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 어 원더풀 월드
정진영 지음 / 북레시피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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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몇 해 전 가을, 영산강자전거길을 따라 자전거로 여행할 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죽산보를 지나 강을 따라 달리다가 물을 마시려고 갓길에 잠시 자전거를 세워 뒀다. 아무도 오가지 않는 고요한 길에 서늘한 바람이 불었을 때 눈을 감고 온몸으로 바람을 느꼈다. 풀내음이 바람에 은은하게 스며든 바람이었다. 그 때 문득 살아 있다는 것이 그 자체로 참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때 느낀 기분을 논리적으로 표현할 수 없어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선 소설뿐이라는 생각에 이 책이 탄생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 소설의 소재도 ‘자전거‘다. 구체적으로는 말하자면, ’로또‘와 ’자전거‘라고 해야할까?

전혀 연관성이 없는 두 소재가 하나의 이야기로 펼쳐지는 과정이 정말 흥미로웠던 소설이었다.

대략적인 줄거리를 이야기 하자면,

‘여산정공’이란 회사를 운영하는 오제일과 그 회사를 다니고 있는 문희주, 박상익, 우희철, 이재유, 임정연이라는 직원이 있었다. 어느 회식 날 오제일이 직원들에게 사준 로또 중 한 개가 1등 당첨이 된 사실을 알게 되면서 출근한 어느 날 난리가 난다. 오제일은 무작정 직원들의 로또 번호를 확인한다. 이유를 말하지도 않고 일단 대놓고 수소문을 하기 시작한다. 다들 꽝이어서 버렸다고 당첨자가 아니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그러던 중 사장은 출근하지 않은 직원인 ‘문희주’가 1등 당첨자라고 확실하게 된다.

문희주가 로또 1등 당첨이 되면 자신에게 지바겐 한 대를 사주겠다고 말한 걸 기억하고 구두 약속도 효력이 있다며 그를 찾기 위해 안달 한다. 결국 사장은 문희주를 찾아 오는 조건으로 그 사람에게 연봉 1,000만원을 올려 주기로 약속하게 된다. (2명이 같이 찾아 온다면 각 500만원씩). 기한은 일주일간이었고, 그 기간동안 유급휴가로 처리하기로 한다. 이때부터 직원들의 문희주 찾기 여정이 시작된다.

몇 명은 어이없는 상황에 일주일간 편하게 쉬겠다며 빠졌고 우희철, 박상익, 이재유, 임정연 이 네 사람은 문희주를 찾기 위한 여정을 떠나게 된다. 문희주의 카카오톡 프로필에 있는 자전거와 배경을 보고 국토 종주 자전거길을 떠났다고 예상하면서 그들도 자전거길에 합류하게 된다.

자전거 여행을 떠나게 되면서 다채로운 일이 벌어지고 여행이 진행되면 될 수록 다음엔 무슨일이 벌어질지 호기심이 생겼다. 매번 새로운 사건들이 생기니 눈을 뗄 수 없었다. 앙숙이었던 우희철과 이재유의 금방이라도 싸움이나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날이 선 대화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조마해하며 지켜 보게 되었다. 또 한가지 재미는 문희주를 찾기 위한 국토 종주 자전거길에서 그 지역에 들러 먹게 된 음식을 알아가는 재미도 솔솔 했다.

책 마지막쯤엔 내가 살고 있는 대구 지역의 명칭이 언급되고 방문했던 식당과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땐 너무 익숙한 장소라 반가웠고 친근한 느낌마저 들었다. 방문한 지역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떠올릴 수 있어서 더욱 생생하게 그려낼 수 있었던 것 같다.

평소 국토종주 자전거길 여행을 해본 사람이라면 정말 많은 공감을 하며 볼 수 있는 책이라고 자부한다. 과거의 기억을 새록새록 소환시켜줄 책이다.

어쩜 말이 안되는 자전거 여행길을 시작하게 된 ‘여산정공’ 직원들. 박상익, 우희철, 이재유, 임정연 네 사람의 여정을 그린 소설인데… 그들은 자전거 여행 중에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 해보거나 실제로 여행길에서 자신의 길을 깨닫게 되어 그 길을 찾아 가는 사람도 볼 수 있었다.

여행 중 쉬어가는 자리에서 각자의 인생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에 대해 자세히 알아가는 시간도 갖게 된다. 직장 관계로 지냈다면 결코 알 수 없었던 그들만의 이야기로 서로를 더욱 깊게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실제 존재할 법한 인물들이라 그들이 하는 행동과 고민에 많은 공감을 할 수 있었는데, 박상익이 삶에 대해 생각했던 고민들에 나 역시도 삶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함께 가져 보기도 했다.

서울(정서진)을 시작으로 부산(낙동강하굿둑)까지 떠나는 국토종주 길에서 그들과 함께 자전거 여행을 떠나고 있는 일행이 된 기분이었는데 언젠가 국토 자전거 여행을 떠나 보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됐다.

그 길에서 답을 찾은 이재유처럼 나도 답을 찾아갈 수 있는 용기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각 인물들의 진정성 있는 대화를 통해서 오히려 더 깊은 공감과 울림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런 시간을 이 소설을 통해 제공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인디캣'을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제 자전거를 타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살아 있다는 건 그 자체만으로도 참 좋은 거라고. 아름다운 거라고. 특별한 이유나 논리는 없어요. 그냥 그런 생각이 저절로 들었어요."
"맞아. 살아 있다는 건 그 자체만으로도 참 좋은 거야. 아름답고." - P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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