사를 마친 후 먼저 디오뉘소스 혹은 제우스에게 헌주를 했다. 또 집주인이나 선출된 향연 주관자가 술을 얼마나 어떻게 마실지, 무슨 이야기를 할지 결정했다. 술을 마실 때는 물이 담긴 항아리에 포도주를 넣고 희석해서 주전자에 담아 술잔에 따라 마셨다.

 그리스 사람들은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취하지 않도록 주의했지만 때로는 만취하기도 했다. 만취해서 길거리에서 흥청거리는 취객 무리를 코모스Komos라고 불렀는데, 대화편 후반부에 등장하는 알키비아데스도 그중 하나였던 듯하다.

 아가톤의 축하연의 경우, 소크라테스가 도착할 때까지 파이드로스가 처음 자리에 앉고 아가톤이 마지막으로 앉는다. 그리고 도착한 소크라테스는 마지막으로 착석한다.

 향연에 참석한 이들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연설하기로 한다. 즉, 파이드로스에서 시작해서 소크라테스가 마지막에 연설하는 것이다. 아리스토파네스 옆 침상에 앉은 에뤽시마코스는 아리스토파네스 다음에 연설하기로 되어 있었다.


<에로스>

<향연>은 아폴로도로스가 무명의 친구에게서 아가톤의 향연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려달라고 요청받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아폴로도로스는 자신은 그날 아가톤의 축하연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아리스토데모스(실제로 향연에 참석했던)에게 들은 이야기를 전해주겠다고 말한다.

 아가톤은 기원전 416년 레나이아 제전의 비극 경연에서 우승했는데(당시 소크라테스는 50대 초반이었고, <향연>의 등장인물은 대부분 30대였다. 알키비아데스는 그다음 해에 쉬라쿠사이 원정의 사령관 중 하나로 선출되었다.), 이를 축하하기 위해 이틀간 축하연이 벌어진다.(향연의 저술 시기는 기원전 385~379년경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이 대화편은 30~40년 전의 에피소드를 회상하고 있다.) 아가톤을 비슷해서 모임에 참석한 이들은 축하연 첫날 술을 엄청나게 마셨고 대부분 다음 날까지 숙취에 시달리고 있다.

 소크라테스와 아리스토데모스는 축하연 둘째 날에 참석했고, 저녁 식사를 마치고 일행은 단순히 여흥을 위해 밤새도록 술을 마시고 즐기는 대신, 에로스(그동안 도외시되었던 신)를 찬미하는 연설을 하기로 한다. 연사들은 차례로 에로스와 사랑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힌다. 이들의 이야기는 당대 그리스인들의 사랑과 성에 관한 견해를 생생히 보여준다.

 고유명사 에로스는 주로 날개 달린 젊은 신으로 묘사되었지만, 일반명사 에로스는 ‘사랑’을 뜻한다. 호메로스도 에로스를 먹고 마실 것에 대한 욕망을 가리키는 단어로 썼고, 일반적으로 ‘사랑(특정한 개인을 성적 파트너로 강렬히 원함)’이라는 의미로 사용했다. 하지만 에로스는 부모와 자식, 형제자매, 주인과 종, 통치자와 피지배자의 관계를 가리키는 단어는 ‘필리아philia’다. 이 용어는 ’국가 간에 교전이 없는 상태’ ‘동료에게 느끼는 애정’을 가리키기도 했고, ‘부모나 자식에게 느끼는 사랑’을 가리키기도 했으며, ’친구나 애인에게 느끼는 사랑‘을 뜻하기도 했다.

 필리아는 대체로 상호적 관계를 나타낸다. 따라서 Philoi(친구들)는 사랑하는 자이자 사랑받는 자다. 반면 erao라는 동사는 주로 성적인 사랑을 가리키는 단어였으나 성과 무관한 대상에게 느끼는 강렬한 욕망(이를테면 호메로스는 먹을 것과 마실 것에 대한 에로스를 언급한다.)을 의미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욕망은 종종 우리에게서 올바른 판단 능력을 앗아가며,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행하지 않았을 법한 일을 저지르게 한다. 이를테면 투키디데스는 시칠리아 원정을 준비할 때 모험에 거는 강렬한 에로스가 아테나이 시민들을 사로 잡았다고 말한다.

