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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사소한 것들
클레어 키건 지음, 홍한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11월
평점 :
클레어 키건의 소설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 첫 번째 책이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라는 작품이다.
이 책은 일상의 작은 행동이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깊이 있게 그려낸 소설이다. 1985년도의 추운 아일랜드를 배경으로 하여, 크리스마스를 앞둔 시골 마을에서의 소소한 이야기를 전하며 많은 메시지와 감동을 전해주는 책이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빌 펄롱(이하 빌)’이라는 석탄 배달원이 있다. 결혼을 하여 아내 ‘아일린’과 다섯 명의 딸(캐슬린, 조앤, 실라, 그레이스, 로제타)을 둔 정직하고 성실한 가장이다. 매일같이 마을 사람들에게 석탄을 배달하면서 그들의 삶을 엿보게 된다. 빌의 일상은 단순하지만 그가 만나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 속에서 삶의 깊이를 느끼게 된다. 그러던 중 수녀원에 석탄 배달을 위해 방문하게 되면서 그곳에 갇혀 있는 여자 아이들을 알게되면서부터 이야기는 흐름이 새로운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수녀원에 갇혀 있던 여성들은 사회의 편견과 냉대로 인해 큰 고통을 겪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들이 살아가는 최악의 환경을 모르고 있거나 설령 안다고 해도, 자신의 가족과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거나 직접 피해 보는 일이 아니기에 외면하려 한다. 힘있는 강력한 집단으로부터 괜한 불똥이 튀어 피해 받기 싫은 마음에 더욱 회피하게 된다. 하지만 빌은 달랐다. 수녀원 방문 이후로 알 수 없는 괴로움과 허탈함을 느낀다. 결국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그들의 어려움을 보고만 있을 수 없어 찾아가게 된다. 여러 선택의 기로에서 결국 자신의 양심을 따라 어떤 행동을 벌인다. 빌의 사람을 위하는 마음, 친절과 연민이 드러난 행동이라 생각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장면 중 하나는 빌이 길을 잃었을 때 죽은 엉겅퀴를 베던 노인을 만난 장면이다. 노인은 빌에게 "이 길로 어디든 자네가 원하는 데로 갈 수 있다네”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수녀원을 다녀온 이후로 마음이 불편하고, 삶의 방향을 잃은 듯한 펄롱은 노인의 말을 떠올리며 자신의 마음이 시키는대로 행동하면서 삶의 의미 혹은 중요한 것에 대해 깨닫게 된다.
저자가 그려내는 섬세한 감정 표현도 인상 깊었다. 빌의 작은 행동 실천이 자신에게 어떠한 심적인 변화를 일으키게 됐는지 생생하게 그려낼 수 있었다. 이 소설은 일상의 작은 디테일을 통해 인간의 본질적인 선함과 연민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또한, 이 소설은 강력한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수녀원에 있던 여자 아이들과 같이 사회적 약자나 소외된 이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말고 작은 도움의 손길을 나눈다면 서로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걸 일깨워준다. 현대 사회는 개인주의가 만연하고 나 아니면 괜찮다는 생각으로 타인의 삶에 무관심하다. 자신의 삶이 중요하기 때문에 타인에게 딱히 도움을 주려고 하지 않는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그렇진 않겠지만 그런 시대적인 분위기가 강한 것 같다. 그런 상황에서 빌의 따뜻한 인간애는 우리 모두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빌과 같이 작은 선행을 실천하고 나눌 수 있다면 더 좋은 환경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이 소설은 131페이지로 긴 글은 아니지만 무엇보다 숨겨져 있는 의미가 많은 책이다. 저자의 의도인지 모르겠지만, 내용 곳곳에 무수한 의미를 압축하여 표현해놓았다. 명시적인 표현이 아니라 미묘하게 암시하는 구조였다. 그리고 제일 첫 문단에 담긴 뜻을 뒤늦게 알게 되었는데 ,‘헐벗다’, ‘벗기다’, ‘가라앉다’, ‘북슬북슬하다’,‘끈’, ‘흑맥주’, ‘불다’ 등의 단어를 써서 ‘임신하고 물에 뛰어든 죽은 여자‘를 암시하려 했다고 한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해석이어서 글을 처음부터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재독하며 저자가 암시해둔 부분과 숨겨 놓은 의미를 찾아 보는 재미도 느껴보자.
책을 읽고 나서 느낀 감정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희망'인 것 같다. 세상이 냉담하고 불공평할지라도, 아직은 빌과 같은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 그와 같이 타인을 위하는 따뜻한 마음과 관심, 이타심을 가질 수 있다면 세상이 조금 더 따뜻하게 변화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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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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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롱은 정신을 다잡고는 한번 지나간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고 생각을 정리했다. 각자에게 나날과 기회가 주어지고 지나가면 돌이킬 수 없는 거라고. 게다가 여기에서 이렇게 지나간 날들을 떠올릴 수 있다는 게, 비록 기분이 심란해지기는 해도 다행이 아닌가 싶었다. 날마다 되풀이되는 일과를 머릿속으로 돌려보고 실제로 닥칠지 아닐지 모르는 문제를 고민하느니보다는. - 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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