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견디는 기쁨 - 힘든 시절에 벗에게 보내는 편지
헤르만 헤세 지음, 유혜자 옮김 / 문예춘추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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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3부로 이루어진 책이다.

1, 2부는 전체적으로 이해가 쉬운 편이었으나 개인적으로 3부 내용은 상대적으로 어렵다고 느꼈던 것 같다. 깊은 지식과 사고력이 필요한 장이었다고 생각했다. 3부 내용을 통해 헤르만 헤세의 지식과 깊은 사고를 따라가기에 나의 지식 상태와 사고력의 부족함을 느꼈다.

불교, 동양사상, 샹캬라 철학 등 헤르만 헤세가 얼마나 많은 공부를 했을지 가늠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 책은 소장 해두고 시간이 흐를 때마다 꺼내 보면 좋을 것 같다. 내용을 반추하면서 헤르만 헤세가 말하고자 했던 의미를 좀 더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을 보면서 흥미로웠던 건 헤세가 글을 쓰면서 그렸던 그림도 같이 실려 있다. 헤세의 책을 이번에 처음 접하는 나는 그림까지 그릴 것이라고는 생각 못했는데 조금 놀라기도 했다. 생각보다 많은 그림들이 실려 있는데 그림의 느낌들이 좋아서 놀라기도 하였다. 그림은 소재는 주로 자연이었다. 문명, 과학의 발전에 대해서 비관적인 생각을 가진 그는 ‘자연’에 대해선 경외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그렸던 그림들이 전부 ‘자연’을 소재로 하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문명이 크게 발전하기 전의 옛 모습을 그리워하는 것 같기도 하다. 산문집이라 생각했던 책에 그가 썼던 ‘시’도 꽤 많이 실려 있었다. 하나의 책을 통해 3장르를 동시에 맛볼 수 있는 다채로운 책이 아닐 수 없다.

책을 다 읽었지만 온전히 체득한 느낌이 없다. 시간이 흐른 뒤에 다시 꺼내어 읽어 봐야 할 책 같다. 문장이 어렵게 다가왔던 부분들도 시간이 흐른 뒤엔 온전히 이해하고 맛볼 수 있는 시기가 올 수 있길 기대해본다.


*


읽었던 내용 중에 와 닿았던 내용 일부분과 그림을 공유 해본다.




1부

영혼이 건네는 목소리



[작은 기쁨]

p14

적당한 쾌락을 즐기는 것이야 말로 삶이 주는 맛을 이중으로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일상에서 느끼는 '사소한 기쁨'을 간과하지 말라는 조언도 꼭 하고 싶다.

결국 내 말의 핵심은 ‘절제’이다.

유행이나 관습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만의 길을 가는 사람들을 몇 알고 있다. 그들이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지만 그들은 그런 용기를 낸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


p16

절제된 행동 습관‘사소한 기쁨’을 내면에서 맛볼 수 있게 해 주어 쾌락을 만끽하도록 만들어 주는 능력이다. 그런 능력은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타고 나는데 현대 생활에서 왜곡되고 잃어버린 가치인 유쾌함, 사랑, 서정성과 같은 것들을 기초로 한다. 이른바 시간에 쫓기며 돈에 연연하는 삶을 지양하는 사람에게 주어진 그러한 작은 기쁨들은, 일상의 곳곳에 너무나 많이 흩어져 있고 눈에 잘 보이지 않아서 일에만 몰두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둔감한 감성으로는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가 되었다.


p17

아침마다 하늘을 쳐다보는 습관을 가지면 어느 날 문득 우리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공기를 느끼고, 잠에서 깨어나 일터로 향하는 도중에도 신선한 아침의 숨결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생각 > 늘 보던 풍경에서 잠시라도 여유를 갖고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면 새로운 시각을 발견할 수 있다. 습관에 변화를 주다 보면 작게 느껴지던 생각이나 인지 하지 못했던 감정들이 차곡 쌓여 어느 덧 삶의 변화를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잠 못 이루는 밤]

P47

잠 못 이루는 밤이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 시간만이 외적인 충격 없이도 우리의 영혼을 그대로 드러내면서 충분히 놀라거나, 솔직한 감정을 의식하고, 마음껏 슬퍼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우리가 살고 있는 감성적인 낮 시간을 삶은 절대로 순수하지 않다. 온몸의 감각이 깨어 있으며 우리의 분별력은 미세한 감정의 흔들림, 상대방 목소리의 높낮이, 삶의 미세한 변화, 친구의 익살스러운 말 한마디에 숨겨진 의미까지 신경 쓰면서 활발하게 활동한다. 하지만 밤의 영혼은 반쯤 눈을 감은 채 그저 낮 시간을 관망할 뿐이고, 낮에 경험한 의존과 억압 속에 수개월 동안 영혼의 절반만 깨어 있는 채 살아가다가 근심에 싸여 있는 잠 못 이루는 밤에 멍에를 풀어낸다. 그렇게 밤이 되어서야 우리 앞에 온전한 모습을 드러내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한다.