 비극에도 에로스의 파괴적 성격이 드러나는데, 가령 헤라클레스는 아름다운 소녀에게 이끌리는 욕망 때문에 그녀의 나라를 함락시켰고, 헤라클레스의 아내는 신들까지 포함해서 모두가 에로스의 능력 앞에서 무능함을 인정한다. 물론 에로스는 인류의 존속에 기여하며 큰 쾌락을 가져다주지만, 그 파괴적 능력은 조심해야 한다.


<동성애>

<향연>에는 이성애보다 동성애에 관한 논의가 더 많이 등장하는데 이는 당시 문화와도 같은 맥락이다. 기원전 6세기 무렵 그리스인들은 예쁜 소녀보다 아름다운 소년이 성인 남성에게 성적 욕망을 더 많이 불러일으킨다고 여겼다.(물론 그렇다고 해서 동성애가 이성애나 결혼과 양립할 수 없다고 여긴 것은 아니다.)

당시 아테나이 사회는 성이 분리되어 있어 동성애를 부추겼다. 노예가 충분히 있는 가정에서는 여성을 집 밖에서 활동하거나 일하도록 허용하지 않았으므로, 젊은 남성이 이웃집 딸과 사귀기 어려웠다. 물론 돈이 넉넉하면 이방 여인이나 노예와 매음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자유로운 신분의 젊은 남성을 구애하고 유혹하는 일은 간음에 따르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서도 성적 만족과 동료들의 인정(정복자로 부러움과 존경을 받게 됨)을 얻을 수 있는 일로 여겨졌다.

그런데 그리스 사람들은 동성애를 같은 또래의 두 남성 사이에 일어나는 욕망으로 간주하지 않았다. 오히려 나이 많은 남성(사랑하는자)이 아름다운 소년(사랑받는 자)에게 구애해서 소년이 나이 많은 남성의 구애에 굴복하면 호의와 감사, 애정을 표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아테나이 법률은 성인 남성이 18세 이하의 미성년자와 귐나시온이나 성적 접촉을 할 수 있는 곳에서 만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또한 18세 이하 소년은 향연장에 참석해서 침상에 기대어 누울 수 없었고, 보호자(특히 아버지)의 동반하에 서 있거나 앉아 있을 수 있었다. 

 그런데도 동성애는 고대 그리스와 아테나이 문화에서 폭넓게 확산되었고, 나이 많은 남성이 어린 소년을 유혹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고대 그리스의 도자기 그림에는 사랑하는 자가 소년에게 수탉이나 토끼, 뤼라 같은 작은 선물을 주면서 호의를 사는 장면이 등장한다. 소크라테슨즌 <카르미데스> 155c에서 카르미데스의 외투 안쪽을 들여다보고 마치 여인의 가슴을 훔쳐본 것처럼 흥분했노라고 고백한다. <뤼시스> 206a에서도 뤼시스와 사랑에 빠진 히포탈레스에게 잘생긴 소년은 칭찬할수록 자만해진다고 조언한다.

 이처럼 동성애에는 역기능이 존재했지만, 그리스 사회에서 성인 남성과 어린 소년의 관계는 남녀 사이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교육적 의미도 있었다. 왜냐하면 소년은 연인을 롤 모델로 여기고 흉내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소크라테스가 당대 사람들처럼 동성애에 강렬한 욕구를 느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기원전 4세기 후반 아리스토크세노스는 소크라테스에게 이성애적 욕구를 매우 컸다고 전한다.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채손독)'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인스타 #하놀 @hagonolza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영혼 안에 있는 아름다움이 몸 안에 있는 아름다움 보다 더 값지다고 여겨야 합니다. 그래서 누군가가 신체적 매력은 부족해도 그 영혼이 훌륭하다면 충분하다고 여기고 그를 사랑하고 아끼며 젊은이들을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줄 대화를 나누어야 합니다. 이를 통해 관습과 법률 안에 있는 아름다움을 관조해서 모든 아름다움이 그것과 동류라는 것을 알게 될 수 밖에 없게끔 말입니다. 그래서 신체와 관련된 아름다움은 상대적으로 사소하게 여기도록 말입니다. - P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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