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라이터의 일 - 11년간의 모든 기록이 담긴 29CM 카피라이터 직업 에세이
오하림 지음 / 흐름출판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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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본 소감을 먼저 이야기 해보자면, 책 내용이 너무나 솔직 담백했다. 카피라이터 관련 내용뿐 아니라 어쩌면 인생 이야기들로 담백하게 담아 냈다. 담백하지만 차가운 느낌의 텍스트가 아니라 인간미 있고 따뜻한 느낌까지 받은 책이다. 흔히들 상대방을 위로할 때 ‘힘든 시기를 버티면 행복이 찾아 올거야’라는 식으로 힘든 시기를 거치면 행복만 남을 것처럼 말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미사여구를 뺀 현실적인 이야기를 통해 위로와 공감을 주고 있다. 개인적으로 여기에서 받는 울림이 컸다. 특히 ‘모든 것은 불안으로부터’라는 파트의 내용이 와닿았는데, 저자와 비슷하게 불안의 정서를 느낀 경험이 있어서 더욱 공감이 갔다. 저자는 지치고 힘들었던 불안을 통해 결국에 얻은 것들을 돌아 보게 만들고, 그 감정을 어떤 식으로 대해야 할지 마음 자세를 알려주기도 하였다.

저자는 책에서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불안해서 자주 불행했지만 불안 위로 쌓아 올린 소중한 것들이 저를 지탱해 주고 있다는 걸 느낍니다. 되게 아이러니하죠. 절벽에 매달려 있었던 시간만큼 근력이 생긴 느낌이랄까요.(중략) 그 아이러니함이 준 삶을 이끄는 힘을 알기에 이제는 불안을 외면만은 하지 않으려고 자세를 고쳐봅니다. 나를 말해 주는, 내가 사랑하는 거의 모든 일들이 모두 불안해서 했던 일이라는 것을 싫지만 인정해야 할 때가 온 것 같거든요.이렇게 떵떵거리는 멋진 발언이 책으로 박제되어 나가겠지만 사실은 아직 불안을 즐길 단계까지는 못 미친 얕은 내공입니다. 자주 찾아오는 불안에 곧잘 흔들리고, 계속 잠 못 이루겠죠. 이 불안이라는 친구는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네요. 연차가 쌓이고 나이가 들면 괜찮나 싶다가도 또다시 얼굴을 갈아 끼워 제 앞에 나타납니다. 아마 평생 안고 살아야겠죠. 그럴거라면 이놈의 불안을 더 이용해 먹어야 덜 억울하지 않을까요? 살아가면서 많은 미션을 마주하고 함께 여러 가지 두려움을 느끼겠지만 불안은 힘이 훨씬 쎄서 우리를 앞으로 이끌어줄 것입니다.
그래서 불안을 영리하게 이용해요 우리. 불안한 감정이 올 때야말로 ‘내가 나아갈 타이밍이구나.‘라고 스스로를 설득해 보면서요. 우리 모두가 불안이라는 감정이 올 때 안심하게 될 수 있을 그날까지.


카피라이터의 삶과 모든 텍스트를 다루는 카피라이터가 일에 접근하는 방식을 볼 수 있다. 카피라이터는 직업상 수 많은 글을 상대하면서 기억할 수 없을 만큼 방대한 텍스트를 접하게 되는데 기록해두지 않으면 까먹기 때문에 습관적으로 정리한다고 하였다. 그렇게 모은 글만해도 8,000개가 넘는다고 하였다. 저자는 몇가지 내용을 책에서 공개하기도 하였는데, 카피는 쓰는 것보다 어쩜 지워내고 비워내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문맹률이 0%인 나라에서 텍스트를 직업으로 다루는 일이 보통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이 책은 카피라이터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삶에 대한 이야기도 실려 있다. 평소 서점이나 도서관을 가보면 사람을 위로하는 책들이 굉장히 많이 나와 있는 걸 볼 수 있다. 그만큼 현실을 살아내기가 녹록치만은 않다는 반증이 될 것 같다. 나 역시도 힘든 시기를 경험하고 있다 보니 관련 도서를 꽤 많이 읽게 되었다. 그러한 책들 가운데서도 이 책은 삶을 살아가면서 느끼게 되는 경험들을 솔직하고 현실적인 표현으로 공감을 자아내고 위로를 주고 있다. 책이 얇은 편이지만 별 내용이 없을거라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책을 읽다 보니 어떤 한 문장은 가슴속에 확- 와닿기도 했다. 아직 이 책을 읽어 보지 않은 분들이라면 꼭 한번 읽어 보시길 추천드린다.


'흐름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인스타 #하놀 @hagonolza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카피라이터는 아름다운 표현을 찾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닌 현실에 발을 딛고, 사람들의 피부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했어요. 가끔은 손이 아닌 발로 뛰며 그 제품을 쓰는 사람이 되어보고자 했던 행동도 당시엔 인지하지 못했지만 그 자리의 단어를 찾기 위함이었을 겁니다. - P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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