밖에서 보아도 우리 안에 변하지 않고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 같은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


2부

조건 없는 행복


[당신은 정말 행복한가]

p98, p100

나는 꿈을 꾸듯 내게 찾아왔던 수 많은 기억의 순간들을 떠올려 본다. 그렇게 많은 낮, 그렇게 많은 저녁, 그렇게 많은 시간들, 그렇게 많은 밤, 그 모든 것들은 내 인생에 10분의 1도 채우지 못한다.

다른 것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수천의 낮, 수천의 저녁, 수백만의 순간들은 내게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다시 기억으로 돌아오지 않은 채 어디에 있는 것일까? 모두 가 버렸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은 길로.

오늘 내가 조금이라도 앞으로 나가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다면, 내일이나 모레쯤은 지금 내가 있는 오늘의 이 순간에도 기억하지 못하고 지나갔던 숱한 날들처럼 심연을 알 수 없는 나락 속으로 사라져 버릴 것이다.

모든 예술 중에서 가장 으뜸인 기억의 예술을 연습하는 것이 좋다.

향유, 즉 쾌락을 즐긴다는 것은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찌꺼기 하나 남기지 않고 제거한 후 남은 달콤함을 온전히 누리는 것이다. 그리고 기억한다는 것은 한번 향유했던 쾌락을 아득한 먼 곳에 보내 버리는 것이 아니라 항상 새롭게 되새기는 것을 말한다. 우리는 누구나 무의식중에 그런 과정을 되풀이한다.


3부

삶의 진정한 아름다움


[병상 일기]

p188

인내하는 것은 어렵다. 인내는 사람에게 있어 가장 어려운 고행이다. 하지만 그것은 가장 힘든 일이면서 그와 동시에 유일하게 배울 가치가 있는 일이다. 이 세상의 자연과 성장, 평화, 번영, 아름다움은 모두 인내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인내는 시간과 침묵, 그리고 신뢰를 필요로 한다.


p205-207

세상에 고해성사를 듣는 신부나 목사 역할을 하는 것만큼 힘든 일도 없다. 간혹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 놓고 싶은 욕구 때문에 나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일은 나를 힘들게 할 뿐만 아니라 곤경에 빠트리거나 해를 입히는 경우가 많다. 불쌍한 사람이 내게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을 때 내가 그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솔직히 이런 것뿐이다.

“정말 슬픈 일이군요. 살다 보면 그렇게 슬픈 일이 많지요. 저도 그럴 때가 많습니다. 슬픔을 견디려고 애써 봐도 아무 소용이 없으면 포도주를 한 병 마셔 보세요. 그것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면, 머리에 총을 쏘는 방법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하지만 차마 그런 말은 할 수가 없으니 나는 위로의 말과 삶의 지혜 따위를 늘어놓기 바쁘다. 내가 실제로 몇 가지 진실을 알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큰소리로 말하거나 현실적으로 당면한 고통을 치유하는 명약인 양 떠들어 댄다면 그것은 이론에 불과하며 공허한 몸짓이 되고 만다. 그럴 때는 갑자기 나 자산이 그저 상투적인 말로 사람들을 위로하면서 뭔가 시시한 일을 하고 있다는 비참한 기분에 휩사인 목사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헤르만 헤세의 글은 인간의 감정에 대한 섬세한 묘사가 있다.

내가 고통스러움을 경험 했을 때 느꼈던 감정들을 글로 표현해 낸 대목들을 발견 했을 때

공감이 가면서도 그의 문장력에 감탄하기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의 글에는 거짓이 없는 것 같다.

실질적으로 모르는 것에 대해선 모르겠다고 솔직하게 이야기 했던 것 같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자살에 대한 생각이 나와 달라서 조금 놀랐던 것도 있었다.

여러모로 헤르만 헤세에 대한 다양한 면모를 엿볼 수 있었던 책이었던 것 같다.

그의 깊은 사고를 들여다 보려면 아무래도 한번의 정독으로는 힘들 것 같단 생각이 계속 든다.

간직 해두었다가 시간이 1년, 3년, 5년, 10년 후에 한번씩 펼쳐서 읽어 보면 더 좋을 것 같다.


*

마지막에는 필사 노트가 있어서

헤르만 헤세의 좋은 글귀를 따라 써보는 시간을 가져 보면 좋을 것 같다.




적당한 쾌락을 즐기는 것이야 말로 삶이 주는 맛을 이중으로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일상에서 느끼는 ‘사소한 기쁨‘을 간과하지 말라는 조언도 꼭 하고 싶다. - P14

절제된 행동 습관은 ‘사소한 기쁨’을 내면에서 맛볼 수 있게 해 주어 쾌락을 만끽하도록 만들어 주는 능력이다. - P16

아침마다 하늘을 쳐다보는 습관을 가지면 어느 날 문득 우리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공기를 느끼고, 잠에서 깨어나 일터로 향하는 도중에도 신선한 아침의 숨결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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